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부터 태극권을 배운다. 일주일에 네 번. 운동을 해야 건강해지겠다 싶어 무슨 운동을 할까 궁리하던 차에 동네에 태극권 도장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경삼아 가보자고 갔는데, 마침 초등학교 동창친구가 딸 둘을 데리고 와있었다. 나보다 조금 먼저 시작한 친구덕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안갔더라면 아마 친구인지도 모르고 다니고 있진 않았을까? 남자애(?)라서 말을 해본 기억이 없는 친구인데도 어린 시절 같이 공부한 친구라서인지 그 친구가 워낙 성격이 원만해서인지 허물없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사이처럼 편안하다.

수련동기란에 '건강, 내공'이라고 썼더니, 관장님께서 웃으셨다.

요즈음 건강이 계속 좋지 않은 원인이 심리적인 문제에 있는데, 쉬이 해결될 것 같지가 않아서 운동이든 기수련이든 기도든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운동과 기수련을 겸할 수 있는 맘에 꼭 드는 운동을 만난 것도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관장님이 천주교신자이신 것 같아 더 인상적이다.

몸치라서 욕심 안내고 즐겁게 하려고 마음 먹으니까 더 즐겁게 하게 된다. '운동'을 즐겁게 하게 될 줄이야...

머리로 자꾸 쏠리는 기를 단전으로 내리고 나면 머리가 조금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참정자세 취하고 있을 때 관장님께서 가까이 오셔서 기를 내려주고 양옆으로 흘러보내는 동작을 취하셨는데, 그 기운이 느껴졌다. 나더러 氣感이 강하다고 하셨다. 그런 사람이 기수련하면 잘 된다고...(내가 기감이 강하다는 것이, 아마도 내가 고집은 세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기는 약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요즈음, 내가 화를 잘 내는 몸을 타고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가 나는 것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자기자신에게 돌리면 우울해 진다고 하니까 우울감도 화가 원인이고, 원망도, 불평도, 짜증도 다 화에서 나온 감정들일 테니까... 내탓, 남탓 따지는 것도 다 화에서 나오는 거고... 하나의 유기체로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는데...마음이 급해도(엄마, 아버지 다 급하심), 몸이 건강하지 않아도(엄마 닮은 것 같음) 쉽게 화가 날 것 같다. 그 두가지를 다 갖고 있기 때문에 화는 많이 나고, 보고 듣는 건 있어가지고 유쾌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하고...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다.

나자신을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기보다 '화가 잘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니까 마음 편하다.

이제 하나 알았으니, 漸修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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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돈오는 하셨네요. ㅎㅎㅎ
화가 잘 나는 사람. 사람은 다 똑같지 않나요?
음. 얼마나 내공이 높아지나 두고 보겠습니다.

jrjw 2006-03-2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정말 몇년만에 일요일을 마음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잘 해내야한다는 마음, 남편의 자상한 보살핌을 바라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지니까 다들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 같네요. 뭔가 꽉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일요일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