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으셨나요?
그럼, 이제 그 후편인 「찰리와 거대한 유리엘리베이터」를 읽어보실 차례예요. 후편이 있는 줄 이제야 알고 부지런히 읽기 시작했답니다. 여기서도 로알드 달의 상상을 초월한 그 상상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요. 그러나 원래 속편이 전편보다 못하다는 속설처럼 전편에 비해선 조금 점수를 낮게 주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게 아닌가 봐요. 전편보다 후편이 더 재미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지요. 아마도 그건 분명 어른인 제 시각과 아이들과의 시각 차이겠지요. 그리고 이미 전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에 면역이 되어서 전편에 비해 그리 놀라지 않는 담력까지 생겼는지도 모르고요^^
조카에게 물었어요. 왜 후편이 더 재미있어? 어떤 점이 더 재미있는데? 그러자 극악무도 혹성의 왕꿈틀이 때문이란 걸 알았어요. 특이한 생김새나 마음대로 몸을 조절하여 글자도 만들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찰리의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꽁꽁 묶어 둘 수 있는 힘 때문이지요. 그러나 전 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시간 여행이 더 재미있었어요. 무사히 지구에 귀환하여 윙카의 공장에 도착한 찰리의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가 젊어지는 약을 너무 먹어서 갓난 아기가 되잖아요. 아마 저도 조금 더 젊어지고 싶었나봐요.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답니다. 만일 정말로 젊어지는 약이 있어서 원하는 대로 좀더 젊은 어떤 시기로 갈 수 있다면 몇 살로 갈까? 하고요. 그런데, 결론은 지금의 이 나이가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알았어요. 찰리 엄마가 찰리의 외할머니의 원래의 모습(즉, 78살)으로 되돌아가게 해 달라고 했듯이 말이죠. 현재의 제 나이란 그동안 충실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지금의 나를 있게끔 해주는 시간의 누적물일 테니까요.
이 책은 전편에 비해 더 기발하고, 더 풍자적이에요. 전편의 끝 장면에선 거대한 유리엘리베이터를 타고 찰리의 가족이 윙카의 공장으로 돌아가게 되죠. 그런데 이 책의 시작은 그 엘리베이터가 윙카의 공장으로 가려던 중, 그만 실수로 지구의 궤도를 이탈하여 우주에 떠 있게 됩니다. 거기서 미국의 우주선과 맞붙게 되고, 지구인의 오해를 받아 잠시 외계인이 되기도 하지요.
윙카씨의 입담과 재치는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미국 대통령을 향한 풍자예요. 세계를 좌우하는 미국의 대통령을 우스개로 만드는데, 읽는 저로서도 얼마나 재미있고 통쾌한지, 그 대통령의 이름을 부시라고 지으면 더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뭐 사실, 부시야말로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아니던가요?)
이 책에 나오는 대통령은 명색이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데 아직도 유모에 의해서 그의 정책이 왔다갔다하니 얼마나 우습겠어요. 아이들도 이런 부분이 재미있었나 봐요. 하긴 이젠 대통령이 권위를 내세울 시대는 아니지요. 더군다나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대통령이 더 개그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길게 쓰지는 않을게요. 직접 읽어보세요. 한참 웃다가 보면 어느새 다 읽게 되는 것을 발견하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