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도 얻기 쉽지 않지만, 지혜는 더더욱 얻기 어렵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알기 어렵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기 어려운 듯하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 마음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대체로 미지근한 모습인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춤은(물론, 보기 좋아하는 거지, 할 줄은 전혀 모른다) 플라멩코 춤이다. 캐스터네츠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는 치맛자락을 살짝 든 채, 검고 긴 곱슬머리카락을 요염하게 흩날리며 빠른 몸놀림으로 춤추는 집시여인의 모습이 마음 속 깊이 들어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절이다. 조용하고 상쾌한 공기, 명상과 독서, 푸른 나뭇잎, 수국이나 목백일홍같은 꽃나무들, 흙이 덮인 마당...

이 무슨 부조화란 말인가...

하늘부터 땅까지, 물부터 불까지, 집시부터 스님까지 다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다 두려워하는 건가? 너무 좋아할까봐, 그러다가 쉬이 식을까봐 두려워하는 건가?-마지막 대답이 맞는 것 같다.// 왜 식을까?-실망해서. //왜 실망하지? 기대를 크게 하니까. //왜 기대할까? // 왜? -??? //무얼? -완벽하길.

마음가는대로 손이 따라가 보았다. 재밌네. 내가 나자신에게도 완벽하길 기대하곤 하는데...(그러다가 실망하고, 배우는 과정의 서툰 상태를 견디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걸 기대하나보다. 그러니까 친밀해지는 게 두려운건가 보다. 남들이 나에게 실망하고, 내가 남들에게 실망할까봐... 이 드높은 자존심과 자의식.

이런 이유로 인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책 읽기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사람들보다 더 완벽하니까. 쩝.

내가 나자신과 좀더 친밀해져야, 실망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람들을 대하기가 좀더 편안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친밀해지기를 바라지는 말지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