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유쾌하고, 기발하고, 신선하고 다 좋다. 하지만 그것들을 까맣게 덮어버린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남는 것은 '뭐야?'라는 불만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어디 새삼스러운 일인가? 전 인류의 '공공의 적'이다시피 한 미국 혼자 슈퍼맨에 배트맨에 동장 면장 다 해먹는다는 거 말 안해도 안다. 모두가 아는 얘기의 반복에서 머무른다면, 그 밖의 형식적인 노력은 그저 눈속임을 위한 포장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언제까지나 독자가 바라는 것은 포장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