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이스풀 - 할인행사
애드리안 라인 감독, 리차드 기어 (Richard Gere)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주위의 아주머니들에게 선풍적인 인기였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후 중년여성의 로맨스에 굶주렸던 그들에게 다이안 레인의 도발적인 섹스신은 제법 만족스런 대리만족이었나보다.

어쨌든... 가을을 맞이하여 바람 한번 찐하게 나고 싶은 싱숭생숭한 이내 마음을 눌러앉혀볼까 싶어 선택한 이 영화는 그러나, 어딘지 뻔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초반 그야말로 강한 바람(wind) 때문에 순식간에 바람이 나고야 마는 여주인공의 심리가 제대로 그려지지가 않아, 그녀의 애정행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겉보기에 너무나 완벽한 남편과 아이, 가정을 깨고 나오는 '호강에 겨워 요강 쓰는' 여자 얘기는 쌔고 쌨다.

거기에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의 충동적인 살인에서 히치콕의 원작과 마이클 더글라스의 리메이크작도 떠오르는 것이 뻔한 치정극의 냄새를 팍팍 풍겼다.

그러나 '이 영화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가 드는 순간, 그 이후부터 이 영화의 매력이 발산된다.

남편이 살인을 저지른 그 순간 내연남에게 '헤어지자'는 메시지를 남기는 아내. 마침내 정신을 차린 남편의 앞에 놓여있는 시체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있는 아내를 보는 남편.

이렇게 부부는 같으면서도 다른 비밀을 갖고 외줄타기를 하듯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이 위태로운 긴장감은 둘의 사랑의 증표이자 일탈의 증거이기도 한 어떤 물건의 등장으로 깨지고, 마침내 두 부부는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거짓과 배신으로 상처입은 두 부부는 그러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생각한다. 바로 여기, 아내가 태워버린 불륜의 증거와 바람불던 날 첫만남의 기억을 되돌리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특별함이 보인다.

기대했던 아름다운 불륜영화는 아니었지만, 스토리 면에서의 단조로움과 식상함을 잊게할만큼 두 배우의 연기로 만족할만한 영화였다.

단, 아직 찐한 사랑영화 한편 보고 싶은 나의 가을병은 여전하니 큰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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