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1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6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이외수를 싫어한다. 그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않고 한 작가를 싫다 좋다 말하는 게 성급하긴 하지만 그의 작품을 떠나 사람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단지 이외수만이 아니라 예술가임을 특이함으로 표현하는 '기인'들이 싫다는 게 옳겠다. 왜 락커들은 머리를 치렁치렁 기르는 것이며, 왜 작가들은 담배를 밥먹듯 피워대는 게 예술혼의 발현인 것이며, 화가들에게 그놈의 영감은 꼭 산속 오두막 컴컴한 작업실에 삼박사일씩 쳐박혀 있어야 떠오르는 것인지...

하여튼 어느 누구 못지 않게 특이한 예술가 이외수의 신간 '괴물'은 일찌감치 내 관심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싫어하는 사람의 책을 순수하게 작품 자체로 읽을 자신도 없을 뿐더러 '지금까지의 글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한 습작에 불과했다'는 이외수의 넘치는 자신감에도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한 권도 아닌 두 권의 장편을 집어든 이유는 스토리의 매력 때문이었다. '전생에 억울한 누명으로 죽은 영혼의 살인극' 완전히 미스테리 공포 스릴러 영화의 카피 아닌가. 사람은 싫어도 작품은 작품일 뿐. 그래. 나름대로 유명한 작간데 글은 잘 쓰겠지. 한번 빌려봐 보자.

그렇게 집어든 괴물 1,2권. 우선 단 이틀만에 읽어제낄만큼 잘 읽힌다. 챕터들마다 마치 수다떨듯, 떠도는 소문이나 가십을 UB통신으로 전해듣듯 재밌게 넘어갔다. 각각의 챕터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그 챕터의 이어짐이 평범하지 않아 다소 낯설긴 했지만 뒤로 넘어갈수록 익숙해졌다. 마치 이야기의 가운데 전진철(이외수)이라는 주인공이 있고, 각각의 인물들의 원을 그리고 서있는 모습이랄까. 그리고, 필요에 의해 하나씩 중앙에 가져다 놓고 그들의 얘기를 풀어낸다. 등장인물들이 그들끼리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니라, 전진철과 약간의 관계, 그리고 이외수에게 조금의 필요만 있으면 소설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식의 인물배치와 구성이 신선하긴 했지만, 벌려만 놓고 수습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허풍선이 이야기꾼이 얘기를 꺼내면 자기도 모르게 살도 붙고 삼천포로도 빠지고 그러다가 밑천이 떨어지면 어리버리 마무리짓는 그런 서툼과 허무함이라고나 할까. 전업작가 게다가 그 누구보다 작가라고 자부하는 이외수님의 글인데 설마 이런 기본적인 오류에 빠졌겠냐만은 어쨌든 내가 읽은 '괴물'은 재미는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작품이었다. 아마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특이함 때문이겠지.

역시 난 이외수와 친해지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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