가슴이 뛰네, 가슴이 뛰네….

바람이 불어 그럴까,

먹장 구름이 끼어 그럴까,

삼백 예순날 눈비가 쏟아져 그럴까….

 

아니야, 아니야… 지난 밤 꿈 속에,

눈물빛 어여쁜 사랑꽃을 보았지….

밤새도록 노닐다가 그만 가슴을 찔렸다네.

그 잎새, 그 가시 달기도 하여 아픈 줄도 몰랐다네.

 

나고 자람이 또한

그와 같다고 옛노래에서 들었건만.

사랑하다 죽으리라고…

그런 노래들 또한 세상엔 많더라네.

 

아무렴…

사람들아, 내 말 들어보소.

 

억수장마가 진들 어때. 비 그치면 무지개 뜰 텐데.

금옷 주렴 없으면 어때. 천리만리가 풀옷감인데.

훌하니 올라 무지개 타고 님 만나러 가는 길에

차라리 벗은 이 몸보다 더 장한 맵시가 있다던가!

 

님 앞에 훌쩍 열어보일래

내 가슴에 어찌도 커단 상처 있는지.

착한 내님 눈물 글썽여 고운 입술로 입맞춰 주시지.

애오라지 타던 가슴 한숨 한숨 닦아 주시지.

 

하하 웃으며 주억일래 참 귀한 상채기라…

잡티 하나 없는 목숨들 큰 바람 앞에 무너져도

이 몸은야 세상 바람이 그리루 다 빠져 달아나더라.

 

목숨은 남아도 눈물도 남더라.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이젠 네가 메워다오.

네 아픈 데 나 들 테니, 내 상처엔 네가 들렴.

 

… 이리 안고 다시는 아니 놓칠래…

 

- <불의 검> 9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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