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하
페터 회 / 까치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번의 대출 연장과 두 번의 대출, 양천 도서관 소속인 이 책이 내 손에 있던 시간이 무려 5주간이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읽었다. 나의 책읽기는 2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적어도 2주안에 내리 읽어 끝을 보거나, 그 시간이 넘어가면 나와는 인연이 없는 책이려니... 포기해버리거나... 그러니까 이 책은 막 포기해버리려는 찰라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셈이다.

1권 중간까지는 스밀라라라는 여자의 쓸데없는 공명심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눈에 대한 얼음에 대한 그린란드에 대해 늘어놓는 그녀의 냉철한 지식과 감각들은 나에겐 너무 낯설고 먼 얘기였다. '이자이아'를 누가 왜 죽였을까란 의문도 스밀라의 '눈'에 대한 남다른 감각에 의존하고 있으니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고... 바로 여기서 책장을 덮어버렸다면, 나에게 이 책을 '무지 재미없는 잘난체하는 소설'쯤으로 잊혀졌을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을 알아챘다. 음모의 핵심으로 파헤쳐들어갈수록 더욱더 얼음처럼 냉철해지지만 가슴속 열정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녹여버릴만큼 뜨거운 스밀라, 주위 사람들, 게다가 음모의 가담자들마저도 그녀의 남다른 감각에 협조하게 되는 묘한 카리스마까지... '이자이아'의 죽음의 비밀이 아닌 스밀라라는 캐릭터에 빠지는 그 순간부터 이 책은 새로운 중독성을 띄게 된다. 밑줄이라도 긋고 싶을만큼 딱 떨어지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세상에 대한 냉철한 통찰력을 보여주며 그에 못지 않은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과 더해져 하나의 인물로 살아나 700여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속 세계를 장악한다.

소설속 인물에 이렇게 폭 빠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얼음의 계절, 이번 겨울엔 한참을 스밀라에 대한 기억으로 살게 될 것 같다. 그 첫번째로... 이미 절판된 이 책을 찾아 서점들을 돌아다녀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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