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 2003 제2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종은 지음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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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특히 한국 소설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춘문예나 각종 신인상 수상작들은 챙겨보는 편이다. 다소 생뚱맞기도 하고, 설익은 듯하고, 어떤 건 어쩐다 이런 게 상을 탔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신선함을 좋아한다. 또, TV에 신인가수가 나왔을때 '어쭈, 쟤는 뜨겠네' 점치는 것과 비슷한 심정으로 작가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다.(그렇게 찍은 작가의 작품집이라도 나오면, 괜히 지가 뿌듯해서 덥썩 사오기도 하고...)

어쨌든, 그런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 책도 선뜻 구입을 해버렸다. '오늘의 작가상'이라... 이름마저도 신선하다. 택배로 받아든 이 책의 첫 느낌은 '어라? 비겁한 책이네'였다.(난 양장본에 여백많고 글자 폰트도 큰 주제에 제 값 받는 책들에게 '비겁한'이란 형용사를 붙인다.^^) 그 두께도 중편도 아닌 것이 장편도 아닌 것이 어쩡쩡한 것이 빨리는 읽겠다 싶어서 우선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2시간에 가뿐하게 읽히는 분량에 내용에 문체였다.

'서울특별시'에서 살아가는 30세 동갑내기 남자 네 명의 이야기라, 게다가 걔들은 한 껀 할 계획으로 도원결의 비슷한 결속까지 맺는다. 어째 낯익은 부분들이다.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도 생각나고, 주유소 습격사건도 얼핏 스쳐가고, 이만교의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도 슬쩍 지나가고...

이름도 특이한 우리의 네 주인공들은 서울시민을 꿈꾸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부모 덕에 서울시라는 본적을 갖고 태어났다. 그들 역시 과히 성공적이지 못한 서울에서의 삼십평생을 지내면서 그래도 '나의 고향은 서울'이라는 사명 아래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며, 찰리의 말도 안되는 계획에 하나하나 동조하게 된다. 그 계획이란, 실패할 게 뻔한 강도짓!!

그들의 강도짓이 실제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여전히 상상속의 신기루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그 일로 하여금 그들의 '서울특별시'에서의 생활이 나아지거나 혹은 달라졌는지도 불투명하다. 어쨌든 그들은 '서울특별시'에서 사는 법을 알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도원결의가 이루어진 버거킹처럼 그 누구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의 삶을...

작가들은 자신의 유년의 기억에 많은 부분 의지하는 것 같다.특히 고향에 대한 향수같은 것들... 그러나 70년대 이후 태어난 작가들에게 유년, 고향같은 말은 너무나 먼 얘기이다. 고향에 집착하는 오래된 작가들에게 인터넷이니 사이버니 하는 얘기가 아득한 것처럼... 김종은이란 작가는 그 나름의 고향 '서울'을 기억이 아니라 현재로 끌어올려 아늑하거나 포근한 곳이 아닌 냉소적이고 불만족스런 '나 태어나 자란 곳'으로 그려냈다. 젊은 작가들에게 고향이란 어차피 그런 것이리라... 그들에게 고향은 '얼룩배기 황소가 우짓는.. 향수'가 아니라 각목 하나씩 들고 습격해버리면 그만인 주유소같은 곳.

그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다. 또,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풀어나가는 솜씨, 그 재기발랄함이 넘치기는 하는데,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그 밑에 깔려있어야 하는 고민의 흔적이 너무 얕게 보이는 것은 내 선입견일까? 2003년 '서울 특별시'에서 '서울, 1964년 겨울'을 기대한 것이 무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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