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그저 두시간 앉아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배불렀던, 그래서 극장에서 2번 보고 DVD까지 대뜸 사게 했던 영화 '오션스 일레븐'.
곧 속편이 나오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11+1, 오션스 트웰브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내용은 머리좋은 도둑 집단이 도둑질을 한다는 단순한 얘기다.
단, 전편에서 그들에게 엿먹었던 카지노 주인에게 목숨을 담보로 한 '재산반환청구'를 당하고, 살기 위해 털어야 한다는 점에서 '범행동기'가 더 절박해졌고, 전편에서 하나였던 적이 이번엔 셋으로 늘어난 데다가 그중 하나는 브래드 피트의 전 애인이자 특급 수사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시츄에이션의 차이가 있다.
어쨌든...룰루랄라 신나게 돈들 써제끼던 11명의 도둑들은 각자 받았던 돈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 생각에 머리통이 빠개지고... 전편에서처럼 물주를 찾아 첫 거사를 감행한다.
어쩐지 쉽다 싶은 이 거사에서 그들의 세번째 적, 도둑질을 무슨 올림픽 기록 경기로 착각하는 세기의 도둑 '검은 여우'라는 존재가 드러난다.
'내가 이 바닥에서 절대 최고'라는 자부심이 오션스 일당 때문에 무너진 그 여우라는 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 사단이 벌어졌고... 어쨌든 이들은 살기 위해서 새로운 타겟을 놓고 그와 내기를 벌이게 된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앤디 가르시아, 뱅상 카셀 그리고 덤으로 브루스 윌리스까지...
거의 헐리우드 스타 인명사전같은 이 영화의 캐스팅은 전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싶다.
초반의 10분 이상을 인물 소개로 허비하더니 그 후로도 카메라를 균등하고 비춰져야한다는 계약이라도 맺은 듯 쉼없이 이 사람 저 사람을 보이느라 당최 내용이 뭔지는 영 뒷전이다.
정작 도둑질을 하는 모습은 나오다가 말고, 일이 다 해결된 다음에 실은 그랬었다라며 어지러운 편집기술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
전편에서 모의 테이프를 만들고, FBI로 위장해 들어와 돈가방을 들고 나르면서 옛 애인까지 당당하게 빼오는 치밀함은 온데간데 없고, 어설픈 코미디에 뻔히 보이는 트릭, 도대체 왜 저런 짓을 했을까 싶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을 수많은 배우들로 현혹시키는 꼴이다.
전편보다 괜찮은 속편은 '대부'밖에 없다지만, 이 영화는 전편의 성공과 조지 클루니의 인맥에 기대어 지들끼리 돈 쳐들여 한판 놀아보자는 정도의 성의(?)만을 보인다.
배우들은 찍으면서 퍽이나 신났을 것 같다. 로마며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위험은 커녕 특별한 액션씬도 없이 실컷 말장난만 했으면 됐고, 특히나 줄리아 로버츠의 줄리아 로버츠 연기는 그들의 촬영 기간 중에 이벤트로 웃고 즐기기 딱 좋았을테고...
물론, 이번에도 난 충분히 흐뭇했고 배불렀다. 조지클루니에 브래드 피트라면 그들이 와서 '몽정기 2'를 찍었대도 난 보러갔을 것이고 좋아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션스 thirteen(한글 표기법을 모르겠다. ^^;)은 아니라고 본다. 종합선물세트도 너무 과하면 부담되고 그중 몇 개는 버려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누굴 또 더할건데? 휴 그랜트, 주드 로, 밴 애플렉, 메튜 페리, 조니 뎁...등등이라면 물론 고맙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미국 연예가 중계를 보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