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사라진다면 - 2023년, 영어 식민지 대한민국을 가다
시정곤·정주리·장영준·박영준·최경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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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사라진다? 너무나도 끔찍한 상상이었다.

저자들은 영어 공용화 이후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안에 한국어가 소멸되기 시작하고, 500년이면 한국어가 완전히 멸종되어 역사 속에 뭍힐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사실 한 언어가 멸종되는데 10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인디언 언어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 오히려 100년도 길다는 느낌이다.

한국어가 사라진다! 그 것도 영어 공용화 때문에! 나는 어느정도 타당한 상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터무니 없는 상상이라 하더라도 0.01%의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0.01%의 가능성으로도 움직인다. 예를 들어, 위화도 회군을 그 당시에 누가 예상했을까. 그 것은 0.001%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난 것일 것이다. 여진족이 갑자기 힘을 모아 청나라를 세울 것이라고 100년 전의 고려인, 명나라 사람들은 예상했을까? 영어공용화로 한국어가 없어진다는 상상은 언뜻 보기에는 0.01%의 가능성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 것은 현재의 일이 아니고 미래의 일이며, 그 것은 현재의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니까.

결론은 그럴 것이다. 한국어가 없어질 수도 있는 그런 선택을 우리는 왜 해야되는가? 그 들은 말한다. 영어 공용화가 되면 우리는 더 잘 살게 될 것이다, 국가경쟁력이 높아질것이다. 얼마나 어이 없는 상상인가. 국가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알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숨겨두고 영어 노래만 낭송한다고 경제가 잘 될리는 없을 것이다.

진짜 영어를 잘하면 국력이 신장되고 세계화된 지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꼭 그 방법이 영어 공용화여야 되는가. 0.01%의 한국어 소멸 가능성이 있는데도? 꼭 그 방법이어야 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영어 교육의 방법을 개선하고 영어재교육을 시키던지 다른 방법이야 찾으면 많을 것이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한 유명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일본 문화가 발전되려면 프랑스어를 공용화 해야한다!" 얼마나 어이 없는 말인지. 그런데 이런 말이 지금 나오는 영어 공용화 논의에도 녹아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왜 영어 공용화인가? 나는 사대주의의 발로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책의 작가들이 상상한 미래에는 이런 장면도 있다. 영어 공용화 후 100여년이 지난 미래에 중국어 공용화론이 대두되는 장면이 그 것이다. 나는 이 장면이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영어 공용화를 그렇게 주장하던 이들의 후손들이 다시 주장할 중국어 공용화! 결국 영어공용화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유익한 책이었다. 영어 공용화 논쟁이 대두될때, "영어? 잘하면 좋지. 공용화되도 뭐...나쁠거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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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7-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공용화는 문화 사대주의적 발상입니다. 영어쓰는 필리핀과 인도는 우리보다 잘삽니까? 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모든 것을 돈과 연관시키는 못된 발상들. 에이 십팔색크레파스들--->잠시 흥분했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