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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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공부 뒤에 숨어 내 삶의 다음 코스로의 한 걸음을 유예시켜본 적이 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대학교 5학년이 되었던 때의 이야기이다. 기업체는 졸업예정자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라는 변명은 실은 지금은 할 수도 없다. 결국 원하는 회사엔 가지 못했고 나는 지금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유예의 시간동안 과연 나는 그 시간의 값 만큼의 일인분을 하며 살았었을까?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 아니, 전혀 아니었다. 엄기호, 하지현의 대담집, <공부 중독>은 묻는다. 어떤, 공부를 하려 하냐고. 왜, 공부를 하려 하느냐고.


- 만점이 흔하게 되면 생기는 문제가 틀리는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생기는 거예요. 십여년 공부 생활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그 방식이 삶의 기본 태도가 될 가능성이 많아요.


- 공부가 우리 사회에서 삶의 다음 담계로 넘어가는 것을 유예시켜주는 프리패스가 되어버린거죠. (중략) 시험을 안 보면 좋은게 실제 내 능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저는 이것을 요즘 아이들이 정신 승리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서 나는 여전히 가능성있고 굉장히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는거예요. 자기애의 훼손 없이 말이죠.


사실 삶은 어느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때 배울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런 일체의 과정을 다 위험한 것이라고 불온시해요. 배우긴 배워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게 배워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삶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떄문에 피해야하고, 대신 그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관념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 입니다. 다시 존 듀이 식으로 말하면 겪는 것 없이 그저 배우는 것이죠. 저는 사는 건 감당하는 거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까지는 겪으면서 감당하는거고, 감당할 수 없을 때 문제제기가 되어야 하는데, 감당해나가는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고 할까요?



우리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0년의 과정을 거쳐 지식은 '주입 받는' 것이고 답은 '하나 뿐인' 것이라고, 그렇게 세되되어 자라는 동안 잃어버린 것들. 세상에 대한 호기심.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 다름을 이해하는 관용. 정답을 향해가는 용기. 정답을 찾아내는 시간의 소중함. 뭐 그런 것들 아닐까. 대학생때까진 뭐 하기 싫어도 알아서들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주니까  딱히 찾아서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야,  아 이것도 배우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싶다 라면서 강좌같은걸 엄청 찾아보고 들으러가고 그랬었던것 같다. 그래, 방통대도 다녔었지. 이 책을 읽고 '강좌를 찾아가 듣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안가는 것 보다 가서 듣는게 좋은것일테다. 관심 가지고 찾아본 것 만으로도 일단은 할 걸음 나아간 것일 테니까. 그런데 잘 정제되고 정리된 2시간, 을 [주입]받고 난 뒤에, 사실 그것만으로 막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워하며 그걸로 끝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그 지식을 소화할 수 있도록.'감당해내는 과정'을 거친게 맞는걸까.....하는 생각을. 


나는 여전히 공부를 하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그러나 다만 올해부터는. '위험하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생각하는 시간, 찾아보는 시간. 그렇게 '허툰' 시간을 할애하며 공부하고, 내 에너지를 들여 알아내면서. '쉽지 않게' 말이다. 여전히- 앞으로도. 이런 저런 강좌도 열심히 들으러 갈 것이다. 그러나 전에는 '2시간 동안 강좌를 들은 나'에 만족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것을 '감당해나가는 과정'을 꼭. 거치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러니까 함부로, 쉽게, 이것저것, 기웃기웃대지 않고 '정말' 원하는 것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본 뒤에 움직이는 호들갑스럽지 않게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러기 위해선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과욕이고, 허세의 수단일 뿐이지 않을까.


이 책은 사실 '공부하는 태도'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태도와, 왜 그러한 태도로 공부를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었더랬다. 엄기호 X 하현진이 대담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아직, 그것 말고는. 공부에 기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것도 현실아닐까. 나의 세대는 '공부해서 신분 상승이 가능한 세대'와 '공부해봤자 금수저에 밀리는 세대'의 중간에 선, 그나마 운이 좋은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해 봤다. 아무래도 어렵다. 이 꼬이고 꼬여 아예 한 뭉치가 되어버린 문제들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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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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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눈 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 같다." 황현산 선생의 글이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리 두터운 현재를 갖고있지는 못하기에 서로 일깨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주변의 친밀한 세계와 사회라는 커다란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신영복선생님도 감옥에서, 참으로 다양한 인간군을 만나며 삶을 배워나가시고

이 책의 저자인 문유석 판사님도 법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을 만나며 삶을 배워나가시지 않는가.


그에 반해 나는 얼마나 작은 보자기위에 서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고만고만한 중산층 집에서 태어나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고만고만한 삶을 살고있는 나.

이 '작고 얄팍한 현재'속의 나의 감수성의 질은 별로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다양한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가야겠구나. 

뉴스에 나오는 큰 사건들의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재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독신인 나와는 달리 결혼한 사람으로서의 삶 혹은 아기 엄마, 혹은 아빠로서의 삶,

혹은 나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친구의 삶,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친구의 삶,


그러니까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모든, 별 것 아닌것 같은 그러한 삶도.

사실은 별 것 아니지 않다는 인식. 모두의 하루하루는

나의 하루하루와 마찬가지로 소중하고 특별한 하루하루라는 인식을

항상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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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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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젊은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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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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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의 두 거장이 나눈 편지를 모아 발간된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마지막 책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책과 담을 쌓았던 어린이였으므로. 게다가 앞으로도 나의 '아이'를 가질 일이 없는 독신주의자이므로 동화라는 것과 가까이 지낼 길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어른이라서- 두 거장의 이름이나 근근히 '어디서 들어 보긴 했다.' 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서 이 책에 선뜻 다가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일단 두 분이 어떤 책을 썼을까, 책 목록을 훑어보았는데 권정생 작가님 책 목록에선 아동문학 문외한인 나에게도차 무척 익숙한 책 제목들이 많이 눈에 띄여서 어쩐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너의 착각이야. 아직 멀어..)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의 책 목록에서 교육론, 작법론에 대한 책이 많았기에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진중하게 우리 문학과, 국어교육에 온 인생을 바쳐온 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태 이런 분들에 대해 몰랐던 나의 부족함을 잠시 반성하고, 이오덕 선생님의 책 목록을 열심히 훑어보고있다. 조만간 글쓰기나 우리말교육에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중이다.


*  *  *


편지를 쓰는 시간이란, 오롯이 이 글을 받을 사람과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쓰는 시간'뿐만이 아니다. 이 편지를 받고 상대방으로부터 답장이 오는 그 '돌아오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삶의 꽤 많은 부분을 상대방을 생각하고, 상대방을 염려하고, 상대방을 궁금해하는 데 쓰이는 것 이리라- 그게 바로 편지를 쓴다는 일, 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간'이 없다. 누군가를 위하여 '시간을 냄'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시대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고, 너무나도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컴퓨터나 핸드폰의 메신저를 통해 언제나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가고, 온다. 상대방의 말에 대해 사유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다. 사유할 시간이 없어짐으로써, 인내라는 단어는 사전에나 등록된 생소한 단어가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점점 참을성이 없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여건따윈 안중에도 없이, 내가 보낸 메세지에 1이 남아있다고. 지금 나 무시하냐고. 예전에는 도무지 벌어지지 않았을 싸움마져 일어나곤 한다. 


어린이 문학에 대해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두 분이 나눈 대화에서 어린이 문학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 감흥이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30년. 내가 살아온 거의 모든 시간동안 이어져 온 편지를 읽어가며- 편지를 쓴다, 라는 행위의 따스함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과 행동을 동일시하고자했던 어찌보면 순교자 같은 모습의 권정생 선생님의 삶이 아름답기도,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아픈 삶에의 관심을 끊지 않고 계속해서 살갑게 그의 하루하루를 염려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씀슴이 역시 정말 아름다웠다. 본인이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와 타인의 삶을 염려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고받은 두 분의 30년 우정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를 염려할 수 있고, 또 누가 나의 삶을 염려해줄 수 있을까에 대해-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지를 쓴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사실 내 책상 서랍속엔 부치지 않은 편지가 꽤 많이 들어있다. 못한, 이 아닌 않은. 편지들. 막상 쓰기야 쓰는데 그것을 부치는 '행동'을 하기가 참 힘이 든다. 게을러서일수도, 혹은 '행동'을 위한 마음의 동함이 부족해서일수도. 누구나 그러하듯 이 책을 읽고 나면 편지를 쓰고 싶어질게다. 나 역시 그랬다. 그 '누구'를 떠올리는 '시간'부터 챙겨봐야할 일이다. 누군가를 생각하기위해 '시간을 내는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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