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와 사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
제임스 도허티 글, 그림 |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꿈이 되고 꿈이 삶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앤디와 사자>는 책과 꿈과 삶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1.도서관

<앤디와 사자>는 주인공 앤디가 도서관에서 사자 도감을 빌렸다가 돌려 줄 때까지의 이야깁니다. 앤디의 시대는 1930년대 후반. 앤디는 도서관에 갑니다.

 

도서관에서 사자 도감을 빌린 앤디는 사자에게 온통 마음을 뺏앗깁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밥을 먹고 나서도 도감을 읽고 또 읽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으로 즉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서관'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꿈의 출발점입니다. 도서관은 넓고 깊은 지식의 샘이기 때문이죠.

 

도서관은 수많은 블록을 담고 있는 상자와 같죠. 무한에 가까운 조합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 하나 쌓는 건 우리 몫입니다.

 

서가에 빼곡한 책을 보면 꺼내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돌아서지 마세요. 앤디처럼 사자 도감만 빌려도 되니까요. 시작이 반입니다. 기억하세요.

 

무엇을 원하세요? 어떤 것을 쌓고 싶으세요? 가까운 도서관으로 가 보세요. 문자의 향기와 책의 기운이 가득할 겁니다. 힘이 날걸요? 꿈은 현실이 될거구요.(도서관 캠페인 아닙니다.ㅎ)

 

 

2.사자 도감과 꿈

앤디의 머리엔 사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앤디는 책을 놓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사자 사냥 이야기엔 정신을 빼놓고 듣죠. 얼마나 사자를 열망했는지 꿈에서도 사자를 잡으러 갑니다.

 

어린 시절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감동했죠. 아프리카에 가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꿈 속에서 의사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자면서 꾸었던 꿈과 장래 희망이 똑같았던 시절이었죠.

 

책이 꿈으로 나타났다면 책과 꿈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일만 남게 되죠. 이 공백의 이름은 우리가 늘 마주하고 있는 '바로 지금'입니다. 책 속의 사자, 이야기 속의 사자, 내 머리와 가슴 속의 사자를 눈 앞에 불러내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3.사자  

꿈에 그리던 사자를 만난 앤디. 사자 도감에서 보고,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듣고, 꿈에서 만났던 바로 그 사자를 진짜로 만났습니다.

 

앤디의 모습이 상상이 되세요? 사자다! 순간 앤디는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무섭고 낯설었기 때문이죠. 사자는 앤디를 따라다니던 개(프린스)하고는 달랐으니까요.

 

저는 <앤디와 사자>에서 사자가 꿈의 화신으로 보였습니다. 처음 본 사자를 '그래, 바로 이거야!'하고 덥석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용감하게 사자에게 다가서야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4.가시

꿈을 보고 달아나면 꿈도 내게 등을 돌립니다.

 

사자를 본 앤디가 도망친 것처럼 사자도 앤디를 보고 피하려 합니다. 숨이 차서 멈춰선 앤디 앞에 사자는 앞발을 내밀어 보이죠. 커다란 가시가 박혀 있었습니다.

 

꿈을 삶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꿈에 박힌 가시 때문이죠. 누가 사자의 발에 가시를 박았을까요?

 

열망했던 일이 가로 막혔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게 부정의 마법을 걸었던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들입니다. 나를 위한 충고가 꿈에 박힌 가시로 돌아왔을 때 많이 아팠습니다.하지만 꿈은 가시로 내 간절함의 정도를 시험했을테니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앤디는 사자의 발에 누가 가시를 박았는지 묻지 않죠. 온 힘을 다해 가시를 뽑는데 집중합니다. 이제 앤디도 사자도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앤디는 꿈이 출제한 문제를 잘 풀어 냈습니다.(짝짝짝)

 

 

5.서커스

앤디는 사자와 헤어집니다. 가시를 뽑아주고 떠나 보낸 사자. 아프리카 초원이 아니라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꿈을 저 서커스단의 사자처럼 마음 속 쇠우리에 가두어 둡니다. 보고 싶을 때 가끔 추억을 더듬는 구경꾼이 되죠. 하지만 그건 꿈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갇혀 있던 꿈이 앤디의 사자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마음의 창살을 뛰어 넘는 순간 주위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죠. 나이값 좀 해라, 아직도 그러냐, 네가 청소년이냐, 뜬구름 잡지 마라...

 

듣기 싫은 말들... 꿈을 우리에 가둔 자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아닐까요? 그 정도 쓴소리는 신경쓰지 마시고 이렇게 말해 보세요. "내 나이가 어때서? 꿈을 이루기 딱 좋은 나이야!"

 

6.용기와 상

쇠우리를 뛰쳐나온 사자와 다시 만난 앤디. 이번엔 도망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자를 덥석 끌어안죠. 서커스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피우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두려움에 떨며 사자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앤디는 이렇게 외칩니다.

 

“사자를 해치지 마세요! 이 사자는 내 친구예요.”

 

앤디는 성대한 대열 속에서 사자와 함께 행진을 합니다. 소리치고 화내던 마을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냅니다. 용기 있는 앤디는 상도 받게 되죠.

 

저도 꿈을 다시 만났다면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끌어 안아야겠습니다. 소리 높여 '이 꿈은 내 친구'라고 고함치고 싶네요.

 

책도 꿈도 삶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의 꿈은, 도감 속의 사자는 일장춘몽이요, 찻잔 속의 태풍입니다. 변덕스런 주변과 하나되지 마세요. 비난은 언제라도 칭찬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용기있는 자는 상을 받습니다. 상은 누군가가 주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꿈을 삶으로 바꾼 자가 받게되는 진정한 상은 '삶이 된 꿈' 바로 그 자체입니다.

 

 

7.마지막 장면과 심우도

영화마다 명장면이 있고 책마다 명문장이 있습니다. <앤디와 사자>의 명장면, 명문장을 꼽으라면 저는 마지막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앤디는 사자도감을 돌려주려 도서관에 갔습니다.“

 

사자 도감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던 소년 앤디. 대출하던 날엔 기르던 개와 함께 도서관에 가더니만 이제 사자를 데리고 반납하러 갑니다.

 

들뜬 마음으로 도석관을 향해 빠른 걸음 내딛던 첫 장면과 많이 다릅니다. 무척 여유롭습니다.

 

보물을 찾은 사람에게 더 이상 보물 지도는 없어도 되죠. 앤디에게 사자 도감은 이제 반납해도 되는 책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며 예전에 한 사찰에서 보았던 심우도가 딱 스쳐가더군요. 심우도를 찾아 보았습니다. 작가 제임스 도허티가 이걸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꿈꾸는 그 무엇이 사자가 될 수도 있고 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사실은 꿈을 이루면 나를 찾는다는 겁니다.

 

<앤디와 사자>는 사자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앤디가 결국 자기를 온통 사자로 채우더니 몸 밖으로 그 사자를 끄집어내는 이야깁니다.

 

사자를 꿈이라고 할 수 있죠. 바꾸어 말하면 사자는 앤디 자신입니다. 앤디의 내면을 다 차지하고 있던 존재였으니까요.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인간이라면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 꿈은 무엇인가?

 

<앤디와 사자>를 읽으면서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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