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두 번 서점 나들이를 한다. 책을 사놓는다고 다 읽는 것도 아니지만, 갈 때마다 한 권 정도는 산다. 왠지 그럴 때면 기분이 고양되는 느낌이다. 보통 서점을 둘러 볼 때 베스트셀러 코너, 신간 코너, 매대, 분야별 서가 순으로 둘러보는데 아무래도 베스트셀러 코너에 계속 놓여 있는 책들은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랬다. 애초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은 아니었지만, 갈 때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 있어서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싶어서 샀다. 호기심에 사놓고 한동안은 읽지도 않았다. 그러다 한 번 읽기 시작했더니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한 손석희 앵커의 추천사 중에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이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라는 말이 있다. 나 또한 문유석 판사의 생각의 대부분과 – 그와 생각이 겹친다는 손석희 앵커의 생각까지 포함하여 – 그의 성향이 상당 부분 나와 겹친다는 데 놀라움을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바는 '정답은 없다.', '도그마에 빠지지 말자' 이지만 저자와 생각이 같다는 것을 깨달을 때면, 마치 내가 정답을 찾은 사람처럼 신났다.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으나 글재주가 없어서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앞뒤 좌우로 가득한 꼰대들, 주변의 눈치 보기, 인생의 단계별로 놓여 있는 듯한 통과의례, 남들과의 비교, 기타 등등. 답답한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로 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하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합리적이고 교양있는 개인주의자들의 연합임을 나도 느끼고 있다.

 

   그 연장 선상에서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이 나라의 갑갑함이 어디서 온 것일까 가끔 생각한다. 나는 나라가 너무 작아서가 아닐까 싶다. 너도나도 똑똑하고 경쟁력이 있지만, 그들 모두에게 돌아갈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파벌을 이루고 무리 안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애쓰고, 다른 무리를 배척하고. 이 좁디좁은 우물 안에 너무 잘 생기고 큰 물고기들이 가득하니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병폐가 아닐지. 그렇다면 해결책은 우물 밖을 넓히거나, 옆 동네에 우물을 개척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스트레스를 줄이며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즉,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꼭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는 게 아니고, 꼭 대기업에 들어가야 안정적인 게 아니고, 사람들의 도전 과제가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목표만 다양하게 설정해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누구보다 잘해나가지 않을까? 그만한 능력이 다들 있으니까. 하지만 오로지 공부에 목숨 걸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 쓰는 집단주의 문화가 더 큰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끝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명문장은 없지만, 글이 너무나 편하고 부드럽게 읽힌다. 지은이가 쓰는 판결문도 이처럼 읽기 쉬울까. 그렇다면 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첫 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번째 장은 배꼽을 잡으며, 세 번째 장은 고민하며 읽었다. 최근에 신간이 나왔다고 하니,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화두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지은이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개인주의자여! 약진 앞으로! 내가 있는 가정에서, 또는 직장에서 개인주의자로서 당당히 살아가자. 따로 그리고 때때로 같이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가끔 대나무숲에라도 가서 마음속 구석에 쌓인 외침을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견뎌야 하는 것들이 지긋지긋하게 싫다고 말이다. 눈치와 체면과 모양새와 뒷담화와 공격적 열등감과 멸사봉공과 윗분 모시기와 위계질서와 관행과 관료주의와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와 장유유서와 일사불란함과 지역주의와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와 모난 돌 정 맞기와 다구리와 폭탄주와 용비어천가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_ 9쪽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차이에 대한 용인이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이웃을 ‘사랑’ 하기까지 하겠는가. 그저 큰 피해 없으면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제발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해나가자고요." 평생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야 될 정도로 백인 경관들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한 로드니 킹이 그로 인한 LA 폭동 때 평화를 호소하며 했던 말이다.
_ 10쪽

장금아,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는 게 있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 너는 얼음 속에 던져져 있어도 꽃을 피우는 꽃씨야.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라고 격려해주면서도, 끝에는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라며 알아주는 마음. 우리 서로에게 이것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_ 14쪽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중고등학교 때 지루하게 배우던 로크, 밀, 몽테스키외, 루소 등의 이름과 함께 나오는, 지금의 서구식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다는 그 개인주의 말이다. 무슨 시대착오적인 소리냐, 19세기 얘기를 21세기에 하고 있냐는 반문이나올 것이다. 글로벌한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악의 근원이라며 앞에 ‘포스트‘ 내지 ‘후기‘가 붙은 길고 복잡한 대안을 얘기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은 이거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이전에 구자유주의라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 사회일까? 자본주의 후의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제대로 된 자본주의라도 해본 적이 있나? 근대적 의미의 개인을 존중해본 경험 없이 탈근대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 아닐까?
_ 23~24쪽

왜 개인주의인가.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다층적 갈등구조의 현대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이 당신을 영원히 보호해주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 주체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개인이 먼저 주체로 서야 타인과의 경계를 인식하여 이를 존중할 수 있고, 책임질 한계가 명확해지며,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에게 최선인 전략을 사고할 수 있다.
_ 25쪽

어차피 정답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어사 박문수나 판관 포청천처럼 누군가 강력한 직권 발동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악인을 엄벌하는 것을 바란다.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혜안 있는 영웅적 정치인이 홀연히 백마 타고 나타나서서악인들을 때려잡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_ 27쪽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불행하다는 속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염세주의 철학자는 "수요일에 태어났다고 예외일 수는 없지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_ 28쪽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 배가 몇 겹씩 접혀도 남들 신경 안 쓴 채 비키니 입고 제멋으로 즐기는 문화와 충분히 날씬한데도 아주 조금의 군살이라도 남들에게 지적당할까봐 밥을 굶고 지방흡입을 하는 문화 사이에 어느 쪽이 더 개인의 행복에 유리할까?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_ 32~33쪽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_ 54쪽

결국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인 수직적 가치관을 버리고 수평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 서 다양성의 존중, 아니 그걸 넘어서 다양성을 숭상하는 것이 사회 다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처음에는 위선이어도 좋고, 듣기 좋은 사탕발림이어도 좋다. 성숙한 가치상대주의가 내면화될 때까지 의식적으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의 미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_ 55쪽

평생 하루하루를 분노, 절망, 투쟁, 당위만으로 채우는 것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불행하다. 그리고 그들이 이끌고 가는 곳에 행복한 유토피아가있을 리 없다. 나는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을 채워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에는 주저 없이 자기 힘닿는 범위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인류역사에는 언제나 비극이 가득했지만, 그 어떤 불행한 시대에서도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_ 62쪽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황현산 선생의 글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리 두터운 현재를 갖고 있지는 못하기에 서로일깨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주변의 친밀한 세계와 사회라는 커다란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_ 119쪽

베트남도 캄보디아도 결코 우리에 못지않은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적 전통을 가진 나라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겉모습만 보고 가난한 이웃을 멸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수치를 모르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_ 127~128쪽

더 심각한 것은 ‘왜 선비인 척하느냐‘는 한마디다. 요즘 인터넷에는 ‘선비질‘이라는 용어가 횡행한다. ‘선비‘가 모멸적 용어인세상이다. 위선 떨지 말라는 뜻이다. 속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는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_ 133쪽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_ 136쪽

판을 흔드는 아이디어를 불쑥 내는 부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관리자들의 할 일이다. 그게 부담스러운 관리자는 무능한 거니까 그쪽이 나가야 하고, 학벌 타령은 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기업이 아직 배가 덜 고프다는 증거다.
_ 166쪽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감히 대단한 명답을 제시해 분쟁을 해결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이 멍석만 깔아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아주 어렵고, 잃기는 아주 쉽다. 오직 진심만이 그 신뢰를 얻는 열쇠일 것이다. 조정 달인의 비결은 아마도 이것이었던 것 같다.
_ 174쪽

유토피아는 믿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가만히만 있다보면, 상상보다훨씬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스스로 공동구매하지 않으면 강제배급받게 될 테니 말이다.
_ 194쪽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할 수 있을 뿐 그대로 베끼면 되는 모범답안은 세상에 없다. 할 일은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하나하나 실용적으로 찾아가며 앞서가는나라들의 장점이나 경험을 부분적으로 참고하는 것이다.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유토피아적 환상을 경계하며, 더디더라도 분명히내일은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담대한 낙관주의를 가지고서 말이다.
_ 265쪽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Dare to be an optimist.
_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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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시간술 - 적게 일하고 제대로 쉬는 기술
가바사와 시온 지음, 정지영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면서도 이런 책들을 찾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삶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일어 설 계기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뻔한 이야기군!' 하며 책장을 덮기에는 오랜만에 내 마음에 들어온 녹색불이 눈에 밟힌다. 나는 최근 한 달간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늦은 밤까지 야근하다가 막차를 겨우 타고 집에 돌아온 뒤 그대로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했다. (162쪽) 책 한 줄 읽을 시간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짜증만 낼 뿐이었다. 몸은 지치고 머리는 멍해져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왜 누가 더 잘 참는지 경쟁하는 듯한 인생을 살았던 걸까.'(49쪽)

 

   이 책은 시간 관리를 통해 인생을 더 알차고 즐겁게 사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바 집중력을 활용한 시간 관리법이다. 요약하자면, 하루 중 집중력이 가장 높은 시기는 기상 후 2~3시간이 지난 아침 시간대이며, 이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시간대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들을 배치하면 된다. 사람의 집중력은 15분, 45분, 길게는 90분을 넘지 못하므로 그 사이사이 재충전할 수 있는 산책이나 대화, 짧은 수면이 필요하다. 1시간 정도의 유산소운동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이렇게 낮 동안 효율적이고 알차게 일한 후에는 저녁에는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보내야 한다.

 

  참 아름다운 삶이다. 나 또한 꿈꾸는 삶이기도 하고. 아마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는 이 시대 20~40대의 청장년들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시간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원할 때 퇴근할 수 없다면 그 신묘한 기술을 몇 백번을 부려도 내 삶은 더욱 더 고단해질 뿐이다. 간혹 누군가만 해내는 '신'의 시간술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술이 되려면 고위직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의 생각이 바뀌고 나아가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신통한 시간술로 얻을 수 있는 '저녁 있는 삶'이 '신'과 같은 몇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나머지 장삼이사들의 삶은 어쩌란 말인가. 휴. 이제 조금 회사 일로부터 한숨을 돌리게 된 지금, 나도 2018년의 남은 며칠들은 꼭 이렇게 보내고 싶다. 어렵더라도 내년 이맘때까지만이라도 이 마음과 이 평화를 잃고 싶지 않다.

 

 

p.s. 하지만 이런 책들의 저자들은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집필'을 한다고? 일 년에 한 권 내던 책을 다섯 권이나 내게 됐으니 생산성이 몇 배 높아진 거라고? 환자들과 씨름하지 않으며 오전에 책 쓰고 저녁에 영화 보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당신의 결단이기도 하지만, 그런 삶을 꿈꾸는 갑남을녀들이 당신의 책을 많이 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디 당신의 성취에 취해 '나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도 우리가 찾아서 불러주기 전에는 이름 없는 꽃에 불과하였다.

집중력이 높은 시간은 기상 후 2, 3시간, 휴식한 직후, 퇴근전의 시간대, 마감 전날 등인데, 그렇게 집중력이 자연히 높아지는 시간대에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집중력을 가미해서 일의 계획을 세우기만 해도 업무 효율은 2배, 아니 그 이상 달라질 것이다. 집중 업무와 비집중 업무를 직소 퍼즐처럼 각기 알맞은 시간대에 끼워 넣기만해도 업무가 눈에 띄게 효율화되고 시간이 창출된다. 이것이 시간의 직소 퍼즐 이론이다.
_26쪽

미국인들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깨달음을 얻은 순간 내 머릿속의 회로가 완전히 전환됐다. 어째서 나는 누가 더 잘 참는지 경쟁하는 듯한 인생을 보냈던 걸까.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답게 살아가자!
_ 49쪽

"기상 후 2, 3시간, 뇌의 골든타임을활용하자"고 해도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다음 세수하고, 몸을 단장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리고, 출근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회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뇌의 골든타임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빨리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다. 빨리 일어나서 출퇴근 러시가 시작되기 전에 전철에 탄다. 전철 좌석에 앉아 편안히 독서를 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_ 111쪽

낮에는 척척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가장 건강하게 일하는 방식이다. 즉 하루 동안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야근하다가 막차를 겨우타고 집에 돌아온 뒤 바로 목욕과 식사를 끝내고 그대로 이불로직행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가장 건강에 나쁜 생활 습관이다. 쉴 틈도 숨 돌릴 틈도 없다.
_ 162쪽

일에 중독되어 "나는 일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 쉬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병에 걸린다. 자유 시간을 일하는데 돌리면 업무 시간이 끝없이 늘어난다. 만약 ‘좀 더 일하고 싶다,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 좀 더 수입을 늘리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업무 효율을 올리기 바란다.
_ 215쪽

지금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해지지 않는다. 행복감이 0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감 100을 느낄수는 없다. 작은 행복이라도 좋으니 그 행복감을 지금 느낄 수 있는가? 오늘 느낄 수 있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즐기는 일이 바로 인생이다. 지금 참는 사람은 평생 계속 참을뿐이다. 여러분이 자유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즐기는 데 우선적으로 할애하기 바란다. 그것도 TV나 게임같은 표면적인 잠깐의 즐거움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다고 느끼는 활동에 자신의 정말 귀중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_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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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oad5304 2018-12-2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보고 갑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일기를 써보자는 다짐을 몇 년째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군대시절 수첩에 세네줄씩 쓰던 일기는 아직까지 남아 그때 일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두 달 전의 일들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은다. 기록은 중요한 일이고 그 시간을 견디고 이해하는 의식과 같다. 다시금 이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자서전 쓰기에 대한 엄청난 스킬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시대와 나의 삶을 엮는 연표 쓰기, 인간관계와 에피소드를 기록하기. 모두 단순한 지침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스킬이 있을리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그의 수강생들이 쓴 그들의 역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연이 있고, 어느 드라마나 영화가 담을 수 없는 애환이 있다. 차라리 지은이가 끊지 말고 그들의 자서전을 오롯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의 성공과 관계 없이 개개인의 역사는 이토록 귀하고 옹골지다. 나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부터라도 일기를 남기고 틈틈이 연표로, 목차로 남겨보자고 마음 먹었다.

강의 제목에 ‘현대사 속에‘라는 단서 조건이 왜 붙게 되었는지 잠시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단서를 붙인 이유는 이제부터 써내려 갈 자기 역사에서 단순히 ‘성공 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를 의식하면서 자기 역사를 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과 ‘자기 자신이 살아온 시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완전히 밀착된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 동떨어진 관계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시대 의식을 가지고‘라는, 이른바 시대론적인 요소를 자기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넣도록 지도하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 역사란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동시대의 구체적인 역사를 실마리로 삼아 돌이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사라고 할 수 있다.
_ 9쪽

결국 자기 역사를 써 내려가는 데 있어 부모님 내지 가계와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기술방식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다면 이를 위해서 필요한 준비 작업을 조금 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모님 내지 친척 중에 집안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서 이야기를 들어 두는 것이 좋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기억에 따라 쓸 수 있지만, 가계와집안 일과 관련한 이야기일 경우에는 자신의 기억만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잘 모르는 부분은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집안이든 적어도 한 사람 정도는 집안 역사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다. 그 사람을 찾아가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방법을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
_ 54쪽

마지막 구절에 매우 좋은 표현이 담겨 있다. 싫어했던 것이나 괴로읽던 것을 자기 역사로 써 내려가면서 "조금씩 정화되면서 모든 일이 그리운 추억으로 자리해 갔다"라는 부분 말이다. 자기 역사를 쓰면 많으 사람들에게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큰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_ 79쪽

자기 역사의 후기‘에서 그는 심리학자 존 크럼볼츠의 ‘계획된 우연성 이론‘을 인용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의 만남에 의해서 인생의 80퍼센트가 결정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_ 116쪽

결국 ‘자기 역사 연표‘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 ‘에피소드 수첩‘ 이 세가지가 자기 역사를 쓰기 위한 3대 준비 작업이라고 해도 좋다.
_ 273쪽

인생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동시에 병행되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에서 지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뻔한 규칙에 질 것이 뻔해 보이는 게임은 서둘러 던져 버리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게임으로 이행하는 것이 인생에서 올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올바른 전략은 이기고 지는 것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생 게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이기고지는 것에 그리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쪽으로 이동하는것이다.
_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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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oad5304 2018-12-23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은 되지만, 일기쓰기는 생각 만큼 실천하기 어려운거 같아요~혹시 비결이 있나요~??^^
 

요즘은 명실상부한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퇴근길 인문학’이란 제목은 더 없이 아름답지만 내용은 이름에 비해 많이 모자란다. 꼭지별로 수준차도 심하고, 이런 글을 읽는 것이 왜 인문학인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퇴근길에 한 꼭지씩 읽고 흥미를 돋우길 바랬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기자 조지 앤더스는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라는 저서에서 인문학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돈이 되고 고용을창출하며 혁신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브루킹스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미국의 전공별 고소득자를 살펴보니 철학·정치학·역사학 전공자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것이다. 증권·금융은 물론이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설립자의 3분의 1이 인문학 전공이라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미국 대선 경쟁에까지 나섰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등도 인문학 전공자들이다.
_ p.7

레밍은 대략 4년 주기로 급증했다가 대량 사망하고, 개체 수가 줄면 빈공간을 이용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기적인 사이클을 보인다. 레밍이 한꺼번에 죽었을 때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먹이가 모자라 굶어 죽은 게 아니었다. 과밀화 상태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지레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돌변해 정상적인 대사 리듬이 깨어진 상태였다. 남을 공격했는데 내가 망가지는 ‘부정적 그물‘에 덜컥 걸려들고 만것이다. 검은 기운이 덮친 레밍을 포식자가 잡아먹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레밍은 별 수 없이 스트레스에 번번이 패한다.
_ p. 27

전문가로 뜨긴 떴지만 지는 것도 쉬워 보인다. 견디는 힘을 키우면서변신 능력을 꾸준히 기르는 게 상책이다. 환경은 바뀌고 사회의 요구도달라진다. 변할 수 있는 힘을 넓혀야 살아남는다.
_ p. 53

과례나 관행도 문제다. 과거의 방식을 의식적으로 답습하게 된다면 꾼대질에 갑질을 더하게 된다. 잘못된 악습이나 구습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대대손손 따르고 싶어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기 조선시대의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며,
저지르는 갑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며느리도 귀하게 자란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생각보다 며느리는 일꾼이라는 구닥다리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에 빠삭한 50대가 있다고 치자. 대학 다닐 땐 정작 민주화 운동을 못 본 체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스펙도 쌓았다. 고속 승진으로 50대에 기업의 임원이 된 그는 이제 정치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그러나 정작 회사에서 사건이 터져 부하 직원이 불이익을 받고 힘들어할땐 옳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소중하게 여긴다.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은 손톱만치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에게정의는 박제된 채 입만 살아 움직일 뿐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불의도 못 본 적하고 이익만 챙기면서 겉으로만 국가의 대의를 논하고 정의를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_ p. 63

취음에 나치는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은 노동운동가를 잡아갔다.
역시 침묵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교도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내 이웃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침묵했다. 그들이 잡혀가는 것은 뭔가 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친구들이 잡혀갔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다.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내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뮐러 Martin Niemiller
_ p. 65

가 마크 트웨인도 재테크 투자에서는 뉴턴 못지않았다. 주가상승천호돼 몰빵투자(집중투자)를 했다가 거덜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10월은 주식투자에 극히 위험한 달이다. 또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1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위험하다"는 명언도 그래서 나왔다.
_ p. 323

여기서 문제는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가일상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데 있음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일상은 팽개치고,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까마득히 높고 멀리있는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을 찾으려 한다. 그것을 ‘관심‘이라는 말로 포장해놓고, 하다가 안 되면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인 양 포기한다.
무관심의 끝은 참으로 슬프다. 자기가 해야 할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공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남에게 밀어버린다. 자신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객관화시켜 저 멀리 내보내고 만다. 오히려 그런 생활을 즐기기까지 한다. 인생을잘 살기 위한 공부인데 내가 먼저 찾아 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
_ p.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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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게임 - 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기술
데이비드 월러.루퍼트 영거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비해서 생각만큼 볼거리는 없는 책이다. 평판은 행동과 네트워크와 스토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평판은 다른 누군가의 판단이므로 거기에 종속될 이유도 없지만 삶에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뻔한 사실의 나열이다. 풍부한 사례는 반갑지만 그 뿐이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부제는 상술이었다. 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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