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죽음과의 만남
정진홍 지음 / 궁리 / 2003년 2월
절판


삶은 살아있는 것이어서 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삶의 현실입니다. 삶을 벗어난 죽음 진술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니는 죽음 경험은 죽음을 삶의 일상성 속에 수용할 수 없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죽음 물음을 되묻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뜻밖에도 우리가 죽음을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삶을 묻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불가피하게 죽음을 실존적으로 만나 그에 대한 고백을 진술할 수 밖에 없게 합니다.-44쪽

우리는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의 슬픔이 어떠한 것인가 하는 것을 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죽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그 죽음 길을 위로하고 싶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죽어 헤어진채 '남겨진 사람' 들의 아픔을 헤아려 그 슬픈 삶을 도닥거려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정직하게 말한다면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의 슬픔을 묘사해야 하는 것은 실은 우리들 자신들을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살핌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죽음 이해를 더 온전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54쪽

하나의 죽음은 그 죽음 주체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해있던 공동체 안에서 그와 관계를 맺고 있던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공동체 전체에게, '더이상 그의 존재로 인한 문제는 없음' 으로 기능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 사건은 그 죽음 주체의 삶으로부터 비롯하는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분명하고 근원적인 해답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현실에 대한 냉혹한 눈을 가지면 이러한 예를 얼마든지 들 수 있습니다. 죽음 주체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그로 인한 괴로움을 염두에 두면 이러한 사실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100쪽

'불안한 죽음' 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찌든 죽음 맞이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합니다. 그것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사실에 대한 공포와 근원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미지의 사실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가 멸절하는데 대한 근원적인 공포로 우리를 엄습합니다. 게다가 그 공포는 죽음이 고통의 순간이라는 이해까지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은 현실적인 발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포를 느끼는 것과 공포에 사로잡혀 자기를 온통 상실하는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두렵지만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그것이 삶의 바른 모습이라는 사실을 익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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