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찬이나마 정을 담는것이 우리네 밥상

 

 

 

 

 

 

NY에 사는 어떤 이가 모 신문사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려 놓았다.


본인은 여행을 하며 그 고장의 맛 집을 들러 음식 먹는 것을 낙으로 아는 이중의 한 사람인데…
예전에 LA한인타운을 몇 차례 방문하여 이미 싸고 맛있는 한식 맛을 보았던 지라…
요 맛, 조 맛 찾아 지난(2003년) 여름 LA 한인 타운에 다시 입성하니,
인걸은 간데 없고 맛과 가격 또한 예전만 못하구나.
차라리 라티노 인구가 많으니 라틴 아메리카 음식인 또르띠야, 타코 등이 낯선 여행객에게는 허기와 입맛, 주머니 사정을 동시에 채워 주는 효자 음식이로고…
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에 온지 10년이 넘어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미국에 도착 당일부터 기대와는 달리 한식으로 길들여진 나의 식생활(난 정말 갖가지 서양식 메뉴로 우리집 식탁이 가득할 줄로만 알았다)이 한국에 간다 하여 무슨 변화가 그리 있으리요. 허나 한국에서의 김치, 나물 같은 푸성귀 반찬은 분명 무언가 다른 정겨운 감칠맛이 있었다. 그러나,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나의 사정상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들은 소문난 맛집이 아닌 이상 LA한인타운의 맛이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던 것 같다. 고깃집에 가면 분명 고기 맛은 좋은 듯도 한데 같이 나오는 반찬들이 허술했다. 내가 방문을 했던 시점이 채소 가격 비싼 계절인 이른  봄이긴 했지만, 고기와 함께 먹어야 하는 야채도 풍성하지 않고, 간도 그저 그런 기억이 난다.
맛 집을 몰라서라고, 한국의 맛 집이 수도 없이 많은데 하필 맛도 없는 집만 골라서 갔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교육으로 머물던 지역이 아무리 시내와는 떨어진 외곽이라고는 하여도 3층으로 올린 큰 고깃집이나, 어느 건물 2층 전체를 사용하는 삼겹살 집, 백화점 푸드코트 등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부식비가 비싼 계절엔 참 부실한 반찬들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내 나라에서 같은 동포가 해주는 밥을 먹었으니까…


우리가 일부러 맛 집만 다닐 수 없듯이 매일 먹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어느 동네 어느 집을 가나 비슷한 정성의 맛은 선사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시청한 한 다큐멘터리에 한국 어느 지역의 1,000원 밥집에 대한 보도를 보았다.
노년으로 접어든 한 아주머니께서 장성한 자식들을 모두 출가 시키고 나니 우울 증에 걸려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허전함을 메우지 못한 채 계속 병원을 다녀오시던 어느날 길가의 노점 상인들이 얼어붙은 도시락을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그들 형편에 몇 천원씩 주고 밥을 사 먹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나마도 잠시 짬이 나면 도시락을 먹는 것이지 때를 놓치기도 부지기 수로 보였다. 그때 이를 본 아주머니는 이런 마음이셨다 한다.


‘내가 이렇게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며 비싼 치료비를 내도 별 성과도 없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저렇게 힘들게 일해도 따뜻한 밥 한끼 먹기 어려운 사람들 밥이라도 제공하면 보람되지 않을까?’


그리하여, 그 아주머니는 가정용 식탁 두개가 단촐이 놓인 1,000원 밥집을 열었다. 한 식탁에 반찬을 그득 차려 놓고, 알아서 들 합석한 이 집 단골 손님들에게 뜨듯한 국밥 한 그릇을 1,000원에 팔고 계신다. 바빠서 식사시간을 놓친 이들도 언 몸을 녹이며 싼 값에 정성 가득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
2002년도에 경비직을 은퇴하신 아저씨도 지금은 식당 일을 돕고 계시는데, 동네의 재래 시장(시장이라기 보다는 동네 야채 가게처럼 보임)에서 그날 필요한 부식들을 사오는 것이 아저씨의 몫이라 하신다. 도매 시장이나 대형 마트를 이용하면 더 신선하고 쌀 법도 한데 이렇게 말씀하신다.


“동네의 상점들을 이용해 줘야 동내의 경기가 살재. 큰 곳 가면 좀 더 싸게 살수도 있지만 이렇게 서로 도와야재.”


그러다 보니 인근에서 농사를 짖는 지인께서 김치거리도 무상으로 주시기도 하고 이 집 주인의 뜻에 협조해 주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쯤 되면 경제 원칙, 원리를 따지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 정(情)이 바탕이 된 이 밥집에서 무슨 반찬이 되던 맛이 없으랴.  
이런 곳이 바로 한국의 진정한 맛 집은 아닐까?


그런 맛집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구석구석 알지 못할 뿐일 게다. 그러나 아무 곳이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런 맛집이 우리를 맞이해 주면 좋겠다.
NY에서 LA를 방문해 음식 맛에 실망을 했다는 그이도 그런 허전함 때문에 이번LA 한인타운 방문에서 맛 집을 찾지를 못했었나? 그렇지 않음, 진짜 혀에서만 감칠 맛 나는 그런 음식을 찾다 돌아가 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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