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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평점 :
어린이 문학의 두 거장이 나눈 편지를 모아 발간된 책,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마지막 책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책과 담을 쌓았던 어린이였으므로. 게다가 앞으로도 나의 '아이'를 가질 일이 없는 독신주의자이므로 동화라는 것과 가까이 지낼 길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어른이라서- 두 거장의 이름이나 근근히 '어디서 들어 보긴 했다.' 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서 이 책에 선뜻 다가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일단 두 분이 어떤 책을 썼을까, 책 목록을 훑어보았는데 권정생 작가님 책 목록에선 아동문학 문외한인 나에게도차 무척 익숙한 책 제목들이 많이 눈에 띄여서 어쩐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너의 착각이야. 아직 멀어..) 그리고 이오덕 선생님의 책 목록에서 교육론, 작법론에 대한 책이 많았기에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진 못했지만 진중하게 우리 문학과, 국어교육에 온 인생을 바쳐온 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태 이런 분들에 대해 몰랐던 나의 부족함을 잠시 반성하고, 이오덕 선생님의 책 목록을 열심히 훑어보고있다. 조만간 글쓰기나 우리말교육에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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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는 시간이란, 오롯이 이 글을 받을 사람과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쓰는 시간'뿐만이 아니다. 이 편지를 받고 상대방으로부터 답장이 오는 그 '돌아오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삶의 꽤 많은 부분을 상대방을 생각하고, 상대방을 염려하고, 상대방을 궁금해하는 데 쓰이는 것 이리라- 그게 바로 편지를 쓴다는 일, 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간'이 없다. 누군가를 위하여 '시간을 냄'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시대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고, 너무나도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컴퓨터나 핸드폰의 메신저를 통해 언제나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가고, 온다. 상대방의 말에 대해 사유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다. 사유할 시간이 없어짐으로써, 인내라는 단어는 사전에나 등록된 생소한 단어가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점점 참을성이 없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여건따윈 안중에도 없이, 내가 보낸 메세지에 1이 남아있다고. 지금 나 무시하냐고. 예전에는 도무지 벌어지지 않았을 싸움마져 일어나곤 한다.
어린이 문학에 대해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두 분이 나눈 대화에서 어린이 문학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 감흥이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30년. 내가 살아온 거의 모든 시간동안 이어져 온 편지를 읽어가며- 편지를 쓴다, 라는 행위의 따스함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과 행동을 동일시하고자했던 어찌보면 순교자 같은 모습의 권정생 선생님의 삶이 아름답기도,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아픈 삶에의 관심을 끊지 않고 계속해서 살갑게 그의 하루하루를 염려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씀슴이 역시 정말 아름다웠다. 본인이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와 타인의 삶을 염려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고받은 두 분의 30년 우정을 바라보며 나는 누구를 염려할 수 있고, 또 누가 나의 삶을 염려해줄 수 있을까에 대해-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지를 쓴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사실 내 책상 서랍속엔 부치지 않은 편지가 꽤 많이 들어있다. 못한, 이 아닌 않은. 편지들. 막상 쓰기야 쓰는데 그것을 부치는 '행동'을 하기가 참 힘이 든다. 게을러서일수도, 혹은 '행동'을 위한 마음의 동함이 부족해서일수도. 누구나 그러하듯 이 책을 읽고 나면 편지를 쓰고 싶어질게다. 나 역시 그랬다. 그 '누구'를 떠올리는 '시간'부터 챙겨봐야할 일이다. 누군가를 생각하기위해 '시간을 내는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