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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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사 선생님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책의사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을 테니. 그럼, 를리외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까? 이것 역시 우리에게 낯선 단어일 것이다. 를리외르란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제본가’이다. 하루에도 수십 (혹은) 수백 종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책이 좀 뜯어졌거나 낡았다고 일부러 제본가를 찾아가서 자기 책을 고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제본가의 장인정신과 정말 소중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한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정말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책이라면 그 책이 아무리 낡았어도 버리지 못하고 오래 오래 소중히 간직하며 보관할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소녀가 바로 그렇다. 자신이 아끼고 있는 식물도감이 어느 날 아침 보니 뜯어지고 망가져 있었다. 그만큼 책을 읽고 또 읽었다는 얘기이다. 책방에는 새로 나온 도감책이 많이 있지만 소녀는 자기 책을 고치고 싶어 파리시내를 헤매다 를리외르 아저씨를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망가진 책이 새책으로 재탄생 되는지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를리외르 아저씨는 가업을 이어서 그 일을 하고 계셨다. 소녀는 아저씨를 통해 를리외르 직업의 자부심과 함께 그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배운다. 

 “책에는 귀중한 지식과 이야기와 인생과 역사가 빼곡이 들어있단다. 이것들을 잊지 않도록 미래로 전해 주는 것이 바로 를리외르의 일이란다.”(p45)
라고 말하는 아저씨는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60가지의 공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책이 새롭게 완성되지만 그 공정을 거치는 동안 손은 나무옹이처럼 굳어져 간다. 그 모든 과정을 오직 손으로만 하는 것이고 그만큼 섬세함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오랜 세월 를리외르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손은 마법의 손이 되어간다. 그리고 죽어 가는 책에 새생명을 부여한다. 소피의 책도 아저씨가 만들어준 후 두 번 다시 망가지지 않았다. 그 식물도감은 결국 소녀를 식물학자가 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또는 유아용)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소피라는 소녀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를리외르 아저씨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를리외르 직업은 400년 가까이 이어온, 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출판업과 제본업을 겸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직업이라고 한다. 글쎄, 우리나라에도 를리외르라는 직업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면 책의 소중함과 함께 가업으로 이어져 오는 수공업의 를리외르 직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수채화 그림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유아라고 해도 그냥 그림만 보고 책에 푹 빠져 들 것 같다. 그 그림 속에서 책을 사랑하는 여자 아이와, 책을 정성껏 새롭게 만들고 있는 아저씨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글씨체도 예쁘다. 참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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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감이 가는 책이네요~ '를르외르' 처음 듣는 용어네요.
기회되면 보고 싶군요!

카라 2007-09-1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 님.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를리외르라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이 책의 매력은 그림일 거예요. 물론 내용도 괜찮지만... 책의사라는 말은 이 글의 주인공 소녀인 소피가 "를리외르가 뭐지? 책 의사 선생님 같은 사람인가?"하며 를리외르를 찾는 장면을 보고 제목을 책의사 선생님이라고 지었어요. 우리 나라에도 이런 를리외르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