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7
한스 페터 리히터 지음,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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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다시 접한 책이다. ABE의 많은 책들이 그랬지만, 차별이란 것에 대하여 모종의 정서가 형성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책. 지금도 난 많은 주제들에 관하여 논리 이전에 정서와 감성이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후천적으로 학습된 가치판단은 언제라도 실체가 탄로날 수 있는 허약한 것이지만, 생각 이전에 체질적으로 박혀버린 호불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암튼 사춘기 독자로서 접수했던 것은  '유태인' 차별이 아니라 유태인 '차별' 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통해 길러진 그 차별에 대한  감수성은, 동일한 책을 좀 더 복잡한 심사로 바라보게 만든다. 홀로코스트를 고발하는 여러 쟝르 여러 작품들의 한계는,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피해자마저 가장 충실히 가해자의 논리와 행위를 답습한다면, 인간은 과연 진심으로 변화할 의지가 있으며 역사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을 포함한 홀로코스트 문학이 던져줄 수 있는 진정한 메시지가 살아나려면, 핀켈슈타인의 저작 같은 것과 씨리즈로 읽혀야 할 것이다. 남경학살에 대한 중국인의 분노와 신해혁명에 대한 자부심이, 현재 진행 중인 위구르 독립 운동에 대한 중국의 탄압과 겹쳐지는 것처럼. 후대에게 필요한 일은 사실 자체에 대한 학습만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치성을 의심해 봐야겠지만), 인간은 왜 차별을 필요로 하고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내며 과연 그것이 중단될 가능성은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 아닐까. 유태인 친구들이 가해자의 훌륭한 후계자가 된 지금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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