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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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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것을 어렵게 설명하는 것과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 중 무엇이 더 힘들까요? 물론 '쉬움'과 '어려움'은 상대적이기도 하고 쉬운 것을 어렵게 설명하는 것도 의외로 힘듭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을 가르쳐 온 제 입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일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오늘 소개할,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이기도 한 <우주로 가는 계단>은 복잡한 설정과 어려운 내용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주인공인 지수는 동화의 주인공으로서는 제법 만만치 않은 배경 설정을 가진 아이입니다. 폐소공포증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어릴 적 아빠의 농담 때문에 우유를 마시지 못하며, 부모님과 동생이 사고로 죽어 삼촌과 둘이서 삽니다. 놀이터에서는 구석에 앉아 물리학 책을 읽죠. 스티븐 호킹 박사가 있었던 케임브리지 대학교 물리학과에 진학하기를 꿈꾸는 지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물리학에 대한 서술이 꽤 자주 등장합니다. 이야기 속 사건들도 보통의 초등학생이라면 겪기 힘든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편입니다. 우리가 지수의 눈을 통해 책 속 사건들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속은 복잡하지만 그 속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지수는 그 많은 사건들을 담하게 우리들에게 들려줍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평행우주'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평행우주는 다양한 의미를 가집니다. 지수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어딘가이고, 지수의 친구인 민아와 희찬이에게는 새롭게 맞이한 상황들이 그들의 새로운 우주가 되겠죠. 아니면 은서 언니처럼 "내 우주는 바로 너"일 수도 있겠습니다.

평소 물리학이나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읽고 난 후에 각자의 평행우주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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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유전자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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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반짝이는 제목이 눈에 띄는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해주듯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에요.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당신은 돈을 받고 당신의 시간을 파시겠습니까?'

이야기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과 '시간 유전자'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시간 유전자'는 수명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야기 안에서 시간 유전자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시간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은 돈으로 시간을 사서 수명을 거의 무한대로 늘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시간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합니다.

책 안에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 파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줍니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그 시간을 조금 잃더라도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죠.

이 책은 아직 저 혼자만 읽고 학생들에게는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소개했을 때의 반응이 정말 궁금해요. 과연 학생들은 두 번은 없을 자신들의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얼마에 매길까요? 5학년 실과 과목에는 시간 관리에 대한 단원이 있습니다. 그 단원을 공부하면서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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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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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코로나 시국을 헤쳐나가며 (교실도서관의 시초가 되는) 어린이책 몇 권과 함께 겨우 석사과정 졸업논문을 쓰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하는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친구인 Y가 이 책을 선물해 주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재미있는 어린이책이 많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학생들과 함께 더 많은 책을 읽어볼 힘이 났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어린이책의 조건은 (1)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제가 읽어도 재미있어야 하고 (2)해피엔딩이어야 하며 (3)아이들을 너무 착하게만 그려서는 안 되며 (4)아이들을 너무 멍청하거나 너무 똑똑하게 그려서는 안 된다입니다(물론 반박은 언제든지 받습니다). 그리고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책의 주인공이 "멋진 여자 어린이"라면 저는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칩니다.

<5번 레인>은 마지막 조건까지 모두 동그라미를 치며 제 마음속에 다이빙을 했습니다.

복직 후 담임을 맡은 5학년 학생들에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어 주었습니다. 하루에 한 챕터 정도 읽으면 한 달이 조금 덜 걸립니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너무 재미있게 들었고, 태양이가 나루에게 (스포일러)한 부분에서는 그 어떤 때보다도 집중력이 높았다고 저는 자부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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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너구리 요요 첫 읽기책 13
이반디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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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너구리 요요>는 창비 출판사의 '첫 읽기책'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글씨도 큼지막하고 사용된 낱말도 아주 쉬운 편이에요. 1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이고, 무엇보다 짤막한 이야기 세 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라 시리즈의 제목대로 첫 읽기 책으로 삼기에 적절합니다. 영유아가 읽는 그림책에는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책도 등장인물이 너구리, 곰, 토끼 등 그림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이라 더욱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고 있는 이야기까지 마냥 어린 것만은 아닙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내가 더 잘할게'에서는 친구와의 관계(또는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고, 두 번째 이야기인 '새해'는 겨울을 묘사한 표현들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정어리 아홉 마리'는 읽으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렸어요. 읽기 경험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각자의 감상을 가질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기준에 꼭 들어맞는 책입니다. 그냥 '요요가 너무 귀여워~'하면서 읽어도 되고, 요요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탐구하며 읽어도 돼요.

세 가지 이야기 중에서는 첫 번째 이야기인 '내가 더 잘할게'를 가장 좋아합니다. 읽을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떠올리게 돼요.

마지막으로, 홍그림 작가의 삽화가 너무 좋아요. 세상에는 왜 이렇게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은지.... 기회가 된다면 뭘로 채색하시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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