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행간·삶의 질곡 기록자 재탄생

[부산일보 2006-04-29 11:51]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가 이병주(1921~1992)의 레토릭은 많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그의 문학의 정곡을 찌르는 말로,잊혀진 역사의 행간,사라진 사람들,망각된 개인의 아픔과 삶의 질곡을 기록하는 것이 그의 문학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는 지리산, 경남 하동 출신이었다.

문학 출판의 진경이 펼쳐졌다.

전 30권에 이르는 이병주 전집이 한길사에서 동시 출간된 것이다.

김종회(이병주 기념사업회 사무총장) 문학평론가는 "전 30권이 일시에 발간되는 일은 세계문학사에서도 드문 대사건"이라고 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70년대 언론사에서 일할 때 이병주 선생의 '산하' 연재를 거들기도 했는데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원고가 오면 우리는 서로 읽어보려 했다" 고 회고했다.

저 30년 전의 인연이 30권의 새로운 인연으로 태어난 것. 이병주는 소설을 말할 때 '흐느껴 우는 여인의 눈물,발랄한 청춘의 웃음소리,성난 열정의 외침' 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관부연락선' (2권), '지리산' (7권), '산하' (7권), '그해 5월' (6권), '행복어사전' (5권), '소설·알렉산드리아', '마술사',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많은 이들이 헌사를 보탰다.

"스무 몇 살 시절에 나는 세상에 과연 생을 걸고 도전할 만한 것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 도서관에서 '지리산' 을 읽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도전할 만한 것이 몇 개 있는데, 문학이 그 하나라는 것을." (소설가 공지영)

"현대의 사마천이 되고 싶었던 작가" (이광훈 언론인)

"나는 공부하고 싶을 때 이병주 선생의 소설을 읽는다." (신봉승 극작가)

"이병주는 우리 문단 최후의 거인이다." (김인환 문학평론가)

"그는 감히 단언하건대 천재이다." (최혜실 문학평론가)

과연 이병주 작품과 안팎을 이루는 말의 성찬이다.

이병주는 문학의 출발이자 궁극인 '서사'의 작가였다.

마흔네 살의 늦깎이로 데뷔했던 이병주는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천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 글쓰기를 했는데 그것은 왜였을까.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이병주는 학병세대가 낳은 대형 작가였다" 고 말했다.

5월 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김윤식 정구영) 주최로 '이병주 문학의 밤'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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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전집' 출간기념회 열려

[연합뉴스 2006-05-03 23:48]

"해방전사 재인식되는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 현대사를 방대한 분량의 소설에 담아냈던 작가 이병주(1921-1992)의 전집(전30권ㆍ한길사) 출간을 기념하는 모임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정구영 전 검찰총장,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이병주 기념사업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문단과 언론계 원로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우선 정구영 기념사업회 대표는 "이병주 선생 전집 출간은 단지 고인의 문학을 기린다는 차원을 넘어 시민들에게 범국민적 독서 운동을 불러일으켜 문화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한다"며 그동안 애쓴 회원들의 노력에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김병익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위원장도 "이병주 선생 문학은 소설을 통한 해방 전사(前史)의 재인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해방 전후의 정신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라며 "언젠가 그의 문학은 문학사에서 재평가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주 문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세대를 다룬 문학"이라며 단적으로 지적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병주 문학은 한 사람의 글이 아닌 '학병세대' 전체를 대표하는 세대 전체의 글로서, 작품 자체를 세대 밑바닥에 놓고 파악해야한다"며 이병주 문학의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고인의 아들인 이권기 경성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와 이병주 선생 고향인 경남 하동 마을 군민 30여 명도 참석해 출간 기념을 축하했다.

조유행 하동 군수는 "뜻 깊은 날을 맞이해 군민들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며 "이병주 선생은 하동을 대표하는 문인일뿐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한 문인이었다"고 말했다.

행사 중간에는 살아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녹화 영상이 상영됐고, 성우 김용식 씨가 나와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지리산 3'과 '행복어사전 3' 등 두 편의 글을 낭독하며 고인을 문학을 다시 한번 감상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전집은 해방공간에서 젊은 지식인들이 겪은 좌우익 갈등을 그린 '관부연락선'(전2권), 빨치산을 다룬 대하소설 '지리산'(전7권), 이승만 정권의 탄생과 몰락의 시기를 압축해 놓은 '산하'(전7권), 박정희 정권 18년을 기록한 '그해 5월'(전6권), 나약한 소시민을 통해 1970년대 암울한 사회상을 드러낸 '행복어사전'(전5권) 등 장편 27권과 중ㆍ단편선집 3권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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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전문 2006-05-2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전엔 정통 문학으로서의 진지한 취급을 거의 받지 못 했던 지식인-후일담 문학의 선구자. 군수사령부 시절의 박정희와 술 친구. 자본론과 선언을 독일어 원서로 독파한 끝에 마르크시즘과 정치경제학에 통달할 수 있었다는 옛날 할아버지들의 허풍 섞인 이야기들. '그해 5월' 을 아직 못 읽었어 봤구나.

로드무비 2006-05-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여자만 사랑하고 죽는 것도 축복"이라는
말을 했어요.
어떤 기사로 읽고 멋지다 했는데.
실은 그렇게 바람둥이였다네요.ㅎㅎ
그의 <소설 알렉산드리아>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은근슬쩍 인사도 드리고요.^^

중퇴전문 2006-05-29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념 문제로 고생이 많았던 지식인이 작심하고 데카당스로 변한 경우일까요. 남재희 회고록에 보니, 감옥에서 나가기만 하면 마음껏 사치해 주리라 결심했다더군요. 그 사치 중의 하나에 연애도 있었나 봅니다. 이렇게 은근슬쩍 환영해 봅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