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최고 기대작이라는 설문조사 결과와 송강호, 문소리라는 두 배우가 나온다길래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영화였다.
그러던 중에 가족의 달, 어버이날을 맞이하야, 싼값에 때울 생각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에 갔더랬다.
최악의 어버이날 선물이었다.
혹시라도 이 영화의 시대배경이 그때라는 것과, 11번을 웃긴다는 카피에 속아 부모님을 동반할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몇가지 짚고 넘어가기를 권한다.
당신 부모님이 박정희에 대해 어떤 향수를 갖고 있느냐와, 지지정당이 혹시 한나라당이 아닌가 한하는 점이다.
사사오입으로 낙안이를 낳을 때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우리 식구들의 분위기는 마리구스병 운운하면서 슬슬 어색해지더니 낙안이가 고문받을 때에 가서는 앞뒤 관객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험악해졌다.
'저런 게 어딨어', '말도 안돼'라며 불편해하던 우리 아버지... 결국 중간에 나가버리셨고, 내 돈 내고 들어온 영화는 끝까지 본다는 신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 역시도 엔딩 크레딧이 채 올라오기도 전에 극장을 나서고야 말았다.
이것이 바로 박정희 향수의 실체인가.
영화의 질과 상관없이 불편한 기억으로 남을 영화 '효자동 이발사'
단순히, 표어 식으로 말하자면,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소시민의 삶을 그린 블랙 코미디' 이다.
77년생인 내 기억속 최초의 대통령은 전두환이고, 박정희가 어땠는지 그 비서실장이 얼마나 죽일 놈이었는는지는 알 바도 알고 싶지도 않다. 90년대를 넘어 밀레니엄을 사는 내게 사사오입이니 유신이니 하는 것은 국사책 맨 뒤 챕터에 실려 시험에도 나오지 않았던 흘러간 노랫가락보다도 못한 일이다..
우리 아버지 일 때문만이 아니라 영화 자체로도 기대와는 사뭇 다른 영화긴 했다. 기본적으로 정치색이 들어있는 영화는 싫어할 뿐더러 내가 알고싶지 않은 어둡고 더러운 우리 사회의 어느 한 모습을 애써 드러내는 것 또한 질색이다. 게다가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천연덕스러운 웃음기까지...
특히, 낙안이가 전기고문을 즐기는 장면에서는 나역시도 일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소리지르고 찢기는 장면보다 더 소름끼치고 징그러운 판타지. 그 아역 배우에게는 뭐라 설명하고 그 장면을 찍었을까...아무 것도 모르고 알 필요도 없는 어린 배우에게 너무나 잔인한 연기가 아니었을까...
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낙안이를 일으키기 위한 성한모의 노력과 박정희의 몰락을 낙안이의 운명과 연관시키며 결국 부성으로 엔딩으로 끌고가는 뒷부븐은 다소 식상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생뚱맞기도 한 것이...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영화 자체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 시작부터가 나와는 또 우리 부모님과는 맞지 않았던 '효자동 이발사'. 어쩌면 좋은 영화 한편을 놓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