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대개 사춘기를 경험한다. 사춘기란 개념이 부정확하다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시기라고 해두자. 어지간히 먹고 살기가 바쁘고 힘들지 않는 이상 그 시기는 10대와 20대의 어디쯤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고민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나' 는 '나' 로 태어나 당연히 '내' 가 '나' 인줄 알고 '나' 로서만 살아 왔는데, 이제 그 '나' 라는 존재 자체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된 상황.. 

사실 각 개인들이 겪는 사춘기는 인류가 지금껏 쌓아온 지성사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단 전체의 발전 과정과 역사를 개체들이 자신들 삶 속에서 소규모로 반복 구현해내는 것이다. 진화론을 가지각색으로 오도하고 매도하는 일부 호모 싸피엔스들은 개인으로 보면 사춘기 이전의 초딩이요, 현생 인류의 역사로 보면 여전히 중세에 살고 있다 봐도 무방할 것. 물론 발생의 기원에 대한 입장은 제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이렇듯 인간인데 어찌 진화를 해올 수 있느냐' 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 있는 의견이 아니라 무지에 기반한 아집일 뿐이다. 그것이 창조론을 옹호하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강경하지만 친절하게 진화론을 설명하고 있는 도킨스의 이 책은 사실 제목에서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물론 시계공을 최초의 창조주 쯤으로 보아선 안 되고 메커니즘으로 이해해야 할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