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만 보는 바보>, <책에 미친 바보>. 제목만 들어도 같은 인물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에 대한 책들이다. 제목은 한자 '看書痴(간서치)'를 각각 '책만 보는 바보', '책에 미친 바보'로 번역한 것이다.

 

두 책은 1년 간격을 두고 발행됐다. 2004년엔 <책에 미친 바보>가, 2005년에 <책만 보는 바보>가 출판됐다. <책에 미친 바보>는 최근 내용을 보강하여 개정판이 나왔다.

 

같은 인물 이덕무를 다루고 있지만 <책에 미친 바보>는 저자 이덕무, 역자 권정원으로 되어 있다. <책만 보는 바보>는 저자가 안소영으로 나온다. 왜 그럴까?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의 원문 한자를 역자 권정원이 국문으로 옮긴 것이므로 저자 이덕무, 역자 권정원이 맞다. 이덕무의 원문 글을 주제별로 나누어 국문으로 번역하고 내용에 따라 읽는데 도움이 되도록 역자가 해설을 달았다. 반면 <책만 보는 바보>는 저자 안소영이 이덕무의 글을 바탕으로 그의 친구들, 시대상황을 엮어 마치 인물, 사건, 주제가 있는 문학작품처럼 되살려 내고 있다.

 

솔직히 읽는 재미는 <책만 보는 바보>가 낫다.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도 <책에 미친 바보>보다 훨씬 강하다. <책에 미친 바보>는 원문을 접해 볼 수 있는 잇점이 있지만 문체는 건조하다. 한 권만 읽으라면 난 <책만 보는 바보>를 읽겠다. (물론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를 수 있고 두 책의 성격이 다른 만큼 균형잡힌 비교가 어렵다. 이 생각은 100% 개인적인 것이다)

 

아무튼 이제 두 권의 책이 내게 준 이덕무의 이미지는 책과 친구, 두 가지다. 삶을 살면서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 뭐가 있을까? 이덕무는 평생 신분제도의 구속을 받는 사회구조 속에서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도 못했고 스스로 배부르게 먹지도 못한채 가난과 처절하게 싸웠다. 세상 부귀영화가 부러웠을만 했을텐데 그는 책과 친구에게 삶을 의지했다. 든든했을테지. 그래서 이덕무의 삶이 부럽다.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는 그의 책 <미쳐야 미친다>에서 이덕무에게 압도당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오늘 그가 나를 압도하는 대목은 호한한 독서와 방대한 저작이 결코 아니다. 그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맑은 삶을 살려 애썼던 그의 올곧은 자세가 나는 무섭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만년의 별 실속 없는 득의거나, 그 많은 임금의 하사품이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고, 알아줄 기약도 없는 막막함 속에서도 제 가는 길을 의심하지 않았던 그 믿음이 나는 두렵다.......(중략) 그 처참한 가난과 신분의 질곡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맹목적인 자기 확신, 독서가 지적 편식이나 편집적 욕망에 머물지 않고 천하를 읽는 경륜으로 이어지던 지적 토대, 추호의 의심없이 제 생의 전 질량을 바쳐 주인 되는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의 내면 풍경이 나는 그립다.

<미쳐야 미친다> 81-83p

 

 정민 교수의 글을 읽고 나니 이제 정민 교수의 글이 부럽다. 이덕무에 대한 짧고 알찬 글을 읽고 싶다면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중 이덕무편을 읽으면 된다.

 

<책만 보는 바보>, <책에 미친 바보>, <미쳐야 미친다>. 곁에 두고 다시 읽어 마음을 맑게 하고 인생의 가르침을 얻는데 유용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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