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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 오는 날을 싫어하지요.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아침에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뭔가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해요. 그래서 우비를 입고 밖으로 나갑니다. 아이들의 기대는 곧 충분히 충족시켜주었어요. 나뭇가지에 구름 한 덩이가 떡 걸쳐 있으니까요. 얼마나 소담하게 앉아 있는지, 마치 솜사탕이 걸려 있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구름 한 덩이를 안고 집으로 갑니다.
엄마는 아이들이 가져온 구름을 보고 얼른 구름에 물과 우유를 섞고, 이스트와 설탕, 소금 등을 넣어서 반죽을 한 후 멋진 구름빵을 만들었어요. 얼마나 맛있을까요?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했어요. 그런데요, 그 빵을 먹던 아이들은 구름처럼 둥실둥실 하늘을 나는 거였어요.
그림을 보면서 내가 읽어주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5살짜리 조카가 내 책읽기를 중단시키네요
“이모, 우리도 구름빵 해 먹자. 그럼 우리도 둥둥 하늘로 올라 갈 수 있어?”
나는 읽다말고 해연이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해연이는 구름빵을 먹고 어디 가고 싶은데?”
“응~ 하늘 나라 가서 천사하구 예수님하구 하나님을 보고 싶어”
자주 천사 얘기, 하나님 예수님 얘기를 해 주었더니 직접 보고 싶었나 봐요.
“그럼, 여기 나오는 야옹이는 어디 갔는지 볼까”
나는 계속 책을 읽어 주었어요. 해연이는 아무 소리도 않고 책 읽어주는 내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빨리 넘기면 절대 안 되요. 해연이는 아직 글을 모르지만 그림은 읽을 줄 알거든요. 사실 저는 그림은 잘 못 읽어요. 그냥, 대충 훑어보니까요. 그림을 한참 읽던(?) 해연이가 소리쳐요.
“와, 여기 야옹이 아빠 있다.”
만원 버스 속에서 낑낑대고 있는 야옹이 아빠를 발견했던 거에요. 더 책을 읽어주지 않았지만 해연이는 책 속에 있는 글보다도 그림 속에서 더 많은 글을 읽고 있었어요. 다 읽어 주자 해연이는 이제 자기가 그림을 보고 글을 읽어요.
이 책의 미덕은 바로 그림이에요. 2005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픽션 부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힐 만큼 그림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에요. 아이들이 글을 몰라도 충분히 그림으로 글에서 얘기하지 못한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하루 종일 구름빵을 보고 또 보고 하더니 잠이 들었어요. 잠자는 해연이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빙긋 웃기도 하네요. 아마 꿈속에서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고 있나봐요. 하늘 높이 높이 날아서 천사도 만나고, 예수님과 하나님도 만나고 왔을지도 모르겠어요. 해연이가 깨어나면 물어 보아야겠어요.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았는지... 높이 높이 날아가 천사도 만나고, 예수님도 만나 보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