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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답답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소설!"
범죄나 사건사고와 관련된 영상물을 자주 보는 나이기에,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절대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실제 사건에 픽션을 더해 만들어진 소설이라서인지, 디테일이 남다르게 다가왔는데 덕분에 읽는 내내 흠뻑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이유를 더 추가해 보자면, 사진과 영상물과 관련된 내용들을 여러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한다는 점 때문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 사건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소설로 그래서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황민구 저자의 지인인 선희라는 인물과 그녀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뒤의 내용을 책임지고 있는 민사재판 내용 등 탄탄하게 다져진 팩트 위에 저자의 마음이 더해져 만들어진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어쩐지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거짓의 탑으로 만연한 사회에서 아직도 정의 구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구나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대아 역시 저자처럼 법 영상 분석가로 활동하는데, 이 때문에 갖가지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진, 영상, 블랙박스, CCTV 등을 샅샅이 파헤쳐 보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덕분에 책을 읽는 독자 역시 또 한 명의 분석가가 되어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기 위해 두 눈 빠지도록 책을 살펴보게 만든다.
선희는 과연 어떤 사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또 그녀의 죽음을 파헤쳐 가는 대아는 어떤 방법을 통해 진실에 가까워질지 알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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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탄생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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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영상 분석가 황민구 저자의 대학 후배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이 내용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으나 일부 내용은 허구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황민구 저자는 몇 년 전 제주도 출장 중 문자 한 통을 받게 된다. 부고 문자였다. 부고 문자에는 '선희'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바쁜 나머지 문자를 흘겨보고 선희의 가족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것으로 생각하고 넘기게 된다.
그것이 설마 선희의 부고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계좌로 부의금을 입금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나중에 따로 만나서 위로를 건네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까마득히 잊게 된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후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문득 선희는 뭐 하냐는 안부를 묻게 된다. 이에 술자리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이어서 선희가 죽었다는 후배의 말을 듣게 된다.
사인도 모르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다며 사고사는 아니고 자살이라는 말도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내 죽은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른 희생자를 찾으려고 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된다.
소설로나마 그날의 진실을 상상으로 찾음으로써 저자 스스로 선희를 편히 보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음에 품었던 소설의 시놉시스를 어느 날 중국집에서 만난 편집장님께 털어놓음으로써 이 책이 시작된다.
그리고 추진력 있는 편집장과 필력과 속도가 남다른 이도연 작가와 함께 이 책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이도연 작가는 황민구 작가가 하는 일을 옆에서 관찰하기 위해 직접 재판에까지 찾아가 그날 목격한 내용을 소설로 담아냈는데, 그 내용이 바로 첫 부분과 마지막 이야기로 다뤄진 정 씨의 민사재판 소송 관련 이야기다.
스토리로 보자면 선희의 죽음을 찾아가는 과정과 죽음의 실체에 대한 내용만 빼면, 대부분은 팩트에 기반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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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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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아
-법 영상 분석가
-대학 때 취미로 사진 동아리에서 사진을 배운 것을 계기로 법 영상 분석의 전문가가 됨
■혜인
-대아가 운영하는 연구소 사무직 직원
-연구소를 열 때 처음 뽑은 직원으로 살뜰히 챙기는 성실한 직원
■선희
-대아의 대학 동아리 후배로 밝고 쾌활한 성격
-10년 전 결혼한 이후 가족과 왕래가 끊김
■선영
-선희의 동생
-언니가 죽고 3년 뒤 대아에게 언니의 살아생전 마지막 여정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하게 됨
■조동연
-애처가로 소문난 선희의 남편
-변호사
-삐뚤어진 심성으로 주변 동료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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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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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영상 분석가인 대아는 TV 방송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매일을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자신의 일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던 중이다.
그러던 중 최근 시야가 캄캄해지고 두통을 겪는 일이 잦아지며 루테인과 타이레놀을 먹는 횟수가 늘어난다. 이를 보다 못한 연구소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던 혜인의 호들갑으로 대학 병원까지 와서 검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되는데, 실상 이 병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었다. 그런데 대아는 가족력 없이 후천성으로 걸린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아주 오랫동안 서서히 병이 진행되며 나중에는 사물을 인식하는 것도 힘들어질 거라는 의사의 말에 대아는 눈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을 그만둬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참석한 민사재판이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원고 측 변호사로 자리한 동연이 시비를 걸어온다. 한 번에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대아는 짤막한 인사말만 남긴 채 그 자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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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재판 사건 파일(금은방 절도 사건)
6개월 전 대낮에 은평구의 낡은 금은방에서 절도 사건이 일어난다. 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천만 원가량의 귀금속을 도난당한 것이다.
내부 CCTV에는 6-70대로 추정되는 신원 불명의 마스크를 낀 남자가 찍혔는데, 이를 본 사장은 동네에 살던 독거노인 정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다.
며칠 뒤 정 씨가 체포되었는데, 정 씨는 억울하다며 범행을 부인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 절도 전과가 있던 그는 형사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고 구속되게 된다.
그는 청각 장애 4급의 상태로, 오른쪽 귀는 80% 이상 들리지 않고, 왼쪽 귀는 40% 정도 들린다. 폐지나 고철 따위를 모아 겨우 생계를 이어 가는 기초 생활 수급자인 그는 영문도 모르고 수감 생활을 이어가며 누구라도 도와주리라 믿고 기다린다.
하지만 천만 원을 손해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까지 걸리자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서 백경준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고 백 변호사가 대아의 연구소에 사건을 의뢰하면서 CCTV 분석을 맡게 되었고 이로 인해 민사재판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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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영상 분석 기술은 국내에 도입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관련 기관으로는 대아의 연구소가 국내 유일무이하다. 그로 인해 진위 여부를 가리거나 자격을 검증하는 기관도 아직 없기 때문에 분석자의 양심이나 사명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대아는 관련 논문을 수십 편 썼고, 모든 논문은 해외 기관에서 검증받았으며 해외 CSI와 경찰청에서도 자문을 요청할 정도로 대아의 실력은 국내외 공적인 검증 절차를 마쳤다.
몇 년 전, 대아의 영상 분석이 결정적 증거가 되어 16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히면서 이 일이 언론에 알려졌고, 이로 인해 대아는 유명세를 타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작용도 함께 발생했는데, 영상 분석을 한다면서 사진만 확대해서 범인을 마구잡이로 추측하는 유튜버가 생겨났고, 종국에는 짝퉁 연구소까지 생겨나서 의뢰가 줄게 된 것이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대아는 이런 이들과 같은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현실이 진력이 났고 지긋지긋해진 상황에 눈까지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자,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영상 분석을 하는 대아에게는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라 여러모로 답답한 마음이 일게 된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수원에서 서울 사무실로 돌아온 후 떼를 쓰는 의뢰인을 겨우 돌려보내고 찾아온 또 다른 의뢰인은 바로 사진 동아리 후배였던 선희의 동생 선영이었다.
선희는 항상 화사한 빛이 나는 사람이자 대아에게는 항상 든든한 조력자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선영은 선희의 안부를 묻는 대아에게 3년 전에 죽었다는 말을 전한다.
그러면서 언니의 장례식에 조의금을 보내지 않았냐고 묻게 되는데, 순간 대아는 3년 전 선희 아버지의 부고 메시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정확한 날짜를 되짚어 보면서 비로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한참 정신없는 시기라 부고 메시지를 잘못 해석한 모양임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선영은 그런 대아에게 생전 선희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선희는 결혼 10주년을 맞아 남편과 함께 제주 살이를 가게 되었고, 한 달이 채 안 돼서 제주 바다에서 사라졌고, 시신은 찾지 못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전하며 실족사로 종결되어 경찰과 보험사까지 처리가 마무리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시의 내사 종결 자료를 전달해 주는데, 이를 읽는 대아는 비통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
선영은 고인이 된 언니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버에서 다운받은 원본 사진을 담은 USB를 건네며 선희의 마지막 이야기를 추적해 그 흔적을 들려달라는 의뢰를 하게 된다.
선희가 떠나기 전 10년 동안 선희의 삶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며 그 공백의 시간을 너무 듣고 싶다며 말이다. 선영은 선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알고 싶다며 간절히 호소한다.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한 대아는 선희의 인스타그램과 선영이 남기고 간 USB 사진들을 살펴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든다. 그리고 불현듯 휴가를 내고 훌쩍 제주로 떠나게 된다.
대아는 '제주 소랑 스테이'라는 작은 현판이 걸린 주택에 홀로 머무르며 한동안 쉬어볼 마음을 먹지만 실상 마음 한구석에는 선희의 이야기를 찾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모든 걸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알게 된 선희의 죽음은 도망치지 말고 직면해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듯해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3년간 부고를 모르고 살아온 부채감과 미안함에 더해 선희가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라는 직감을 하게 된 그는 결심을 하고 선영에게 메시지를 남겨 의뢰를 수락한다. 그렇게 선희의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대아는 선희를 자료를 보기 전 남편이자 유일한 목격자인 조동연의 인스타그램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USB의 자료들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직접 사진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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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의 첫 번째 흔적: 물방울 속눈물
두 개의 맥주 캔이 찍힌 사진에는 입구가 개봉된 캔 하나와 개봉하지 않은 맥주가 찍혀있었다. 그리고 따지 않은 맥주 캔의 바닥은 표면에 맺혀 흐른 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이 물방울에 비친 희미한 피사체를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고 화질 개선과 보간 처리(픽셀을 채우는 과정) 등을 통해 선희의 얼굴이 선명해진다.
AI 안면 인식 알고리즘으로 표정을 분석하자 선희가 울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선희의 두 번째 흔적: 산책
산책을 나가는 동영상을 살펴보던 중 선희가 동네 어귀에서 양손에 짐을 든 노파를 만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서 노파가 선희의 아래쪽으로 시선을 두고 주춤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을 포착한다.
이로 인해 선희의 다리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 대아는 영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여기에서 규칙적인 떨림을 추가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 다른 영상들과 비교 분석을 통해 보행 비대칭을 발견하게 된다. 선희의 걸음에 특정 패턴이 있음을 추출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특정 날짜 사이 선희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 대아는 다른 사진과 자료를 통해 당시 선희가 있던 위치를 추적해 나가고 한 카페에 방문했음을 알게 되면서 직접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몰랐던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것은 물론 눈도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대아는 계속 사진과 영상을 파고들었고, 추후에는 병원 진료기록을 통해 마침내 남편인 동연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선희의 세 번째 흔적: 프레임 밖의 용의자
제주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제자의 도움 요청으로 사건 하나를 해결해 준 대아는 그 대가로 카페 근처를 비추던 CCTV를 확보하게 되고, 프레임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선희의 네 번째 흔적: 페르소나
앞선 CCTV 화면을 통해 조동연과 선희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한 대아는 조동연에 대한 주변인들의 정보를 모으며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기에 이른다.
애처가로 소문났다는 그의 모습과 화면에 잡힌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가 수상해진 대아는 선희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향수 제조 공방에서 찍힌 사진을 발견하게 되면서 화장 속에 가려진 멍 자국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선희의 다섯 번째 흔적: 다빈치 코드
앞선 여러 정황 증거들이 속속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조동연과 선희의 상처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찾지 못한다.
다만, 선희가 불행했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지자 대아는 점점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선희의 불행을 제 손으로 밝혀내야 한다니 자신이 상상한 최악의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워진 것이다.
며칠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던 그는 선희가 올랐던 별세 오름에 올라보기로 하고 그곳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배 넌 할 수 있어'라는 어디선가 선희의 육성이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로써 대아는 의지를 다잡게 된다.
다시 파일을 살펴보던 중 대아는 중간에 한 장이 비어있는 일련번호를 포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19일 날짜의 파일 하나가 빈다는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선영을 통해 파일에 대해 묻게 된다.
마침내 이 파일들이 조동연을 통해 전달된 것임을 알게 된다. 결국 조동연에 의해 자체 검열되어 전달된 파일임을 알게 된 대아는 데이터 복구 업체를 통해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초짜리 동영상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파일을 통해 당시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를 알게 된다.
●선희의 여섯 번째 흔적: 검은 그림자
이제 마지막으로 선희가 추락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할 차례다. 영상을 보는 동시에 기시감을 느낀 대아는 3년 전 의뢰를 떠올리게 되고 그때 자신이 맡은 의뢰 중 하나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엔 선희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사실 선희의 실족 감정 소견서를 쓴 것은 자신이었던 것이다. 대아는 3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방법으로는 같은 결과만 도출될 것임을 파악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인물이 아닌 지면에 포커스를 맞춰 프로그램을 실행해 다시 살펴보게 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영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로써 진실을 제대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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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대아는 자신에게 좋은 기억만 주었던 장소인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집 '가화만사성'에서 조동연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분석을 통해 확인한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그들이 제주 한 달 살기를 하기로 한 시작점부터 선희가 죽게 된 시점까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대아는 조동연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망상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남들은 몰랐던, 부부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조동연의 입으로 듣게 된다. 이로써 선희가 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조동연은 진실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나중이 되어서는 결국 완전히 무너져 멍한 상태에 이른다. 모든 것이 종료된 이후 대아는 처음부터 찍고 있던 조동연의 폰을 들어 영상을 종료한 후 이 파일을 그대로 선영에게 전송한다.
그리고 끝까지 모든 것을 대아의 탓으로 돌리던 조동연은 대아의 신고로 찾아온 경찰들에게 인계된다
앞서 원고 쪽 변호사로 있던 조동연과 영상 분석자로 참여한 대아가 함께 했던 민사재판은 원고 측 변호사의 교체와 대아의 또 다른 분석 자료 덕분에 피고인 정 씨가 승리하게 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오는 길 법률 신문에서 대아는 조동연의 부고 소식을 보게 된다. 그리고 선희의 추모 공원에 들려 인사를 나누던 대아는 납골당 안에 있던 사진 뒷면에서 우연히 선희의 메시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로써 대아는 다시금 선희의 파이팅에 힘입어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한때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했던 대아는 다시 힘을 내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 할 때까진 하자.'
그래서 그는 눈이 멀 나중을 위해 하나씩 준비를 해나간다. 후학을 양성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해 집필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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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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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해야 할 재판에서 반대쪽을 이기는 데만 몰두하고, 거짓 증거들을 그들만의 당위로 때우는 현실. 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만 유난히 법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 현실. 대아는 이런 현실들에 환멸이 차올랐다.
숨김과 보탬 없이? 위증의 벌? 맹세? 하, 지랄들을 하고 있네.
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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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변호사, 검사, 각종 분석가, 형사 등 법과 아주 가까이에 있는 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법과 재판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법 자체가 공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것을 판단하고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제로 이런 일을 겪어본 사람들은 법이 약자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돈과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는 항상 고스란히 약자가 진다는 사실을.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대아는 그래서 더 증인 선서문의 내용이 역겹게 느껴진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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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일이니까, 부부 사이의 일은 둘만 아는 거니까, 한쪽이 저렇게 된 건 분명 한쪽에서 원인 제공을 했을 거라는 인식들. 가정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편견이란 철옹성에 가둬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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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이렇게 시작된다. 가족의 일이니까, 부부의 일이니까 하는 폐쇄성과 나 몰라라 하는 무관심 속에 점차 더 확대된다.
여기에 더해 다른 쪽의 잘못도 반드시 있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 속에, 피해자는 자꾸만 더 숨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최근 들어 하나 둘 언론을 통해 밝혀지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가족 내 성추행 등이 과거에는 바로 이렇게 이루어지고 묻혔다.
선희의 일도 마찬가지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가둔 잘못된 편견과 망상 때문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가족들은 이유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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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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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사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들의 마지막 모습만 확인하게 된다.
그런 죽음을 볼 때면, 때론 먹먹함으로 또 어떨 때는 답답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조금은 해소된 기분이다.
특히 주인공인 대아를 비롯해, 제주 서부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범수 분석관, 그리고 실제 이 책을 집필한 두 명의 저자 같은 사람들이 있어 아직 정의는 살아있구나 느끼게 된다.
또 이 소설에서 언급된 속 시원한 이야기들(선희 사건/정씨의 민사재판/시장의 성추행사건)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 느끼게 된다.
몇몇 사건사고를 다룬 프로그램들을 보면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들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해결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결국 여기에서 핵심은 초기 대응과 증거 수집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CCTV와 같은 영상매체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으니 범인이 남긴 족적, 분비액 등 증거품이나 DNA만이 유일하게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도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곳곳에 설치된 CCTV와 동영상, 음성, GPS 등이 범인을 색출하는데 추가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황민구 저자와 같은 법 영상 분석가를 비롯한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있었다. 기술의 발달과 집요한 사람들의 연구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존재한다. 진실에는 관심 없고 돈만 좇거나 권력의 맛에 취해 절대적 강자에게 몸 사리기 바쁜 사람들 때문이다.
특히 힘 있고 권력을 가진 집단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한데, 그래서 더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죽음 앞에서 그것을 저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누군가의 죽음은 어느새 난도질당하고 왜곡되는 시선으로 결론지어져, 세상 속에서 잊힌다는 점이 그렇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이 소설이 내린 결론과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따스한 빛처럼 다가온다. 냉혹하고 차가운 법정 앞에서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아 내심 희망을 갖게 된다.
현실 속 어딘가에도 이처럼 누군가를 위해 열정적으로 진실을 파헤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소망의 마음과 함께 앞서 암담한 현실 속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