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정진호 지음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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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는 이제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마침 이 문장을 쓰는 지금, 제 휴대폰에는 어제 주문한 물건이 배송 완료되었다는 반가운 문자가 와 있네요. 언제 행복한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택배 상자를 뜯을 때"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하지요.


    그런데 그 택배를 새벽같이 배달하는 배달 기사의 출근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출근 전 배달 기사가 트럭에 기름을 넣으려면 주유소 직원은 언제 출근해야 할까요? 또 그 직원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야 한다면, 지하철이 출발하기 전 선로 정비는 언제 끝나야 할까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그 직업들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은 바로 그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펼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노란색, 검은색, 흰색 딱 세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거든요. 노란색과 검은색은 일상에서 위험이나 주의를 알릴 때 쓰이는 조합인 만큼 이 색을 사용한 삽화는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글씨는 큼직하고 단정한 서체를 사용했으며 문장도 간결해서 아직 긴 글 읽기가 서툰 초등학교 저학년도 쉽게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글밥이 적다고 내용까지 가벼운 건 아닙니다. 인권이나 사회, 직업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은 이 책을 훨씬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책 속에 등장하는 직업의 목록을 만들어 보거나 책 내용을 나의 하루 일과로 바꾸어 다시 써 보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세상에는 눈에 띄는 화려한 직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업도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의 평범한 일상이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책을 덮고 난 뒤 학생들이 한 번쯤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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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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