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5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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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친구가 시험기간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있다기에 ‘시험기간에 그렇게 재밌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공부는 언제 하려고 하느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 적이 있다. 사실 그 때 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소설인데다 몇 년 전에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작을 읽고나니 영화는 정말 허섭스레기로 느껴졌다. 450여 쪽씩 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탓에 시험기간이 끝난 뒤에 때 아닌 집중과 노력을 쏟게 되긴 했지만, 그만큼 몇 배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 채로 14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던 에드몽 당테스를 보면 마치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떠오르기도 하고, 뒤이은 복수극과 용서를 보면 숱한 근현대 문학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의 줄기를 이루는 이 소재가 1807년에 프랑스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고 하니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신문의 휴지통 란에나 나올 법한 이 사건을 그저 수다거리 정도로 놔두지 않고 당시의 사회상과 신과 복수와 용서에 대한 대작으로 완성한 뒤마의 필력이 참 대단하다. 그의 이야기가 지금에 와서도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글의 재미와 이야기 자체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보편성을 갖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카드루스였다. 그는 당테스의 성공에 대해 질투하면서도 그에게 씌어진 억울한 누명에는 함께 아파하고, 하지만 누명을 벗겨주다가 자신이 곤경에 빠질까 두려워 모른 척 뒤에 숨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순수에 대한 보답으로 다이아몬드가 생겼지만 행운을 끝까지 의심하고 더 큰 욕심을 부리던 통에 굴러들어온 행복마저 놓치고 만다. 하지만 나는 이 허술한 인물이 완벽하고 고고하며 강인한 심판자로서의 에드몽 당테스보다 더 애착이 갔다. 그의 의심과 너절함이 너무나도 평범해서 때로 비극적이기까지 한 우리들의 삶의 무게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카드루스의 이야기에서 에드몽 당테스가 곤경에 빠질 때처럼 안타까웠다.

  남에게 고난을 준 자는 결국 무너졌다. 복수를 꾀한 사람이 몇 가지 우연한 사건의 가닥들을 필연으로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고난을 받은 자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에 의해서 무너져 내렸다. 아니, 복수에 놀라 뒷걸음질치던 순간, 그가 저질러 놓은 또 다른 죄의 덫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그러고 보면 역시 복수란 인간의 영역이 아닌 듯도 싶다. 하지만 신의 심판에 걸리는 공판기간이 인간의 기준과는 너무도 다르기에 우리는 여전히 신의 존재와 그의 판결을 의심하고, 복수의 칼날을 간다. 하지만 복수는 상대방보다 자신의 삶을 먼저 파멸시킨다.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나는 저 사람이 미워 죽겠는데, 나는 저 사람 때문에 매일 속을 끓이는데 정작 본인은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하루하루 너무도 편하게 산다. 결국 먼저 나가떨어지는 것은 미워하는 내 자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마지막 외침은 우리에게 다시 진리로 다가온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장황한 연설조의 대사와 황당하고 우연한 사건들로 점철된 영웅담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뒤마의 이 소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그리고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게 부풀려놓은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마무리 짓는 재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을 때면 잠시 현실에서 발을 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진정한 이야기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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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3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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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에는 두 개의 약이 있다. 시간과 침묵이 그것이다.-83쪽

빨간 요람 속에 헤어나서 바랄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산다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모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나운 바다에 떠도는 배에 목숨을 내맡겹지 못한 사람은, 맑은 하늘의 진가를 모릅니다.-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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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친밀함 - 좋은 관계를 만드는 비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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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로 친밀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첫째 서로 통하는 느낌(CONNECT)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서로 살피고 도와주어야(CARE) 한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있어야 그렇게 할 수 있다. 이용 가치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고 그냥 좋은 관계가 친밀한 관계이다. 셋째는 나눔(SHARE)이다. 이기적인 관계가 아니고 서로 좋은 것을 주고 받는 관계이다.-160쪽

'나는 누구인가?'의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안다. 남 앞에서 과장할 필요도 없고 기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한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다. 자기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고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 위태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주체성이 확실하고 자기 가치를 아는 것이 인간관계의 기초다. 내 가치가 분명할 때 너의 가치도 분명해진다. 너와 나의 경계도 분명해진다. 너와 나의 구분이 선명할 때 인간관계가 가능해진다. 이런 선명한 인간관계 속에서 친밀함도 맛볼 수 있다.-177쪽

"내가 아는 넌 정말 괜찮은 놈이야. 스스로 너무 작아지지마."-189쪽

"나는 남보다 더 나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더 천할 것도 없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좀 더 예쁘고, 좀 더 지위가 높고, 좀 더 가졌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내가 열등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인간으로서 각자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자기 몫을 사는 것이다."-190쪽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실수도 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192쪽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사는 것이 좋다.-193쪽

자기 긍정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친밀한 관계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부족하지만 자신을 좋아해 보자. 더 이상 당신의 분노와 욕구, 그리고 감정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자신을 용납하게 되면 남 앞에서도 떳떳해질 것이다. 숨길 필요가 없어진다. 그 덕분에 당신의 두려움, 지루함과 무기력감 그리고 고독이 바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마음 속의 아이가 무시당하지 않고 사랑받게 될 것이다. 친밀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225쪽

자신의 문제를 실망 속으로 도피시키지 말고, 직면하여 속사람, 내면의 어린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올바른 신앙의 태도이다.-259쪽

사랑은 시간을 내주는 것이다.-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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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친밀함 - 좋은 관계를 만드는 비밀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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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을 받고 있는 선생님께 이 책을 추천받았을 때는 제목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만큼 절실한 주제가 없었기에 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쉽게 읽히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천천히 읽고 싶어져서 속도를 조절했다. 1부의 정신분석 사례는 특히 내가 상담에 응하고 있는 태도를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줘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2부에서는 친밀함을 방해하고 있는 마음속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밝혀주어서 내 마음의 문제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정신분석이나 인간심리에 관한 책을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유년의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마음속에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은 무당의 점괘보다도 놀랍고 믿음이 간다. 저자는 친밀함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분명하지 않은 정체성, 타인에 대한 열등감과 시기심, 지나친 죄책감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딛고 친밀감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어김없이 자기 자신을 알고 사랑하라는 것이다. 자기 내부에 있는 어린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것. 어떤 책을 보던지 자명한 해답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당신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 그러나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과 지내기는 더 어렵다. 이래저래 당신은 고립되고 외로운 새처럼 쓸쓸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당신은 당신 자신과 같이 있는 시간조차 불편할지도 모른다. 자기괴리 때문이다. 호감가지 않는 자신과 살기가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호감가지 않는 당신이 당신을 따라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비극이다. - 본문 307쪽 중에서
 
   

  위에 인용한 구절은 정확히 나를 표현한 말이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열등감도 많고 주체성도 약하며, 죄책감도 많다. 만사에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열등하게 느껴지고, 열등한 나에 대한 자학은 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없고 다른 사람을 이유 없이 두려워하는 나에게 인관관계는 늘 고욕이었다. 이런 나에게 친밀감은 사실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그런데 책을 통해서 상담을 통해서 꾸준히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이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한 발 한 발 친밀함에로 나아가는 것 같다는 자신감도 더불어 생긴다. 이 책은 내가 하고 있는 요즘의 이런 생각과 변화들을 더 견고하게 해주었다.

  내가 이 책을 다른 친구들에게 권해준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친구와 동생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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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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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에게 기도란 다만 단조롭고 무의미한 것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으나, 괴로운 날이 오게 되면 고통으로 인해 불행한 사람은 신과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숭고한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241쪽

인간의 지혜 속에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광맥을 파내려면 불행이라는 게 필요한 거야. 화약을 폭발시키는 데는 압력이라는 게 필요하니까.-293쪽

날 때부터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죄를 싫어한다는 것일세. 하지만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욕망을 주고, 죄악을 주고, 후천적 욕심을 주며, 그 결과 종종 우리의 선량한 본능을 짓누르고, 우리를 악의 길로 이끌어가는 거야. 그래서 이런 격언이 나온거지. <범인을 찾으려거든 우선 그 범죄로 이득을 볼 사람을 찾으라>는 말이 그거야.-294쪽

사람들은 저마다, 이 사화의 계급의 가장 낮은 부류에서 가장 높은 계급에 이르기까지, 마치 데카르트가 말한 여러 가지 세계와 마찬가지로, 모두 자기 주위에 조그만 이해 관계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그 속에 소용돌이가 있고 모가 난 분자가 있는 법이야. 단, 이러한 세계란, 높은 곳에 있을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거지. 그건 마치 나사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과 같은 거야. 그리고 그 뾰족한 꼭대기에 균형을 유지하고 서 있는 거지.-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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