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지내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들.
나무와 숲에 대한 기억들 ... 기억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가 조금씩 떠오르면서 힘이 되기도 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1. 60살 넘은 느티나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느티나무는 학교만큼 나이를 먹은 느티나무였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60살이 넘었으니 지금은 90살이 훨씬 넘어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
중학교 때 이사를 한 이후로는 초등학교에 가 본 적이 없으니 못본지가 꽤 오래되었건만, 지금도 그 느티나무가 종종 떠오른다.
여름이면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준 나무,
조그맣던 우리의 팔로는 한아름에 안을 수도 없었던 나무.
까닭 모를 그리움.
#2. 햇빛에 잎을 반짝이던 감나무
어릴 적 할머니 댁 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다.
어린 내게는 너무나 큰 나무여서 감나무 잎을 밑에서 바라보고, 떨어진 감꽃을 주워서 놀기만 했지 위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였는데 ... 아침에 나무 위로 햇빛이 비칠 때면 감잎 사이사이로 햇빛이 반짝반짝 빛나곤 했다.
그 햇빛 때문에, 아직도 감잎은 반짝거리는 그 느낌으로 남아있다. 묘한 기쁨과 설렘을 주던 반짝거림.
#3. 교정 가득 노란 잎을 떨어뜨리던 은행나무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정말정말 커다랗던 그 두 그루가, 가을이면 교정(ㄷ자 모양의 교사 가운데 있던 잔디밭) 한 켠을 노랗게 물들이곤 했었다.
마른 잔디 위에 떨어지는 노란 잎들.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 위를 걷던 기억.
내 첫사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친구와 함께 떠오르는 노란 잎들.
#4. 소복소복 낙엽을 쌓던 경기전의 나무
중3 교실 복도에 서면 경기전이 내려다보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보는 느낌이 좋아 복도에 종종 서 있곤 했는데,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가을 나무들.
소복소복 쌓인 낙엽, 그 위로 드러난 나뭇가지들. 쓸쓸한 듯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풍경.
... ...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