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범우사상신서 30
자크 모노 지음 / 범우사 / 1996년 5월
품절


수십만년 동안에 걸쳐 인간은 그가 속해 있는 집단이나 부족의 운명과 동일한 운명 속에서 살아왔으며 거기에서 벗어나면 살아 남을 수가 없었다. 또 부족은 전원의 단결이 없이는 생존할 수도 자위할 수도 없었다. 이 단결을 조직하며 보증하는 규율이 주관적으로 보아 극도로 강력한 것이었음에도 그 때문이다. 그러한 사회 구조가 그토록 오랜 동안 필연적으로 절대적인 도태의 힘을 발휘하여 온 만큼, 이 구조들이 선천적 카테고리에 드는 인간 뇌의 유전적 진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 진화는 단지 부족의 규율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규율에 대한 신화적 설명의 필요까지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의 자손인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설명을 붙이지 않고는 못 견디는 기분과 가슴을 죄는 불안감에 쫓겨 실존의 의미를 불가불 찾아내려 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 유산으로 계승한 것일게다. 이 가슴을 죄는 듯한 불안감이 모든 종교와 철학, 과학 자체까지도 창조한 것이다.-195쪽

인간의 가슴을 죄는 듯한 불안감을 한편으로는 진정시키면서 규율을 확립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화적, 종교적 설명은 어느 것이나 '이야기' (역사라는 의미도 된다) 이며, 인간 개체의 발생에 대한 이해를 용이하게 만든다. (중략) 위대한 종교는 모두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모두 영감을 받은 예언자의 생애 이야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197쪽

과학의 전언이란 새롭고 또한 유일한 진실의 원천을 정의하는 일이며, 윤리적 기초의 전면적 재검토와 물활설적 전통으로부터의 완전한 절연을 요구하는 일이며, '구약' 을 결정적으로 폐기하는 일이며, 신약을 만들어 낼 필요성을 논하는 일이었다. 현대 사회는 한편으로는 과학의 혜택으로 얻은 모든 힘으로 무장하고 모든 부를 향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과학에 의하여 이미 붕괴되어 버린 낡은 가치 체계에 따라서 생활을 계속하고 그 체계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이전의 어떠한 사회도 이와 같은 분열을 경험한 일이 없다. 원시 문화에 있어서나 고전 문학에 있어서나, 지식의 근원과 가치의 근원은 물활설의 전통에 따라 혼합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지식과 진실의 근원인 물활설의 전통을 포기해 버리고,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는 분열된 문명이 사상 처음으로 출현하였다. -200쪽

호주의 원주민에서 유물적이고 변증법적인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물활설의 전통은 가치, 도덕, 의무, 권리, 금지의 기초를 신화적 내지는 철학적 개체 발생에서 구하고 있었던 것인데 과학이 이 모든 것들을 파멸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전언을 내재된 의의와 함께 받아 들인다면, 인간은 마침내 고래로부터의 꿈에서 깨어나 스스로의 완전한 고독을, 스스로의 근원적인 이상스러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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