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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분명 저녁상을 물린 후인데도 무언가가 자꾸 생각난다. 딱히 배가 고파서도 아니고 상큼하고도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저녁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아님 겨울 밤이 길어지니 자꾸만 궁금해지는 것인지,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앉아 있자 치면 더욱 심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상큼하고도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 무언가가 집에 항상 있을 턱도 별반 없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만이라도 알면 상점에 가서 사다 먹을 수도 있으련만…
어릴 적엔 먹고 싶은 것들이 보다 정확했던 것 같다.
군고구마, 튀김, 떡볶이, 호빵, 초코우유, 센베이, 곰보빵 등등…
그 무엇에 대한 고유명사 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고유명사 들이 선명하지 않다. 상큼하고 맛있는 그 무언가는 원하지만 원하는 그 무엇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어릴 적 가장 먹고 싶었던 간식, 혹은 손쉽게 먹을 수 있었던 간식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초코파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1974년에 개발되어 선보인 초코파이는 동생이 태어난 해에 만들어져서인지 동생처럼 정겹다.
두 장의 비스킷 (빵이 아님) 사이에 하얀 눈 같은 머쉬멜로우를 발라 그 겉을 어린이들의 최고 사랑을 받고 귀한 음식으로 꼽히던 초콜렛을 덮어놓은 모양이란….맛있는 것 세 가지를 하나로 모아 놓은 최고의 완성품이었다. 그 초코파이는 가격도 한동안 100원대를 유지하면서 제과점의 고급 과자나 빵과는 달리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하여 이 특별난 과자는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고루 애용되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2교시 끝나면 ‘간식시간’ 이란 것이 있었다. 집에서 적당한 간식을 싸 와서 당시 급식이었던 우유(돈을 내야만 먹을 수가 있었음)가 도착하는 시간에 함께 먹도록 했었다. 그러나 어린마음에도 간식 준비때문에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시락을 싸 주시는 것만도 힘드신 데 감자 하나를 삶더라도 간식까지 준비하셔야 되는 어머니께 죄송하기 그지 없었다. 간식을 싸 오는지 검사도 받아야 했으므로 안 가져 갈 수 도 없고 해서, 마땅히 가져 갈 것이 없는 날은 초코파이 하나를 사서 가져 갔던 기억이 난다. 우유와 함께 먹는 초코파이는 가끔 어머니 수고도 덜어 드릴 수 있고 맛도 훌륭했다. (초코파이를 돈 주고 살 수 있는 초등학생, 우유급식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집이 부자였던 것은 아니고… 그런 가시적인 경제적 윤택함을, 어머니 아버지들의 땀이 영글어 낸 열매의 단맛을 맛보기 시작한 세대라고 이해해 주심 될 것 같음)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예전처럼 초코파이를 좋아하지는 않게 되었다. 왜냐, 먹을 수 있는 간식의 폭이 더욱 넓어졌음. 특히 돈을 내고 사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하지만 그것은 추억을 만드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무언가를 기념하고 축하해야 하는 상황에 케잌을 마련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을 만들어 내었고, 그 방법은 우리들 사이에서 말없이 퍼져 나갔으니 그것은 바로 초코파이 케잌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나가 되었든 그 이상이 되었든 간에 원하는 만큼 초코파이를 쌓고 적당한 위치에 초를 꽂아 누군가를 축하하는 일에 그만한 것이 없었다. 왜? 정(情)이 담겨 있었으니까.
그 외에도 초코파이는 오랫동안 대단한 사랑 받아 왔던 과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초코파이에 대한 연구와 그 마케팅에 대한 보고도 나올 만큼 그것이 대한민국 제과 업계에 미친 지대한 영향도 과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말했듯이 74년에 소개된 오리온 초코파이 이후 수많은 초코파이가 나왔지만 오리온 초코파이의 아성을 누르기에는 미흡했다. 이미 초코파이라는 이름이 고유명사 화 되어 모든 상품의 초코과자가 초코파이란 이름을 달고 상점에 나와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초코파이란 오직하나 별을 달고 한자로 정(情)을 붙인 그 초코파이만이 우리에게 진정한 그것의 의미로 다가올 정도로 정든 초코파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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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이래 지금까지 (2001년 기준) 80억 개가 판매되었다는 초코파이는 대한민국 인구 4천 500만 명 기준으로 한 사람이 150여 개의 오리온 초코파이를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은 2003년이니 더욱 많겠죠?) 게다가 94년 이후 해외시장에 진출해 97년에는 중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기에 이르렀으니 정 초코파이는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그러한 초코파이도 80년대에 이르러 매출 감소의 위기를 맞았으나 그 아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하였으니 그것이 광고 마케팅이었다. 제품을 잠 재우느냐, 아님 판촉을 통해 부활시키느냐의 기로에서 광고에 상품의 인성을 담아 내는 방법으로 다시 사랑 받는 제품으로 우뚝 서게 된다. 바로 우리가 초코파이 하면 ‘정(情)’하고 떠올리듯 텔레비전 광고에 정(情)을 모티브로 하는 시리즈 광고를 소개해 한국적 정(情)이라는 컨셉으로 다시 한번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된다. ‘초코파이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자 정(情)’이라는 메시지로 소비자들의 뇌와 마음을 침범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제품을 생산하는 과학적 기술, 제품의 이미지 ‘정(情)’ 개발, 그리고 그를 포장한 마케팅 전략 등이 오늘의 초코파이의 아성을 낳게 된 것이다.
2001년 ‘내외경제’의 보고를 보면, 100년 후에도 여전히 사랑 받을 제품으로 초코파이가 네티즌들에 의해 선정되었다 한다.
· 초코파이: 47%
· 새우깡: 35%
· 바나나 우유: 9%
· 맛동산: 8%
어른이 되고 나니 내게는 더 이상 초코파이가 맛나지는 않지만 미주에 살고 있는 지금, 한국 식품점에 놓여 있는 초코파이를 볼 때마다 정든 그 과자가 반갑다. 어릴 적 그 시절, 먹고 싶은 것이 확실하던 때를 생각해 보니 그렇게 대단한 과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끝맺음으로 초코파이에 얽힌 퀴즈하나!
문제: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으려면?
정답: ‘군대에 간다’ 가 정답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