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조카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1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첫 번째 책이지만, 실질적으로 7권 중에서 6번째 쓰여졌다고 한다. 일종의 나니아 나라 연대기를 위해 뒤늦게 쓴, 프리퀼(prequel)에 해당된다. 어떤 사람은 출간순에 따라 읽는 것이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기독교적인 알레고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연대기에 따라 읽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연대기순으로 읽었기 때문에 전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출간순에 따라 읽는다면 어떻게 해서 2권의 옷장이 나니아 세계로 가게 되는지 이해하는데 전율을 느낀다고 하니 출간순으로 읽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 같다. (출간순은, “사자와 마녀와 옷장-캐스피언 왕자-새벽 출정호의 항해-은의자-말과 소년-마법사의 조카-마지막 전투”이다.)

 

1권에서는 아슬란에 의해 나니아 나라의 창조가 참 역동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나니아 나라는 착한 동물들이 말을 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세계이다. 아슬란이 나니아를 창조하고 나서 온갖 동물들이 함께 뛰노는 모습은 성경의 요한 계시록에 기록된 천국의 모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즉,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장난치며 물지 않는 참 사람과 기쁨의 그 나라'말이다. 그리고 아슬란이 모든 동물의 암수 두 쌍씩 모으는 모습은 노아가 방주를 다 짓고 나서 동물들을 방주 속에 불러들이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디고리가 아슬란의 명을 받고 폴리와 함께 플레져를 타고 생명나무가 있는 언덕으로 가서 생명나무의 사과를 따올 때 마녀의 유혹은 얼마나 그럴 듯하고 우리를 매혹하게 하는지 가슴이 다 섬찟하다. 그것은 성경의 창세기에 기록된 뱀이 하와를 유혹하는 것과 흡사하다. “바보, 그 사과를 한 입만 베어 먹으면 너네 엄만 당장 낫는다 말야. 지금 네 주머니에 그 사과가 있잖아. 우린 여기에 있고, 사자는 저 멀리 있어. 네 마법을 써서 너희 세계로 돌아가 봐. 1분 뒤면 넌 엄마 머리 맡에서 그 사과를 줄 수 있을 거야. 5분 뒤에는 엄마가 혈색을 되찾는 걸 볼 수 있을 테고. 엄마 고통이 사라졌다고 말하겠지. 곧 힘이 솟는다고 말할 거야. ..... 엄만 다시 아주 건강해질 거고. 만사가 예전처럼 잘 될 거야. 너네 집은 다시 행복해지겠지. 넌 여느 사내아이들처럼 될 거라고.”

 

 여기에 디고리가 갈등하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죄를 지을 때 얼마나 자기 합리화를 잘 하는지 보여 준다. “갑자기 끔찍하게 목이 마르고 배고 고파지면서 그 과일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졌다. 디고리는 허겁지겁 사과를 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른 사과가 많았다. 과연 한번쯤 맛을 본다고 해서 그렇게 나쁜 짓일까? 어쩌면 정문의 경고문이 꼭 명령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그저 충고일지도 모른다. 누가 충고에 신경을 쓰겠는가? 설사 그것이 명령일지라도 사과를 먹으면 꼭 그 명령을 어기는 짓이 될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가져가야 한다는 부분은 이미 명령대로 한 터였다.” 그러나 디고리는 끝내 그 유혹을 이기고 오직 사과 한 알을 따서 아슬란에게 바친다.

 

아마도 작가 루이스는 인간의 원죄에 대해서 많은 부채감을 갖고 있어서 이 책에서만큼은 명령에 순종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만일 마녀의 유혹에 넘어가 사과를 따서 엄마에게 주었을 땐 어떻게 되었을까? 아슬란은 “그 사과가 너희 어머니를 낫게는 할 것이다. 하지만 너와 어머니의 기쁨이 되지는 못했으리라. 너와 함께 어머니가 옛일을 돌이켜 보면서, 차라리 그 병으로 죽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할 날이 올 테니까.”라고 한다.

 

난 이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죄책감을 갖고 영원히 산다는 것, 사람들은 영원을 꿈꾸고, 불로장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고 하지만, 행복한 삶이 아닌 그 영원은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생화가 조화보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생명이 있기 때문인데, 그 생명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생에서의 영원을 바라고 있지 않다.

 

아슬란의 명령에 순종하여 가져간 사과는 다시 이 세계로 가져오게 되고 그 사과를 먹고서 디고리의 엄마는 병이 낫게 된다. 그리고 그 사과 씨앗은 훗날, 2권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이야기에서 나니아 세계로 들어가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7권의 이야기는 모두 독립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어서 한 권만 읽어도 무방하지만 7권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앞 권의 이야기를 읽고 그 다음이야기를 읽을 때 등장인물이나 배경 등이 이미 앞에 언급되어 있어서 좀더 이해가 쉽고 흥미가 있다. 이미 읽기 시작했다면 7권을 모두 읽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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