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대한 변명

'그래도 학교는 ... ', '함께 어울리고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 ' 이라고 생각하신다는 샘의 리뷰를 잘 보았습니다.
저 역시 '삶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배우는 곳은 ...'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열심이라는 일산에 살면서, 4학년 1학기가 반이 지나도록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학교에서 공부 꽤나 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저에게 하는 말이 "뭘 믿고 그러느냐", "아이의 모든 공부를 관리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학원에 보내라"고 말을 하지요.

그런데, 저는 요즘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부모가 노력하면 된다'며, 그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아이 담임 선생님의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엉뚱하게도, 이 책들을 읽으면서 제가 생각한 것은 내가 아이에게, 아이의 학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지요.

생각해 보니 저는 성적이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더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가 공부를, 학교생활을, 나아가 친구 관계와 사회 생활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인 것 같아요.

앞으로 지내게 될 힘겨운(?) 나날들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모든 일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리고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 말이지요.

물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를 형성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것도 꼭 필요하지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저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학원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길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부모님이, 선생님들이 해 주셨던 것처럼 말이에요.

변화하는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 너무 뒤쳐진 엄마일까요?
공교육에, 학교 선생님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게 ... 그리고 엄마인 제가 약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 부질 없는 일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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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5-0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마음가짐이나 아이들의 독서량, 독후활동으로 볼때 학원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잘 할수 있다고 믿습니다.

bookJourney 2008-05-02 21:20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
주위를 보고 있으면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조바심도 나고 ... 그러네요.

2008-05-01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2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4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5-0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길줄 알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요. 학교를 포함한 많은 것에서요!
모든 걸 학원에서 배우거나, 부모의 간섭으로 자란 그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ㅠㅠ
저도 학원보내지 않는 용감한 엄마라지요~~ 중3 아들녀석은 아무래도 이제는 영.수 학원보내야 될 것 같아요. >.<

bookJourney 2008-05-02 23:36   좋아요 0 | URL
예, 삶을 즐기고,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어요.
그리고 ... 학원이든 과외든, 본인이 필요를 느껴서 할 때가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마노아 2008-05-0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신을 갖고 계신 님이 아름다워요. 꿋꿋이 지키는 겁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세요. ^^

bookJourney 2008-05-04 06:12   좋아요 0 | URL
샘의 응원에 힘이 막 솟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희망찬샘 2008-05-0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렇게 또 뵙습니다. 초창기 아이들 책을 고를 때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책을 무척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라딘 리뷰어들의 글을 무척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먼저 읽으신 분들이 좋다고 이야기 하시는 책은 믿을만 했거든요. 저도 그런 쪽으로 한몫 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좋은 글들로 가득 찬 님의 서재-즐겨찾기 등록입니다. ^^

bookJourney 2008-05-08 22:48   좋아요 0 | URL
저도 한동안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소개한 책을 보다가, 이제는 알라딘의 서재지기님들이 소개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믿을만한' 분들의 서재로 마실 다니면서요. 님의 서재도 제가 자주 구경 가는 서재 중 하나랍니다. ^^
님의 즐겨찾기 등록~ 감사합니다. 볼 건 많이 없지만 자주자주 놀러오세요 ~ *^^*

알맹이 2008-05-17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으십니다. 저도 늘 그런 생각을 하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bookJourney 2008-05-17 07: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그런 생각을 해주신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몰라요. 어제, 초등학교 교사인, 후배의 언니가 "학원에 안다닌 애들은 (느슨하게 지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는 괜찮은데 중고등학교 가서는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좌절하고 있었거든요. 아이와도 이래저래 부딪히고 말이지요... --;;
스스로 할 수 있는 힘, 어울려 사는 자세, 즐기며 헤쳐나가려는 노력... 이런 것들을 길러주고 싶은데... 정말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