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의 화성침공 - [할인행사]
팀 버튼 감독, 글렌 클로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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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준 안락함에 심취된 지구에 어느날, 화성인이 탄 UFO가 몰려온다. 과학자(피어스 브로스난)는 기술적으로 발달된 선진 문명은 곧 야만적이지 않다는 뜻이므로 화성인은 평화적이고 우호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맞는 말일까?). 그래서 미국 대통령(잭 니콜슨)은 화성인들을 환영한다. 화성인들은 '평화의 메세지'를 화답하면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쏘는 것을 시작으로 지구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화성인의 이중성은 '평화'와 '정의'를 외치면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세계를 '통치'하는 지배 국가(미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 화성인의 고도로 발단된 문명을 통해 거대하다고 믿는 현문명의 초라함을 보여주고 조롱한다. 화성인들은 인류의 유산이고 자랑인 에펠탑, 인면석상, 러시모어산의 대통령상 등등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 부셔 버린다.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던 그 무서운 핵폭탄마저 화성인들 앞에는 장난감 BB탄 총알처럼 하찮게 사라진다. 화성인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저 옛날 미개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은 문명인들처럼 킥킥거린다.

인류 문명이 이렇게 비소한데, 지구는 누가 지킬까? 바로, 거대한 문명 앞에 보잘 것 없는 벌거벗은 본연의 순수함이 지킨다. 이집트옷을 입고 술집에서 일하던 복서는 '문명의 옷'을 던져버리고 '맨몸'으로 맞서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던 실력으로 물총처럼 생긴 화성인의 총으로 맞서고, 할머니와 손자는 음악으로 맞선다.

화성인은 이런 것들을 잃고 '힘'과 '첨단기술' 앞에 노예화 된 인간의 모습이며, 화성인의 침공은 인류가 이루어놓은 문명은 다시 그 문명의 손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세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화성인의 생김새는 우스꽝스럽고 흉측하다.   

영화는 화성인으로부터, 아니 인간들로부터 파괴된 지구를 태초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재건하며 끝이난다. 이제 화성인의 침공은 '희망의 메세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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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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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눈물을 흘리며 그대를 기리리. 맘브리노의 투구를 쓰고 창을 드높이 세운 슬픈 얼굴의 기사여!
그대는 나에게 참된 이상과 용기를 가르쳐주었으니
나, 그대에게 이렇게 경의를 표하오.
그대처럼 모험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려만
나, 그대와 같은 용기와 담력이, 로시난테와 같은 명마가, 충직한 산초 판사같은 종자가 없다오.

오! 삐쩍마른 애마, 주인과 종자가 자기마냥 그렇게 야위어 고충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속 깊은 로시난테! 두번 말해 뭘하나. 이미 세상에 말은 차에게 자리를 내줬다네.
자유로운 말이여! 그대들의 종보다 많아진 차들은 그대들처럼 벌판을 달리지 못 한다네. 주어진 고속도로만을 달릴 수 있는 고철덩이에 지나지 않음을 위안삼게. 

오! 산초 판사는 어떤가! 그대의 진정어린 유머와 재치, 능글맞음.
그대와 같이 재밌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동시에 그대와 같은 순진한 사람은 없다네. 여우와 같은 처세술에 능한자들이라네. 하지만 그대는 곰처럼 우둔하면서도 재치있다니!

내게 만약 돈키호테와 같은 용기와 로시난테 같은 명마와 산초 판사 같은 종자가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모험을 떠났을 것이다!
모험이라.......비자 없이는, 주민등록증 없이는 못하는 모험이라기보다 여행이 돼버린 슬픈 현실. 하지만 신경쓸 거 없다네. 내게 돈키호테와 같은 저돌성이 있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풍차에 돌진하듯 그저 비행기 위에 뜨~악 올라타겠네.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여! 유일무이하게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준 위대한 기사여! 그대는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풍차를 향해 박차를 가했다네.
그대의 창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도다! 그대의 팔은 무쇠팔이라오!
오! 카사블랑카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오! 택시 드라이버는 그대의 위험한 후예인가!
백 투 더 퓨쳐와 같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대는 퇴폐와 환락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와서 경건한 기사도를 보여주시오. 그대가 한탄하듯 많은 전쟁의 무훈은 진정한 기사가 아닌, 미사일과 탱크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오!

이 슬픈 현실 속에 위안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당신이여!
당신이 사모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중에 꽃, 둘시네아 델 토보소(그대는 토보소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항상 '토보소'를 붙였지)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열정과 패기를 가진이여!
당신의 충직한 애마 로시난테여! 종자 산초 상카스여!
아름다운 이름들이여!
오!

만약 어느 누가 돈키호테를 미치광이로만 부른다면
나, 맹세코 그 어느 누구일지라도 결투를 신청할 것이오. 예언컨데 팔다리가 무사치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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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물고기 [dts] - 재발매
타무라 시게루 감독 / 뉴타입DVD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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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벅 철벅 노를 젓는 소리 뿐인 고요한 강에서 소박해 보이는 소년과 할아버지가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은하 관측소로 뱃길을 돌린다. 명쾌한 색감과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서정성을 자아내며 작품은 시작된다.

소년이 잡은 물고기를 할아버지가 요리하고 소년은 요리 재료를 가지러 온실로 간다. 열대 같은 온실의 배경과 신비한 생명체들은 어느 여름 밤의 나무 무성한 숲 속의 반딧불떼들처럼 아름답다. 한 없이 맑고 파란 이미지들이 강물처럼 흐른다. 

작품 속 은하 관측소는 누구나 상상 속에서 그려 봤을, 가장 낭만적이고 달콤한 관측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관측소 자체가 마치 신비로운 행성처럼 아름답다. 이 환상적인 곳에서 소년이 관측하는 작은곰자리는 어린 시절 옥상에서 친척들과 별을 찾아보던 아름답던 밤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작품 속의 관측소는 추억의 달콤한 느낌과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동심으로 돌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된듯 은하를 여행할 수 있다. 

소년과 할아버지는 은하를 저어간다. 은하는 파란 강물처럼 맑디 맑다. 거기에는 보름달 속의 절구 찧는 토끼들처럼 신비한 생명체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나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잣대 때문에 생소한 은하의 모습에 의아해 했다. 내 머리 속에 박혀있는 은하는 과학 잡지나 우주 다큐맨터리를 통해 본 현실의 은하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런 매체들로부터 실제 은하를 본적 없는 어린아이였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말이다.

사진으로 찍은 실제 은하의 모습은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버렸기에, 작품 속 은하는 현실과 과학에 찌든 우리에게 가장 환상적이고 달콤한 은하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은하 속을 달콤하게 헤엄쳐갔다.

어느 더운 여름 밤 외가집 옥상에서 아재, 외사촌 형님, 아빠, 이모부 등이랑 앉아 북두칠성을 찾던 나를
또 다른 여름 밤 시골에서 오줌을 싸다가 본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견후 직녀 이야기를

철벅 철벅 헤엄쳐갔다.

*쓰고 보니 '달콤한'을 너무 많이 넣었다. 하지만 '달콤한' 이상의 달콤한 표현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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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무삭제판) - 할인행사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자비에르 카마라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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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의학적으로 이미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식물인간이 된 여자에게 듣기라도 하는 듯 끈임없이 말을 한다. 주위 사람들은 의학의 객관성 앞에 그저 부질없는 짓이라고 여긴다. 듣지도 못하는 이에게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말한다. 듣고 있는지 못듣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 과학적이고 확정된 사실을 믿는다. 만약 그것과는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면 (과학적으로는 전혀 승산이 없는 죽은 거와 다름 없는 상태의 사람이 깨어나는 경우처럼) 불가사의니 기적이니 하는 말들을 붙인다.

그에 반해,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고 헌신과 사랑을 다해 여자를 간호하는 남자를 보는 시선은 주관적이고 제각각이다. 영화 속에서 그를 호모, 정신이상자로 보는 무심한 이들이 있는 반면, 그의 헌신을 지켜본 이들은 그에게서 호감과 애정을 느낀다. 한 인간을 보는 여러 인간들의 시선은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다. 영화 속 한 인물이 '단순한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발레처럼 복잡하다'라고 말하고 있듯 모든 것들(과학으로도 알 수 없는 것들,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것들, 사람들의 갖가지 마음 등등 )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극중 남자는 수감된다. 식물인간 상태의 그녀를 범한 것인데, 영화는 그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나뉜다. 그를 '벌레 치급'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를 가엽게 여기고 "죄가 없다"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의 행위를 일반적으로 따지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를 마음대로 섣불리 심판해도 될까? 왜 나는 경멸이 아닌 연민을 느끼는 걸까?

그의 행위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 사람, 정확하게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법의 심판을 받을 뿐이다. 후에 깨어난 그녀가 그를 심판할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그의 사랑은 사이코적인 집착과 범죄일 뿐이라고 평가하거나 그의 숭고하고 진실한 사랑에 감동받거나(후자가 더 많을 것같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전자에 가까웠지만 두번째 보게 되었을 때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다. 모두가 포기한 그녀에게 말해주고 씻어주고 사랑해준 남자는 비와 같이 조금씩 내 가슴을 적셨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있다면, 흑백 무성 영화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이(이 남자가 아니라 다른 이의 짓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영화 내용으로 볼 때 그의 행위가 확실해 보인다)이 직설적으로 표현되었더라면 평가는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떤 신비스러움과 불명확성을 준다. 여자가 누구 때문에 임신한 것인가에 대해 표면적으로 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짓이라고 보는 견해에도 무리가 없다. 어떤 것도 단순하고 명확하지 않다. 판단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이런 불확실성,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 라스트신의 어떤 희망적인 냄새는 가슴을 조금씩 적시는 비와 같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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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허슬 일반판 [dts] - [할인행사]
주성치 감독, 주성치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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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보다 CG와 액션은 늘고 유머는 줄었다.

볼거리: 버스 안에 안경잡이, 엉덩이에 바지 걸치고 다니는 남자, 예쁘게(?) 치장한 여자, 십이로담퇴, 홍가철선권, 오랑팔괘곤, 음공권, 태극권, 사자후, 야수의 등장 장면, 총알을 손가락으로 잡는 야수,  합마공(두꺼비권(?)), 번데기에서 나오는 나비, 여래신장(마치 피구왕 통키 불꽃슛 같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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