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민국가의 성장과 관련을 맺고 있는 문법이란 존재는, 사실 학습자에겐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합니다. 올바로 접근한다면 학습의 부담을 줄여주지만, 그렇지 않을 땐 평생 문법서를 잡고 있게 되는 웃지 못할 비극도 발생하죠. 아마 주위에서 적잖게 봐왔을 겁니다, 다시 한번 영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다짐하며 맨투맨이나 성문종합영어 앞장부터 펴는 사람들이 꽤 있죠. 그러나 불행히도 문장성분 위주로 분류해 놓은 기존의 일본식 영문법은 영어의 구조 파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십개가 넘는 문법 항목들을 깨어진 유리 파편처럼 학생들에게 던져놓고서 '니들이 알아서 조합해봐' 라는 식의 문법이야말로 오랫동안 영어의 올바른 이해와 사용을 방해해온 요소였죠. 영어 어법에 학문적인 관심이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공부와 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부터가 목적인 학생이라면 앞으로 저런 식의 영문법은 잊어도 좋습니다.
그럼 어법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남는군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많이 읽는 겁니다. 우리가 한국어를 익혀온 것처럼요. 영문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읽냐고 반문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겐 언어의 구조에 대한 감이 이미 충분히 탑재되어 있습니다. 한국어의 어법과 영어의 어법을 다르다고 생각치 마세요. 의미가 진행되어 가는 단어들의 조합 순서가 조금 다를 뿐입니다. 레고 바이킹을 가지고 놀아본 친구들은 레고 스타워즈를 던져줘도 긴장하지 않습니다, '어떤 체계를 만들고 이용한다' 는 경험을 이미 해봤거든요. 구조성이란 측면에서 인간의 언어는 사실 동일하다고 언어학에서도 말하고 있죠.
학습자에게 어법이란, 구조에 대한 감각을 독서를 통해 기르는데 있어 조금 수고를 덜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느 지역을 탐험하기 전에 지도를 한번 보고 들어가는 것과 같죠.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언어-구조적 본능이 있고 한국어라는 언어를 사용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단기간에 영어라는 또다른 언어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행위가 어법 공부죠.
학생들이 조심해야 할 점은 어법을 완벽히 마스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법에 대한 감은 독서를 통하여 자연스레 길러지는 것이지, 문법서를 반복하여 보는 것으로 정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법 책은 가볍게 한번 흝어 본 뒤 책장에 꽂아 놓으십시오. 그리고 독서 중에 문장의 구조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경우에만 참고하면 됩니다. 사실 가장 좋은 어법 공부란, 본인에게 내장되어 있는 구조에 대한 감을 영어라는 언어에 스스로 적용시켜 보는 겁니다. 처음엔 조금 힘들고 시간도 걸리겠지만, 그렇게 어렵고 불가능한 일일까요? 일자무식의 미국인도 영어를 하고 일자무식의 한국인도 한국어를 합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언어도 기본적인 약속 체계는 쉽고 간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쉬워야 모두들 쓸 수 있고, 간단해야 응용과 확장이 가능하거든요.
위에 소개한 책은 많이 알려진 책입니다. 특히 동사와 관련된 부분들을 주의해서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독해가 조금 어렵다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앞의 도표를 참고해 보세요. 이해가 가는지 곰곰해 생각해 본 뒤, 글을 접하면서 계속 생각해 봅니다.
역시 당부하지만, 어법 책 한권으로 모든걸 해결하려 들지 마십시오. 지도는 출발 전에 한번 보고, 여행하는 틈틈히 보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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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자서전은 영어 독서를 시작하기에 좋습니다. 영한대조가 되어 있지 않은 쪽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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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영어로 다시 읽는 세계명작 씨리즈 입니다. 출판사 측에서 고등학생 수준에 맞추어 적절히 개역했습니다. 사실 단어나 문장 수준은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고, 고1 정도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휴대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죠. 역시 서점에서 일별한 후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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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짜집기 한 책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유명한 책들과 각종 매체에서 퍼온 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을 지켰는진 모르겠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참고서들 중에 상급의 난이도라 불리는 책이 이처럼 프랭클린 자서전의 원문 일부를 옮겨 놓은 정도입니다. 무조건 영어 원서를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영어 독서를 굳이 이런 참고서들로 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서 아무 영어 글이나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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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런 책을 읽는 건 어떻습니까. 과학 편에서 소개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영어 버젼입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책을 읽으면 됩니다. 참고서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콩글리쉬 지문들보단 이런 책을 읽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내용의 책을, 언어만 영어로 바꿔주면 됩니다. 재미 없는 영어 지문들, 억지로 읽지 마세요. 인생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기에도 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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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이런 것도 권할만 합니다. 그리샴의 영어 역시 간결하고 평이하기로 유명하죠. 로맨스, 판타지, 스릴러.. 재밌겠다 싶은 소설을 자유롭게 고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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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라고 영어 공부가 안 되겠습니까. 언제나 교양 있는 독서만을 할 수도 없는 법, 저런 것도 읽다 보면 나름대로 얻는 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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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영어는 대체로 암묵적인 형식과 문체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걸 빨리 파악한다면 읽기가 편해지지만, 딱딱한 문어체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불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도 사정이 비슷해서 누드 교과서 같은 것이 등장하기도 했죠). 이 책의 영어는 손쉬운 구어체로 유명합니다. 영어 버젼을 서점이나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까진 아니더라도 사회에 기본적인 관심이 있다면 교양과 영어 학습 측면 모두에서 읽어볼만 합니다. 수학과 과학 등의 과목들에서 교과 공부와 독서를 결합하라고 한 충고처럼, 다른 공부와 영어 학습을 연결해 보라는 것이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이 사전은 단어의 설명이 완결된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축약형인 다른 사전들과는 좀 다르죠. 전자사전이 대세인 시대지만 이런 사전 한권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