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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마도 두해남직 전의 일이었다.
봄이 가까워지고 있는 어느 금요일 날, 친구들이 모두 모여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엘 다니고 하게되니 같이 영화관에 가는 일은 좀처럼 없게 되더니 지금은 그나마 주말에 밥먹으며 비디오 한편 보는게 고작이다. 그날은 그나마 모임을 하던중 같이보기로 한 영화가 있어 특별히 준비된 것이긴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우리는 우리중에 어린이가 끼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크게 자각하지 못했다.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모임엔 솔직히 어린이 회원이 하나 있다. 남들이 보면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모임을 갖는 열린 집단인듯하나 알고 보면 어린이는 그 어린이 단 하나뿐인 이유와 함께 어린이 대접을 받는것이 아니라 어른과 같은 대우로서 한자리에 하다보니 어른들이 간과해버리는 상황이 제법있다.
예를 들면 어른들의 밥반찬에 어린이 숟가락만 하나 추가한다거나 어린이의 취침 시간에는 상관없이 모임을 진행하여 다음날 그 어린이의 배꼽시계가 아침을 차리라고 울려대도 조금 모른 채 한다던가하느 것들 외에도 우리는 가끔씩 그가 어린이 임을 잊고 행동하게 된다.
그날도 그러했다.
우리가 보기로한 영화의 제목은 ‘아메리칸 히스토리 x.’ 썩 예술성이 있거나 세련된 구성의 영화라기 보다는 백인 우월주의가 낳은 인종혐오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신경을 쓴 영화였는데, 한참을 보다보니 꽤 강도 높은 욕설이 계속 흘러 나옴을 감지 했을때는 이미 우리곁에 예의 그 어린이가 앉아서 같이 그것을 꽤나 오래 보고있었던 후였다.
첫번째 욕설이 흘러 나왔을때 흠칫 놀라 아이를 처다보고 다음 액션은 그옆의 엄마였나 앉아있던 누군가가 아이의 귀를 막고, 계속된 욕설이 나오자 결국은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다른일을 하도록 조처하고도 결국 아이엄마는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우리가 무심한 사람들의 집단인지 아님 주변에 아이가 없어 주의를 하지 않음인지 아이를 위한 배려를 그다지 신경쓰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아이를 무척 사랑한다. 아주 많이. 어느 정도냐면 그 아이가 걸스카웃 쿠키를 다른 아이들 보다 많이 주문 받지 못해서인지 신청이 잘못 되어서인지 판매할 물건을 배분받지 못해 기분상해 돌아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아무 혈연관계도 없는 우리 삼촌들과 이모들은 맹목적이고 무모한 태도로 흥분이 극도에 달해서 ‘애가 그래서 기죽으면 안되지. 그럴땐 무지 맘 상하지’ 하며 자신의 경험을 반추, 극기야는 한사람이 30개씩 새로 주문하자며 아이편을 들고 일어섰다. 그 어느 반대 시위 때 보다도 더욱 하나로 뭉쳐 극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우리 집단… 동시에,
“@@야 쿠키 많이 안팔아도 되!”
하며 위로했던 나자신은 그들의 반응에 흠찔 놀랐던것도 사실이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그날도 모임에 가기위해 옆건물로 걷다가 그 @@이 모녀가 차를 주차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한후 함께 모임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이란게 주섬주섬 별 필요 없는 것들도 싸들고 다니길 좋아해서 물건을 창기느라 좁은 길을 우리들 넷이 좀 막고있는 형상이었다. 길 옆은 평탄한 잔디. 때마침 정면에 쇠몽둥이를 흔들며 다가오던 한 젊은이 길을 비켜 달라던가 아니면 조금 비껴가는 액션을 취하지도 않고는 우리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강도깊게 욕을 해댔다. 순간 화가난 나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평소의 나는 조용하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으로 살아왔으나 미국 생활을 하다가 늘어난 것은 제대로된 것을 따져보면 손해볼 것은 없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혐오스러운 말을 들으며 발끈 해지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화를 좀 내게되었다.
머리를 박박 민 모습이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 본 Skinhead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사건 이전엔 난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었다. 아뭏든 그사람이 우리에게 욕을했다는 사실과 그것도 애가 있는데 '이땅에서 주눅이 들까봐'라는 생각만을 고려해서 나도 조용히 욕 한마디를 해주었다. 그러자, 조용히 우리 네사람이 모퉁이를 돌 무렵 그 녀석이 쫓아 왔다. 예의 그 쇠파이프를 들고... 그러더니 더 심한 말을 해대기에 그에 대응하는 욕이라기보다는 말장난으로 되받아 주었더니 덩치큰 녀석이 붉으락 푸르락 해졌다. 내 옆의 일행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 난 정말 주변상황이 정리가 되지앉은 채 마구 녀석을 약올렸다. 사람들이 조용히 말렸다. 그만하라고. 물론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사람을 약올리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 걸으면서 말장난을 좀 쳐주었다. 녀석이 약오르니까 계속해서 따라온 것이지. 그러니까 모임장소인 집까지는 고지가 머지 않은 상태. 조금은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와 길을 가던 어린이에게 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아차 싶었다. 결국 녀석이 대범해서 나같은 사람은 건들지 않는게 낫겠다 싶어서 였는지, 아님 통이 작아서인지 코너를 돌지 않고 그냥 가버렸고 난 야단을 맞고 말았다. 넌 아이도 있는데 저녀석이 덤비면 어쩌려고 그랬느냐고. 난 이렇게 대답했다. '동양인이라고 아무말 안하고 가만 있으니 더 우습게 보고 욕하는것 같아 참을 수 없었다.'라고... 더구나 아이까지 있는데 기죽는건 더 싫었다.
그러나 나의 두가지 잘못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첫째, 아이 앞에서 욕을 한 점. 둘째,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까지도 위험하게 만들 정도로 무모한 일을 했다는 것. 결국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안그러마하고 다짐했다.
얼마전 음식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
음식을 시켜놓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엘 갔는데 겨우 자신의 의사표시나 할 수 있을까 싶은 어린아기가 기저기 가는 받침대에 앉아 울고있었다. 곧이어 들어온 엄마, 다시는 떼쓰지 말라며 아이를 꾸짖더니 확 들고 나가버렸다.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는데 곧 다시 들어온 모녀. 울어대는 아이를 그대로 올려놓고 막 화를 냈다. 짐짓 교양있는 말투로 여러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아이에게 그녀가 퍼붓던 말은
“PUBLIC에서 어떻게 그따위 행동을 하느냐, 다시 또 떼를 쓸거냐. 알아 듣겠는냐…” 쉼 없이 쏟아붓던 그 말투와 그녀의 중압적인 목소리가 어른인 내가 들어도 공포스러웠다. 아이는 겁에 질려 안그러겠다고 했지만 그후로도 몇번을 화장실을 다녀가며 같은 행동을 되풀이 했다. 그녀의 이야기중에 엄마라는 말대신 선생님이라고 잘못 지칭했던 것으로 보아 직업이 선생님이었던것 같은데 아이를 맡기기엔 너무 공포스런 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그녀가 말한 “PUBLIC” 에서 그녀가 더 교양없이 어린아이에게 화를 내며 일반인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사과도 없이 소리쳐 대고는 음식 백화점 한가운데서 남편과 아이와 셋이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란… 겁에 질린 아이는 엄마가 주는 밥숟가락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고 아빠품에 안겨 밥을 먹게 되었다. 지나치게 엄격하여 오히려 일반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엄한 모정이 무조건 오냐오냐해주는 모정에 비해 별반 나을 것도 없는 모습이였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옛 사람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이 예찬에 빠뜨리지 않는 문구이다. 어린이를 존중하다보면 어른의 행동도 그야말로 ‘바른 생활’이 되겠지. 그래도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어린이를 대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한때 학부에서 에세이만 썼다하면 꼭 나오던 그 주제를 기억하는지들. 어린이를 더욱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실을 인지하며 자라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동화와 같이 아름답고 예쁜 것만 보여주며 인위적인 현실을 머리속에 그리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 한번씩은 했을 것이다. 나는 열렬히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쪽이었는데 그현실을 어떤식으로 보여 주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나이가 드니 더욱 더 난감해진다. 어린이를 친구처럼 대하고는 싶은데 어떤식으로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심한 욕도 들려주어서는 안되겠고 지나치게 엄격하여 오히려 주변을 부담스럽게 하기도 싫고, 너무 위한다고 자기만 생각하도록 하고 싶지도 않고 지나치게 영악하지 않았으면 하며 가끔씩은 하고싶어도 할 수 없는 절망감이란 어떤 것인지 알았으면하고… 정의로우며 순수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어린이 만들 지혜로운 방법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