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드레서 - The Hairdress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다양함’에 대한 찬가(讚歌)다. 이 찬가는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우선 1악장은 뚱뚱함에 대한 예찬이다. 주인공 카티(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더)는 엄청난 비만이다.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전혀 아름답지 않은 ‘뚱땡이’에 불과하지만 카티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서서 시청자들의 살을 빼는데 혈안이지만 카티에게는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카티의 지론은 말하자면 이렇다. 날씬한 사람이 있으면 뚱뚱한 사람도 있는 법이고,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이라고 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다양성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하나하나씩 구별 짓기 시작하면 다양성은 소멸하고 만다. 한편, 있는 그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자학과 차별이 발붙일 데가 없다. “내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데 남들의 시선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카티는 뚱뚱함마저도 다양성의 하나로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그대로 만족하고 긍정한다.

  2악장은 다문화에 대한 예찬이다. 영화는 카티가 베트남 출신 불법 체류자들의 입국을 도와주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설정하여 다문화사회에 대한 예찬을 노래한다. 최근에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참극과는 달리 카티와 그녀의 딸 율리아(나타샤 라비주스)는 베트남인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섞이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인다. 영화는 카티와 베트남출신 청년 티엔(김일영)의 러브스토리에 이르러 절정을 맡는다. 독일인 여자와 베트남 남자, 뚱뚱한 여자와 홀쭉이 남자, 그리고 아줌마와 젊은 남자 사이의 이 극적인 결합은 감독이 지향하는 사회를 완벽히 형상화한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에는 부합할지는 몰라도 드라마의 흐름에는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뜬금없는 베트남인들과의 좌충우돌은 영화중간에 어중간한 분량으로 삽입되어 영화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이야기의 집중도 상당히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3악장은 카티의 머리 색깔로 표현된다. 카티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손님들에게 강권하는 헤어스타일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브릿지가 들어간 짧은 머리다. 이 헤어스타일은 그 자체로 다양함에 대한 예찬의 시각적 상징으로 보인다. 사람 취향의 차이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관점으로는 그런 헤어스타일이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다양성에 대한 예찬의 상징으로서는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본다. 이처럼 헤어드레서는 세상의 기준으로는 우울하고 구질구질하게 살 것만 같은, 하지만 실제로는 박력 넘치고 긍정적인 여성 카티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함, 무지갯빛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다만 아까 말한 것처럼 영화의 중후반부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지나쳐 약간의 지루함과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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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8-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함에 대한 찬가로 보신 점 동감이에요.
그 베트남 남자는 실제로 우리나라 배우라고 하더군요.
여자가 느끼는 행복(순간이라 해도)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 장면.^^
후반(결말) 부분이 좀 바쁘게 맺는다싶었지만 경쾌하게 끝나서 다행이었어요.
헤어디자이너가 아니라 헤어드레서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카티.^^
근데 그말이 뭐가 다를까요?

송도둘리 2011-08-01 18:34   좋아요 0 | URL
글쎄요...저도 궁금했어요. 그게 무슨 차이일지...
어감에서 풍기는 손님과 미용사의 접촉의 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카티의 유쾌한 미소와 씩씩한 걸음걸이가 다시 생각이 나네요.^^
프레이야님의 감상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