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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일보와 시사저널 시절의 명성은 들어 알고 있었으나 (한겨레21과의 인터뷰 소동까지 포함), 제대로 읽어 본 것은 한겨레 경찰출입기자로 재취업할 때 쓴 기사가 처음이었다. 아마 중국 민항기가 부산 근처 상공에서 추락했을 무렵. 김훈은 취재를 나갔고 그 사고 현장을 몇백자의 짧은 글으로 적어 보냈다. 저널리즘에서 쉽게 구경하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 좀 더 생각해보면 김훈의 그 스타일은 생략과 압축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고, '말을 위한 말장난' 으로서의 언어를 지양하고자 하는 김훈의 세계관이 그런 스타일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복잡하게 늘여쓴 만연체를 지식인의 글쓰기로 당연하다 생각하는 이들과 대비되는 지점.
언어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는 자가 언어로 먹고 살아야 할 때의 모순적인 긴장감. 많은 말도, 적은 말도 모두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지만.. 많은 말이 적은 말보다 더 악질적인 사기일 가능성은 큰 법. 김훈과 관련된 정치적인 호불호의 문제엔 관심이 없지만, 그가 스스로 어떤 정치적 포지션을 자처한다면 그 자체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말장난으로서의 '이념 타이틀 붙이기' 보단 그 인간의 정직성 같은데 주목하는 편이라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