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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나라 이야기 세트 - 전7권 ㅣ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스토리 북스)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니아 연대기>가 합본되어서 성인용으로 나왔다고 하지만 내용이 똑같기 때문에 어린이들이라면 이 책으로 읽는 게 더 좋을 것이다. 합본은 일단 두께와 크기에 지레 겁부터 먹어 읽기 힘들겠지만 이 책은 양장본으로 책도 예쁘고, 합본에 비해 낱권으로 되어 있으니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도 있다. 또 활자도 크기 때문에 빨리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림도 합본에 비해 더 많기 때문에 어린이들이라면 그림에도 한참 넋을 놓을 수 있다. 나도 합본으로 읽다가 교회의 도서관에 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결국 이 책으로 읽게 되었다. 한 권을 다 읽은 후에 또 한 권을 집어드는 성취감도 느낄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의 저자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무신론자였다가 뒤늦게 기독교에 귀의한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린이 동화를 썼는데, 바로 이 책 나니아 나라 이야기이다. 1950년부터 1년에 한 권씩 7권을 써서 1956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만년에 미국의 이혼녀와 결혼하였지만 아내가 일찍 죽어 아이는 없다고 한다. 자녀도 없고 조카도 없는 그에게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어린이 동화를 쓸 수 있냐고 하자, 그는 딱 하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어린이가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어린 시절의 자신이라고 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겪었을 것이지만 그 어린아이를 어떻게 자신의 기억 속에 잘 간직하고 있는지는 참 중요한 것 같다. 어린 시절 옷장 속에서 놀았던 그 기억이 결국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쓰게 하였고, 그 책을 시발점으로 하여 모두 7권의 대서사 판타지 동화가 탄생하였으니 말이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일반인에 비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 같다. 곳곳에 복선처럼 깔려 있는 기독교적인 은유와 상징은 읽으면서 설레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나니아 나라의 탄생과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대서사적인 판타지는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이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과 같은 웅장한 스케일과 밀도 있고, 탄력적인 구성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작가의 친구인 <반지의 제왕> 작가 톨킨은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서 약까지 올랐다는 풍문이 돈단다. 톨킨 역시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에서도 곳곳에 기독교적인 알레고리가 있지만 이 책만큼은 많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이 세계에 사는 어린이가 우연히 반지를 통해서 나니아 나라에 가게 되고 거기서 각종 모험을 하는 이야기이다.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는 반지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옷장 속을 통해서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니아 나라에 사는 사람이 불러서(뿔피리로) 가기도 하고, 또 액자 속의 그림을 통해서 가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가든, 그들은 나니아 나라에서 여러 모험과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악과 싸워 승리하고 다시 이 세계로 온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열차 사고로 아이들과 가족들은 모두 죽게 되고, 나니아 나라는 멸망하고 암흑으로 변하고 마니까. 그러나 그것이 결코 끝이 아님을 작가는 보여준다. 거기엔 그의 기독교적 내세관이 배어 나온다.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 곧, 천국을 암시하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해리 포터가 하루 아침에 조앤 롤링이라는 한 여자의 머리에서만 쓰여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나라 이야기> 같은 탄탄하고 비옥한 판타지 문학이라는 토양이 있기 때문에 해리포터가 탄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선 아직까지 판타지 문학은 다른 문학에 비해 좀 비하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판타지 문학은 그야말로 척박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진정한 판타지는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고 실제 세계에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판타지 문학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으면서, 그 세계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되돌아 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 보게 해 준다는 말일 것이다.
자, 이제 함께 나니아 나라에 가 보고 싶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