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관장님의 일화 겸, 태극권의 기에 대한 이야기 한 자락.

관장님이 뭔가 따질 일이 있어서 어느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체격 좋은 남자들 몇 명이 있었다고 한다. 관장님이 키도 작고 대단하게 보이질 않아서인지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길래 목소리를 조금 크게 했더니, 한 사람이 인상을 쓰며 '당신 뭐야'  하면서 주먹질을 할 기세였단다. 관장님이 자세를 낮추어 기를 운용해서 두 손으로 그 사람을 순식간에 번쩍 들어 책상 위에 앉혔더니, 다들 놀라서 입을 못 다물고... 그 다음 일처리는 일사천리로 잘 되었다고 한다.

태극권을 배우면서 기를 잘 수련하면 상대방의 몸집이나 성별 등 외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힘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수련이 덜 되면 눈으로 많이 판단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따라 기운이 잘 나오기도 하고 덜 나오기도 하고 그러는데(상대방이 자신보다 크면 자신도 모르게 근육에 힘을 쓰기 때문에 상대방에게까지 전달되는 힘이 오히려 약화되기도 하고), 수련을 많이 할수록 상대방과 관계없이 자신이 연마한 힘이 그대로 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몸집이 작고 가벼워서 번쩍 들리던 사람도, '당신의 발이 커다란 고목나무처럼, 태산처럼 땅 속에 뿌리를 깊이깊이  내리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서 있으라.'고 귓속말로 일러주고서, 몸집 큰 사람더러 그 사람을 다시 들어 보라고 하면, 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씀도 들었다.

'상대방에게 구애받지 않고 내 힘(사랑, 자비, 진솔함, 겸손, 즐거움 등등)을 그대로' - 도의 경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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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부탁을 못하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두려운 곳으로 굳어진다. 내가 거절을 못하고 이런저런 부탁, 강요, 칭얼거림 들을 다 들어주다 보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나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장소로 변한다.

내 마음이 급해서 늘 초조하고 짜증이 나면, 세상은 정신없이 바쁜 곳이 되고, 내 마음이 완벽함을 추구하면, 세상은 추하고 고칠 점 투성이인 곳이 된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으면 있을수록 세상은 안정적이고 즐길만한 곳으로 될 수 있겠다.

이번에 했던 '뫔굿'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세례였다. 나를 구속하던 포장들을 많이 벗어던졌다고 생각했더랬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자의식'-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드는, 그래서 발전하게도 하지만, 자기자신을 (그래서 결국)주변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자의식.

누가 옆에 있지 않아도 우아해야 하고, 단정해야 하고... 누가 옆에 있으면 더하고... 결코 자신을 놓아주지 못하게 만드는 자의식을 많이 벗어버렸다.

요 며칠, 혼자서나 애들이랑 있을 때 가끔씩 큰소리 지르며 노래도 하고, 즐겁다. 이러고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울고, 떠들고 싶었다... 그것을 간절히 원했으니까, 이런 통과의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용기를 내서, 놓치지 않고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의례'라고 하면 번거롭고 괴로운 걸로 생각됐는데, '의례'가 꼭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천주교의 영세나 결혼식이나 입학, 졸업식 등등 어떤 의례도 힘들고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이번의 난리굿은 가끔 떠올릴 때, 쑥스럽기도 하지만, 참 소중하고 감사한 통과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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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상담소에서 쓴 별칭이 '따지'였다. 원래는 '하늘천따지'인데, 부르기 편하게 줄여서 불렀던 건데... 이제는 책읽다가 '따지지 말고...'라는 말에 걸린다. 땅처럼 넓고 따뜻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지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한편으론 따지기  좋아하는 내 한 면을 자꾸 보는 것 같아 마음 편치 않은 이름이 되어 버렸다. 어떤 사람은 '딴지'가 생각난다고 하고...

앞으로는 머릿속에서 따지며 살지 말고, 따져보다가 승산이 없으면 그냥 포기하지 말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호기심 가지고 관찰하며, 더 재밌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런 내 마음의 변화를 담은 이름을 생각해 봤더니, '슈렉'의 피요나 공주가 떠올랐다. 상담소의 어떤 사람은 '아테나'가 어떠냐고 했는데, 이제는 추상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좀더 구체적인 캐릭터를 가진 '피요나'가 더 좋아 보인다.

씩씩하고, 솔직하고, 생기발랄하고, 때로 엽기스럽고, 내숭도 가끔 보이고, 귀엽다. 게다가, 깜찍한 겉모습이 본모습이 아니라, 뚱뚱한 슈렉형 아줌마 스타일이 본모습이라는 반전도 유쾌하고 친근감이 가고...

슈렉을 다시 빌려다 아이들이랑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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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과 전문의 최헌진 선생님의 지도로 사이코 드라마를 해봤다. 배우처럼 끼있고 광대처럼 자유로와 보이고, 감정이 풍부하고 재미있게 생기신 분이었다. 몇가지 소품(?)을 해 보고 나서 쉬는 시간을 갖고...

2부에서 참가자들에게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고 하신 다음, 모두 발표하고 나자, 한사람이 자원해달라고 요청하셨다. 1분 정도 적막이 흐르고... 내가 자원냈다. 비교적 분명히 가고싶은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 목까지 차 있는 당면과제를 해결해 보고 싶어서...

-장소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어느 광장, 잡시여인들의 플라멩코 춤을 보러 혼자 왔다.

-관객들을 광장으로 불러내 보라고 하셨다. 바이얼린 연주자 두 명,  아코디언 연주자 두 명, 나처럼 춤을 보러온 여행객 네 명, 무희 네 명, 그리고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 역할도 사람들이 맡았다. 오래된 사원, 나무 세 그루, 은행 건물, 비둘기 세마리, 카페, 카페 주인, 꽃가게, 꽃...이런 것들을 선생님의 인도에 따라 내가 각자 맡겼다.

-그리고 나서, 연주자들을 지휘해서 음악을 만들고, 무희들을 지도해서 춤을 만들고, 연주하고 춤추는 걸 구경하다가 '춤에 미쳐서' 무희들과 같이 춤추라고 말하셨다. 같이 춤추다가, 잠깐 모두 멈추고.

-내 자리에 나를 대신해 줄 사람을 불러내고, 내가 사원이 되어 보라고 하셨다.

-오래된 사원(아주아주 오랜 세월을 그 광장을 내려다보며 서있었기 때문에 인간들의 희노애락을 꿰뚫고 있는)더러 광장에 서 있는 나에게 말을 걸라고 하셨다.  오래된 사원(나)는 광장의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갑고도 따뜻하게) 여기까지 오는 데 그렇게도 오래 걸렸니? 잘 왔어. 잘 쉬다가 가.")-더 크게, 더 크게 반복해서 몇 번...

-이번에는 나무를 해보라 하셨다. 아주아주 오래 살아서 지혜롭고 모든 걸 알고 있는 나무 역할 

상:무슨 말을 하겠어요? 지금 광장에 서 있는 저 여자 보이죠? 파란 윗옷을 입고 한국에서 온... 저 여자 지금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크게 이야기해 보세요.

나무: 아주아주 즐거워 하는구나. 그런데, 아이들 걱정을 하고 있네?

상:그렇지! 나온다. 말해줘 봐요. 하고싶은 말.

나무: 아이들 걱정 하지마. 아이들은 잘 지낼 거야.

상:어떤 점을 걱정 하는 걸까요?

나무: 아이들이 하루종일 컴퓨터만 하고 TV만 볼까봐요...

상:그렇지, 그렇지!

(모두 웃음)

상:그런데, 남편은?

나무:남편?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마, 어머니한테 가서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이번엔 비둘기 역할, 꿰뚫어보는 시각이 있어서 여자 곁을 스쳐 날아가기만 하면 마음을 다 아는 비둘기.

상: 저 여자가 어떻게 보이죠?

비둘기: 힘들어 보여요.

상:뭐가 힘들어 보이죠?

비둘기: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느라 자기가 없이 살아온 시간들이 보여요. 완벽하게 역할을 하고 싶어서 힘들었던 거예요.

상: 이렇게 소리질러 보세요. "니 완벽성 때문에 힘들어"라고.

나:니 완벽성 때문에 힘들어!

상:더 크게

나:니 완벽성 때문에 힘 들 어!

상:아직도 작다. 더 크게 (시범)

나:니 완벽성 때문에 힘 들 어!!!

상:언제부터 그랬을까요?

비둘기: 세살부터. 동생이 태어난 다음부터. 엄마 마음에 들려고 무지 노력했네요...

상:오호! 이 비둘기는 심리공부를 한 비둘기네~ 저 여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큰소리로 해주세요.

비둘기: (큰소리로)니가 세살부터 우울했던 거 알아.

상:세살이라... 재밌네. 그럼, 세살 때로 돌아가 볼까요?

나: 네

상: 말안듣고, 기저귀 안간다고 떼 쓰고, 울고불고 하는 세살 연기를 해 봅시다.(바닥을 가리키며) 자, 여기서 뒹굴어요. 안한다고 떼 쓰면서.

나: (서서 발 구르며) 싫어싫어, 나 안해.

상: 그렇게 서서 우는 세살이 어딨어요. 뒹굴어요.

나: (바닥에 뒹굴며) 싫어 싫어 나 안해! 안할거야!

상: 그렇게 얌전하게 뒹구는 아이가 어딨어요. 다리도 좀 더 벌려서 힘껏 뒹굴어요

나:조금 더 뒹굴다가, (상담자를 향해) 싫어 싫어.

상: 좋아요, 자, 일어나시고...

-이제 부다페스트를 떠날 시간입니다. 의자에 올라서서 연주자들과 춤추는 사람들과 사원과 나무들과 비둘기들, 건물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세요.

나: 모두모두 고마워! 또 만나!

상:더 크게

나: (목청껏-하지만 여전히 뭔가 막힌 소리) 모두모두 고마워! 또 만나!

(여러번 소리 지르도록 시키셨는데, 목청껏 소리질러도 작다면서, 선생님보다 더 크게 하라고 하며 몇번이나 시범을 보이셨지만, 선생님 음량의 반 정도밖에 안 나왔다-그런데, 기억도 잘 안나는 그 내용들보다도, 그렇게 울며불며 목청껏 소리질렀다는 것 자체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무지 시원하다. 그리고, 막춤도...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며, 팔다리를 따로따로 마구 흔들며 춤추라고 시키셨는데, 아무리 막 하려 해도 규칙적으로 하게 된다.-어쨌거나, 웃기고 재밌었다.)

상:어디로 가시죠?

나:아이들에게요. 영원한 내 혹들. 제 역할에 또 충실해야겠죠. 하지만, 지금과는 다르게, 좀더 활기있게요.

-자리를 정리해서 앉고...

상:그렇게 홀가분하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나:아이들 걱정, 남편 걱정... 아이들이 컴퓨터에 빠질까봐 걱정되는데요, 문제가 있는 건가요?

상: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아픔이지요. 아픈거예요. 일류대학 가면 행복해질 줄 알고 아이들한테 좋은 성적 거두라고 기대하는데...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거든요... 집을 열흘만 비워보면 아이들이 훨씬 건강해져 있을 겁니다.

나:정말요?

상:네. 자유를 실컷 누리고 나면 스스로 하려는 마음이 생겨요. 엄마한테 고마움도 더 많이 느끼고... 가끔씩 미치는 게 필요해요. 우리는 '내일'을 늘 염두에 두기 때문에 못 미치는데요, 아이들이 '엄마! 미쳤어?"하는 건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샤워할 때 가끔들 벌거벗고 거울 앞에서 '이 년아! 너 참 예뻐.'라고 말해 보세요.

(웃음)

상: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나:굉장히 후련해요. 마음 속에 걱정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남편이 변하는 나를 어디까지 받아줄 건인지- 속이 텅 빈 느낌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서, 식사시간에 선생님 옆자리에 앉게 돼서, 술을 마셔도, 나혼자 있어도  나 자신을 놓아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하고 나서, 축구보다가 남편이 욕하면서 소리 지르는 걸 봐도 '뭐 그렇게까지 열을 올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축구보면서 소리지르는 게 얼마나 정신건강에 좋은데요. 욕하고 소리지르고 하면서 직장에서 상사한테 받은 스트레스, 일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다 날려버리는 거예요." 라고 하셨다. "원래부터 그렇게 흥이 많으셨는지 궁금해요." 했더니, 아니라고, 이 쪽 공부를 하면서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청계천을 갖고 있다고... 새가 살고 물고기가 사는...그런데, '인간'이라는 영역에 자신을 한계짓기 때문에 생기가 없어지는 거라고 하셨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본 건데, 나를 가로막는 건 남편보다 나자신이 더 큰 것 같다. 남편의 감정 표현도 내가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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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도 얻기 쉽지 않지만, 지혜는 더더욱 얻기 어렵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알기 어렵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기 어려운 듯하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 마음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대체로 미지근한 모습인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춤은(물론, 보기 좋아하는 거지, 할 줄은 전혀 모른다) 플라멩코 춤이다. 캐스터네츠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는 치맛자락을 살짝 든 채, 검고 긴 곱슬머리카락을 요염하게 흩날리며 빠른 몸놀림으로 춤추는 집시여인의 모습이 마음 속 깊이 들어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절이다. 조용하고 상쾌한 공기, 명상과 독서, 푸른 나뭇잎, 수국이나 목백일홍같은 꽃나무들, 흙이 덮인 마당...

이 무슨 부조화란 말인가...

하늘부터 땅까지, 물부터 불까지, 집시부터 스님까지 다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다 두려워하는 건가? 너무 좋아할까봐, 그러다가 쉬이 식을까봐 두려워하는 건가?-마지막 대답이 맞는 것 같다.// 왜 식을까?-실망해서. //왜 실망하지? 기대를 크게 하니까. //왜 기대할까? // 왜? -??? //무얼? -완벽하길.

마음가는대로 손이 따라가 보았다. 재밌네. 내가 나자신에게도 완벽하길 기대하곤 하는데...(그러다가 실망하고, 배우는 과정의 서툰 상태를 견디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걸 기대하나보다. 그러니까 친밀해지는 게 두려운건가 보다. 남들이 나에게 실망하고, 내가 남들에게 실망할까봐... 이 드높은 자존심과 자의식.

이런 이유로 인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책 읽기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사람들보다 더 완벽하니까. 쩝.

내가 나자신과 좀더 친밀해져야, 실망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람들을 대하기가 좀더 편안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친밀해지기를 바라지는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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