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부탁을 못하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두려운 곳으로 굳어진다. 내가 거절을 못하고 이런저런 부탁, 강요, 칭얼거림 들을 다 들어주다 보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나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장소로 변한다.

내 마음이 급해서 늘 초조하고 짜증이 나면, 세상은 정신없이 바쁜 곳이 되고, 내 마음이 완벽함을 추구하면, 세상은 추하고 고칠 점 투성이인 곳이 된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으면 있을수록 세상은 안정적이고 즐길만한 곳으로 될 수 있겠다.

이번에 했던 '뫔굿'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세례였다. 나를 구속하던 포장들을 많이 벗어던졌다고 생각했더랬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자의식'-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드는, 그래서 발전하게도 하지만, 자기자신을 (그래서 결국)주변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자의식.

누가 옆에 있지 않아도 우아해야 하고, 단정해야 하고... 누가 옆에 있으면 더하고... 결코 자신을 놓아주지 못하게 만드는 자의식을 많이 벗어버렸다.

요 며칠, 혼자서나 애들이랑 있을 때 가끔씩 큰소리 지르며 노래도 하고, 즐겁다. 이러고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울고, 떠들고 싶었다... 그것을 간절히 원했으니까, 이런 통과의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용기를 내서, 놓치지 않고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의례'라고 하면 번거롭고 괴로운 걸로 생각됐는데, '의례'가 꼭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천주교의 영세나 결혼식이나 입학, 졸업식 등등 어떤 의례도 힘들고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이번의 난리굿은 가끔 떠올릴 때, 쑥스럽기도 하지만, 참 소중하고 감사한 통과의식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