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도도군 - 2007년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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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는 도도하고 건방진 개다. 자신의 이름에 굉장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개 도도가 어느 날 버림받는다. 대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애완견으로 살았던 도도가 주인 마나님 ‘야’에게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것이다. 주인집 마나님의 운전 기사 어머니 집으로 보내진 도도는 주인인 ‘야’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사의 ‘어머니’ 집에서 만난 ‘미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의 뜻이 도도해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의 첫 번째 음인 도를 반복해서 불렀다는 것을 미미를 통해 알게 되고는 한없이 위축된다. 도도 뿐만 아니라 미미, 라라, 파파도 있었던 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야’의 집에서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즉 꿈속의 연인으로 여기고 있었던 미미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머니’의 집에서 미미와 ‘어머니’의 관계를 보고 도도는 처음으로 동반자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난 한 번도 주인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다. 그냥 난 나다.'라고 당당히 이야기 하지만, 사실 주인의 액세서리에 불과했던 자기의 처지를 깨닫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생명이 없는 딱딱하고 차가운 액세서리였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싫증나면 언제든지 버림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도도는 그렇게 기다렸던 주인 ‘야’에게 되돌아갔을 때 스스로 그곳을 박차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액세서리가 아니라 자기를 꼭 필요로 하는 동반자를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를 고르듯 개들을 고르는 그런 사람말고, 정말로 내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말이야."

편안히 주인이 주는 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수동적인 도도는 이제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간다. 그러나 삶이 원래 자신의 뜻과 의지대로 움직여 주었던가? 진정한 동반자 ‘상자 할머니’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뜻하지 않게 사고로 동물 보호소에 오게 된다. 상자할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도는 예전에 버려진 개들 중에 하나인 뭉치를 동물 보호소에서 만난다. 뭉치를 통해 '넌 우리의 희망이야'라는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내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자 진실로 도도가 원했던 가족을 만나게 된다. 액세서리가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수진이네 가족에 편입된 것이다. 보청견으로서 수진이네 집에 온 것이다.
 
도도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면, 버리고 버림받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겠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수진이 가족에 편입 된 후 “수진이와 엄마에게는 내가 꼭 필요한 존재야. 그러니 내가 그들을 버릴 수는 있어도 그들은 날 절대로 버리지 못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도도는 아직도 철부지라고 말한다. ‘가족’은 ‘필요’ 때문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 때문에 서로를 놓지 못한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제목이 ‘건방진 도도군’인지 명확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건방진 도도는 멋지다. 도도라면 수진이네 가족과 오래 살다 보면 드디어 가족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해와 사랑’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제목만큼이나 이 동화의 문체는 통통 튀면서 유쾌하다. 플롯도 탄탄하여서 건방진 도도의 캐릭터를 끝까지 흐트러짐없이 탄력적으로 이끌고 간다. 그래서 이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이라면 도도의 캐릭터에 쉽게 동화되면서 진정한 자신의 동반자를 찾아 나서는 도도의 건방진 모험에 기꺼이, 유쾌하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풍자적인 시선은 책을 끝까지 붙들 수 있는 힘과 흥미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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