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속한 것 중에 가장 처치곤란한 것, 뭔가 운영체계가 달라졌음 좋겠는 게 있다면 바로 두 팔이다.
생긴 것 자체가 몸뚱아리에서 쭉 삐져나온 것이 고정되어 있지가 않고 덜렁거린다.
가만히 서 있을때, 특히 어려운 사람 앞이라던가 엄숙한 자리, TV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을 때(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도저히 이 두 팔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해진다.
차려 자세로 양옆에 내리고 있는 건 아무 조치도 안 한 것과 마찬가지고,
앞으로 모으고 있자니 영 답답하고 소심해 보이고,
열중쉬어 자세로 뒤로 가져가면 휑하게 드러내놓은 가슴과 배가 민망하고...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다.
걸을 때 이런 경험 한번쯤은 있을거다. 팔과 다리가 같이 움직이는 뻣뻣한 움직임.
오죽하면 교련, 체육 시간에 시험을 다 봤을까...
뛸 때는 더 가관이다. 내가 100m를 20초에도 못 뛰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두 팔을 어떻게 흔들어야하냐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그렇다고 잠잘 때라고 편안한가? 결코 아니다.
나는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야지 잠이 온다. 그것도 여러번 뒤척여야 겨우 제자리는 잡는다.
그렇게 잠자리를 몇번씩 뒤척이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팔 때문이다.
옆으로 누우면 밑에 깔린 팔에 아플 뿐만 아니라 나머지 한 팔의 위치도 애매해지고,
엎드렸을 때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내렸다 접었다 폈다 별 짓을 다해도 영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 다시 옆으로 돌아눕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는 엉뚱한 상상!
팔이 접탈식 구조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떼었다 붙었다 할 수 있다면 이런 불편은 없지 않을까... 아님 잘 때 만이라도...
아, 일단 떼어내버리면 다시 붙일 팔이 없겠군.
밤에 자다가 물건을 집어야 한다면 것도 문제겠고...
결정적으로 두 팔이 없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남자가 뒤에서 양팔로 안아주는 것)가 일단 한번의 단계를 거쳐야 이뤄질테니... 걔가 귀찮아할거야.
오늘도 내 육중한 몸에 깔려 저릿저릿한 팔을 붙잡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상상에 빠져본다.
팔을 떼어낸 몸, 게다가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