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꼬박꼬박 나갈 곳이 없는 처지인데다 주로 집에 박혀있다보니,
낮에 같이 시간을 때워줄 사람이 필요한 친구년들의 대기조 1순위가 되어버렸다.(차라리 영화속 '홍반장'처럼 일당제로 했음 책값은 벌었을게다)
그것도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점심같이 미처 스케줄표(물론 이런 거 안 키운다)를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확답을 해야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런 갑작스런 전화에 항상 OK를 하는 것은 내가 진짜 한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질문 순서가 너무나 교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일 점심에 불편한 자리에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는 상황이라면...
"나 내일 누구 만나러 가는데 좀 불편하거든. 같이 가줄래?"
가 먼저 나와야지 내가 일의 경중과 플러스마이너스를 따져서 가부간에 결정을 내릴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나의 영악한 친구년들은 꼭 이렇게 묻는다.
" 낼 점심에 뭐해?" " 낼 약속있어?"
그럼 천성이 정직한 나는 '아무 일도.", " 없어"
라고 대답을 하고...,
그러면 비로소 중요한 얘기를 꺼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줄래?'가 아니라 "가자"가 되어버린다.
.....
그리하야 나는 내일도 또 쭐레쭐레 불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