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에서 여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직후부터 이곳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알래스카는 어디까지나 낯선 타국이었다. 알래스카의 대자연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표를 예매해야 볼 수 있는 극장의 영화처럼 지극히 객관적인 대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곳에 뿌리를 내려야겠다고 다짐한 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예를 들어 간혹 마주치는 늑대조차 웬지 낯설지가 않다. 그 전에는 늑대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나 정신이 없었다면 지금은 내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나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야생동물뿐 아니라 이곳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 그저 친한 동료도 생각되던 사람들이 이제는 내 가족처럼 다가오는 것이었다.-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