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토로하며 솔직하게 다가간다. 부목사 러스가 크로스로드에서 배척당한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종교적인 위선으로 기도를 집전하다 아이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가장 어린 넷째 저드슨을 제외한 세 아이들, 클렘과 베키, 페리는 각자 크로스로드에 가입하여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대면한다. 그 사이에 매리언은 가족 몰래 정신과 상담을 받고 그녀 역시 오랜 기간 억누르고 있던 적나라한 감정과 마주친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네 감정에 솔직하라'가 아닐까? 네 이웃을 사랑하라, 네 원수마저도 사랑하라, 솔직하라는 말은 내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감정을 '대면하라'는 뜻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순간의 감정에 따라가기만 하면 교차로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지 못한다. 러스의 경우에 그 자동차는 프렌시스 코트렐이라는 과부였고, 페리는 대마초와 코카인이라는 마약에 치여 쓰러진다. 감정에 거리를 두고 제대로 보게 될 때, 매리언과 베키의 경우처럼 신을 보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 차 가고자 하는 길을 선택하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가족의 모든 감정이 한데 모여 교차한 봄 수련회, 러스가 간통을 저지르는 그 순간 그의 아들은 약에 취해 방화를 저지른다. 매리언은 러스를 용서하고 부부는 가장 크게 추락한 아들을 보듬기 위해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위기의 끝에 힐데브란트 가족은 다시 뭉치고, 흩어진다. 베키는 대학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고 자신의 가족을 이루고 부모를 용서하지 않는다. 클렘은 부모와 베키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베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암시(그 역시 가족을 떠난다는)로 소설은 끝맺는다.
감정에 뼈대가 있다면 조너선 프랜즌의 소설은 골수까지 침범해 분석하는 철두철미함과 세심함을 보여 준다. 각자의 감정에 휩쓸리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쉽게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게 한다. 간통을 저지른 러스나 저지를 뻔한 매리언을 욕하기는 쉽다. 가족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여성 인물들의 선택에 실망할 수도 있다. 소설은 그런 인간들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보여줄 뿐이다. 인간이란 감정의 동물이고, 가장 큰 감정은 사랑이며, 사랑이 있기에 질투심, 이기심, 외로움, 분노, 슬픔 등의 감정들이 따라오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사랑의 감정을 안다. 너의.....를 사랑하라. 사랑은 안전하지 않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