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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투 ㅣ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7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새 대 장정(?)의 도달점에 이르렀다. 나니아의 창조부터 시작하여 각종 모험과 상상의 나라를 여행했던 독자들은 이제 마지막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무척 궁금하리라. 개인적으로는 7권의 <마지막 전투>가 가장 좋았다. 작가의 기독교적 사상과 세계관이 가장 짙게 묘사된 곳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나니아 나라 2555년의 마지막을 보게 된다.
전권에 걸친 이야기는 선과 악의 대립이 뚜렷하게 그어져 있다. 그 악이라는 것은 1권이나 2권에 나온 제이디스 여왕이나 하얀 마녀처럼 직접 눈에 보이는 세력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내 마음 속의 불신이나 거짓일 수도 있고, 평범한 우리와 같은 인물이 그려낸 욕심이나 권력에 대한 탐욕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모두 선과 악이 공존하고, 끊임없이 그 악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어느 나라나 민족이고 간에 흥망성쇠는 있게 마련. 나니아 나라도 전설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시기는 지나가고 어느새 쇠퇴기에 접어든다. 그 쇠퇴기에는 우리가 역사 속에서도 이미 배웠듯이 꼭 반란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 나라가 쇠퇴기가 아니라면 혁명가가 될 것이다. 나니아 나라의 반란자는 욕심 많고 사악한 원숭이 시프트이다. 우연히 웅덩이에서 건진 사자 가죽을 당나귀 퍼즐에게 씌운 뒤 당나귀를 아슬란이라고 속여서 많은 이권을 챙긴다. 시프트는 교묘한 거짓말과 교활한 술수로 나니아를 장악한다. 그의 술수는 정말 혀를 내두를 만큼 교활하고, 사악하다. 그로 인해 나니아의 말하는 동물이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이웃나라 칼로로맨의 노예로 팔려간다.
이 책에서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여럿 등장한다. 이미 원숭이 시프트는 소개가 되었고, 시프트의 꼭두각시를 하는 당나귀 퍼즐이다. 퍼즐은 순박하긴 하지만 멍청하다. 그 멍청함 때문에 시프트에게 이용당하여 아슬란 행세를 하여 많은 나니아 국민들에게 고통과 공포를 주지만 우리 세계의 여자아이 질에 의해 구출된 후 티리언 왕의 일행에 동참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퍼즐의 멍청함은 충분히 비난받을 것 같은데, 아슬란은 그조차 구원한다. 즉, 우리가 계획하고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라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 다음은 이 책에 나오는 난쟁이들이다. 그들은 아슬란 편도, 칼로르맨의 편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살면 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양쪽 모두 적이 되어 싸운다. 그들의 닫힌 마음은 다른 사람들은 다 보게 되는 천국의 아름다움도 보지 못한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보지 못하는 것...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닫힌 마음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상황을 만나더라도 이미 내 마음이 닫혀 있거나 부정적일 땐, 온전히 볼 수 없다. 난쟁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에메스이다. 그는 칼로르맨 출신병사로 칼로르맨이 숭상하는 타슈신을 진실로 섬기고 있다. 그래서 아슬란이란 이름은 혐오 그 자체였다. 반면 말로는 타슈신을 섬긴다고 하는 리슈다 타르칸은 정말 타슈신이 나타났을 때 겁먹고 도망치려 했지만, 에메스는 설령 죽을지라도 타슈신을 만나고 싶기 때문에 공포의 마구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그런데, 그조차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는 아슬란을 보고 “슬프게도 저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타슈 신의 종이옵니다.”하고 말하자 아슬란은 “네가 타슈신에게 다했던 정성은 나에게 한 것과 다름없느니라.”라고 하신다.
아슬란은 타슈와 자신은 적이고 아주 다른 존재라고 한다. 그런데 사악한 정성은 타슈를 섬기는 것이 되고, 선한 정성은 아슬란을 섬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여기에 작가의 기독교적 사상이 들어 있다. 타슈신이란 바로 이방신을 말한다. 그러나 아슬란의 진실을 모르고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 의해 그 나라의 풍습에 따라 이방신을 섬기더라도 진심으로 신에게 정성을 다한 것은 선한 그분을 섬긴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것에 대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지도 난 모른다. 그러나 난 작가의 이 사상에 수긍을 한다.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 중요한 것은 그 마음 속에 얼마나 선한 생각과 성품을 지니고 있으며 진리를 알고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일 것이다.
이 책을 끝으로 나니아 나라도 끝이다.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나니아는 암흑으로 변한다. 성경에서도 분명 이 세상이 영원하지 않다고 한다. 언젠가는 끝이 올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슬란은 말한다.“축제가 시작된 거야. 꿈은 끝나고 이제는 아침이 된 거다.” 끝이 아닌 시작... 그것은 곧 다음 세상인 천국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작가 루이스는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세계를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