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여자들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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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과학과 혁신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경제학과 문화발전에 있어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논점은 없을까? 20세기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과학 분야에 있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 
여행 가방에 바퀴를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전기차가 이미 100년 전에 유행했다고?
AI는 왜 체스는 이기면서 청소는 못할까?
나사는 어쩌다 우주복을 여성용 속옷 재단사에게 맡기게 되었을까?

 

어딘가 비슷한 듯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질문을 보고 누군가는 의아해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 번쯤 비슷한 의문을 가져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질문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는데,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그 어느 누구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 자부한다.

 

위 질문들이 하나로 귀결되는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여성적인 것을 복원시키는 것, 지금까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남성성 중심의 개념을 바로잡는 것을 시작으로 새롭게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역사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미래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어 반박 불가한 여러 논점을 흥미롭게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습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묻어두고 있던 의식과 관념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유쾌하고 명확한 논리에 나도 모르게 설득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식 너머 뿌리 깊이 박힌 고정관념과 남성성이 얼마나 많은 혁신과 과학발전, 경제학,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는지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참 멀리도 돌아왔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너무나도 명백한'것을 코앞에서 놓쳐버리는 실수를 범하는 것을 보고 새삼 사람들의 인식이 과학발전의 방향과 양상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는 몇 가지 놀라운 사례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먼저 바퀴 달린 가방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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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가방은 발명이 얼마나 느리게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너무나도 명백한'것이 코앞에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도, 그걸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영겁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다.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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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 가방이 남성성에 관한 지배적 견해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명백히 괴상한 일이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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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며, 남성은 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원초적인 생각들로 인해 바퀴 달린 가방의 등장은 꽤 오랜 시간 눈앞에 두고도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방을 직접 나르기보다 편리함을 우선하는 남성 소비자를 상상할 수 있게 되고, 혼자 여행하는 여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되면서 마침내 바퀴 달린 가방은 진면목을 발휘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뛰어넘어 바퀴 달린 가방의 유용함이 사회적으로 인식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요컨대 여행 가방은 우리가 젠더에 대한 관점을 바꾸었을 때, 남자가 짐을 들어야 하고 여자의 기동성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을 때 바닥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젠더는 왜 가방에 바퀴를 달기까지 5000년이 걸렸느냐는 수수께끼의 해답이다.

 

또 다른 예시로 전기차에 대한 일화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전기차가 일론 머스크에 의해 발명되고 유행을 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미 100년 전 전기차는 이미 유행했던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것이 왜 발전을 거듭하지 못하고, 휘발유 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서도 젠더 이슈를 찾아볼 수 있는데,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는 여성을 위한 차, 휘발유 차는 남성을 위한 차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히면서 전기차가 여성적 장식으로 여겨지면서 결국엔 사장되고 만다. 경제적으로나 안전성 면에서 분명 휘발유 차보다 전기차가 훨씬 앞서 있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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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편안함은 그토록 오랫동안 최첨단의 기술 혁신이 아닌 여성적 장식으로 여겨졌을까? 왜 편리함과 수월함, 아름다움, 안전은 여성만 요구할 수 있는 특성이었을까? 남성 소비자가 괴저로 죽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자동차를 원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왜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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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자동차 시장을 둘로(남성을 위한 시장과 여성을 위한 시장으로) 나눌 것을 고집했을까?
(...)
여러 여성적 '장식'이 결국 표준이 되는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휘발유 차에는 전기 장치가 점점 더 많아졌다. '여성화'가 된 것이다.

60~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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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고 돌아 100년이 지난 후에 전기차는 다시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여성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었던 여러 전기 장치는 이제 자동차 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절대적 요소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생각들이 당시에는 하나의 중심축이 되어 과학발전에 있어 이렇게 다른 양상과 결과를 불러온 것을 보면, 생각 이상으로 '젠더' 관점이라는 것은 매우 강력한 것이 분명하다.

 

이 외에도 컴퓨터 기술과 예술 분야, 문화적 관점 등 다방면에 있어 재미있는 일화를 풀어 설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여성의 지위와 인식에 있어 새로운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저편의 시초에는 여성의 노동력과 소프트함, 노력의 흔적들이 깔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낮은 지위와 임금,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에는 분통이 터졌다.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도맡아 했던 여성들은 인류 보편이 될 권리마저 부여받지 못한 채 남성성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생겨난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경제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는데, 왜 그런 고집스러운 남성성에 얽매여 그토록 오랜 시간 시간을 허비해 왔는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성은 갈비뼈로 만든 일종의 부록으로 여겨졌으며, 출산하는 사람의 서사는 전쟁에 나간 남성의 서사만큼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기술사에서도 남성이 사용하는 도구는 '히스토리'에 속할 자격을 얻는 반면, 여성이 사용하는 도구는 '여성사'로 넘어갔다. 재료에 있어서도 어떤 재료는 여성적인 것으로, 어떤 재료는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어떤 재료는 기술적인 것으로, 어떤 재료는 그만큼 기술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예술에 있어서는 남성이 캔버스에 유화로 추상 작품을 그리면 그 작품은 예술이라 불렸고, 여성이 직물로 똑같은 작품을 만들면 그 작품은 공예품이라 불렸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그동안 보고 들었던 보편의 관점이 아닌,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과학사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색다른 시각과 관점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생각의 관념을 바꿔주는 예시로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도구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인류의 본성과 보는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은 특히 더 주의 깊게 읽게 되었는데, 인간의 첫 번째 도구를 곤봉과 창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뒤지개나 수렵을 위한 장바구니로 볼 것인가에 따라 폭력, 지배, 죽음 혹은 관계, 화합, 존중이라는 다른 형태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을 보며 인류의 본성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이 되었다.

 

다시 말해, 남성 중심적 인식을 여성 중심적 경험의 측면으로 재인식하게 된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정의가 통째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의식과 인간성의 개념마저도 완전히 변하게 되면서, 근본적인 구조가 달라지고 이는 곧 최초의 발명, 과학기술의 '시작'부터 다시 되짚어보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사고하는 방식의 180도 전환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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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악하고', '짓밟고', '파괴하는' 것이 혁신이라는 논리는 여러 측면에서 비인간적인 경제를 낳았다. 대안을 찾으려면 젠더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우리의 젠더 관념이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을 무시하는지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고 경제 전체에서도 그렇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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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주제로 이야기한 인공지능과 AI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미래 산업에서 이들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가 아이러니하게도 소위 '여성화' 분야로, 이는 추후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더 높은 분야는 남성 중심 산업임을 의미한다. 아이러니 한 부분은 '여성화' 분야가 인류에게 있어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적 대우나 위상은 좋지 못하다는 것인데, 앞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처할 수 없는 영역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한 대처(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영역), 여러 신체 행위(생각보다 로봇의 움직임은 한정적이다), 인간의 창의력 분야(인간의 창의력 사고를 로봇은 따라올 수 없다), 감정 지능이 필요한 업무(인간관계를 맺고 집단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동안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전부 훔쳐 갈 것이라는 서사는 기계에 대한 과대평가이거나 자신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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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이러한 상황을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처리한다.
(...)
식당 종업원이 사용하는 기술은 첫눈에는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수십억 년을 거친 발전의 결과물이며, 이런 발전을 통해 인간은 지구에서 생존하는 기술을 익히고 다듬었다. 
(...)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일의 복잡성을 우리는 당연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2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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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통해 그동안 하찮게 여겼던 진짜 중요한 가치와 인간적인 면모의 중요성을 오히려 찾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도 한 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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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감정과 관계, 공감, 인간과의 접촉이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는 이것들이 얼마나 우리 인간성의 중심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이것들을 케이크 위에 올린 체리 같은 것으로, 즉 사회의 근본 기반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뒤이은 장식으로 여기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이것들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의 기반이다. 어쩌면 로봇은 우리에게 이 사실을 보여 줄 수 있고,  그러므로 신기술은 우리의 인간성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 줄 잠재력이 있다.

300~3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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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과학의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있어 여성의 관점에서 서술함으로써 그동안 통상적 관념이나 편중된 시선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반쪽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남녀 모두의 평등한 균형이 필요하고, 동등한 기회와 가치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보다 획기적이고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여태까지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왔던 젠더 이슈를 사실상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이것이 과학기술 발전에 핵심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관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본 참신하고 획기적인 관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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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밖으로 몰아냈던 여성적인 것을 복권시켜야 과학이 바뀝니다. 지금껏 배제되었던 것, 그래서 새로운 것, 거기에서부터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거예요. 과학 기술에게는 우리가 귀한 자원이죠.

3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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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예언자, 남자와 여자는 따지고 보면 작지만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한 번에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생각을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미래에 보다 큰 이상과 혁신, 독특한 창의성을 기대하고 있다면 생각의 관념을 보다 넓고 크게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젠더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사람 그 자체에 중심을 두고 사람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관계, 공감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녀보자. 20세기 이후 멈춰버린 과학기술의 시계 추가 서서히 다시 움직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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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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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트료시카는 갓 태어난 딸아이가 되었다가, 몇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되었다가 내가 보아온 모든 시절의 엄마가 되었다가 내가 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조금 너그러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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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화책을 몇 권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요즘의 동화책은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의 한계선을 완전히 넘어섰다는 점이다. 물론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의 형태를 띠고 있는 동화책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에 접한 동화책들을 살펴보면서 동화책이 비단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맺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읽은 그림책은 '마트료시카'로 큰 인형 안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사이즈만 다른 인형 일곱 개가 겹치는 형태의 마트료시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소재부터가 약간 이국적으로 느껴져 새로웠는데, 마트료시카를 소재로 전개되는 이야기 역시도 흥미롭다.

 

하나이지만 일곱이고, 일곱이지만 하나인 인형 마트료시카! 하나의 마트료시카 안에는 일곱의 인생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이즈에 따라 하나의 마트료시카는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중년이 되기도 하며, 청년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아이가 되기도 한다.

 

작가에 의해 정성스럽게 빚어진 일곱의 인형을 품은 마트료시카가 어느 날 먼 나라 어느 소녀의 집에 당도하게 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펼쳐지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소묘와 화려한 색채, 다정한 글, 서정적인 분위기는 이국적이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어느 동화 속 깊은 산 중 나무로 지어진 집의 다락방에서 어릿어릿한 불빛 아래서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절로 든다.

 

특히 시선을 빼앗겼던 건 디테일한 묘사가 도드라졌던 소묘와 정성스러운 빛깔을 머금고 있던 그림들이었는데, 마치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몇 번을 매만져 보았는지 모르겠다. 소묘 자체도 느낌이 굉장히 좋았지만, 색을 입히는 순간 느껴지는 생동감과 화려함이 보는 것만으로도 낭만과 감성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작가는 첫째에게 제일 너른 품과 가장 큰 꽃그늘, 깊은 주름 그리고 큰 손을 주었다고 말한다. 짐작했다시피 첫째는 여섯을 품고 있는 가장 큰 인형을 말하는데, 인생에 있어 노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상징하는 바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너르게 품어줄 수 있는 가슴과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 수많은 세월과 경험을 통해 얻은 깊은 주름과 그리고 무엇이든 안아주고 품어줄 것 같은 큰 손은 어쩌면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 혹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그리는 노년의 삶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깊은 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의 이야기를 거쳐갈수록 우리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하나의 상징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비를 품고 있는 첫째의 모습에선 성숙한 자아를, 비바람이 치는 둘째의 모습에선 회환과 고난을, 먼 하늘빛을 멍하니 보고 있는 셋째에게서는 권태로움과 평화로움을,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넷째에게선 아득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생각에 잠긴 다섯째에게선 아늑함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나름의 고민이 엿보였다. 볼이 터질 것 같은 여섯째에게선 싱그러움과 행복함이 엿보였는데, 입도 없는 일곱째의 밤은 멈춰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어느새 사라져버린 일곱째의 행방.

 

깊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던 와중 첫째의 하얀 나비가 마침내 일곱째를 발견한 곳은 잠든 아이의 품 속이었다. 소중하다는 듯 꼭 안고 있는 마트료시카 인형.

 

'입이 없어 소리도 못 지르는'으로 표현되는 일곱째 마트료시카는 어쩌면 우리 내면에 가장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잃어버린 자아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일곱 개의 마트료시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고 입이 없어 소리도 지를 수 없는 마트료시카는 우리 안에 내재된 불안이나 고통, 혹은 오랫동안 품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일곱째 마트료시카를 찾은 이들은 다시 모두를 품으로 끌어안는데, 일곱째는 여섯째 품에, 여섯째는 다섯째 품에, 다섯째는 넷째 품에, 넷째는 셋째 품에, 셋째는 둘째 품에, 둘째는 첫째 품에 가득 품으면서 일곱 겹의 어둠과 빛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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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겹의 어둠
일곱 겹의 빛
입 없는 아이를 다시 품었네
가득 차네
가득 차고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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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트료시카'는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과 행복 모두를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은 하나이고 하나는 일곱이 되는 마트료시카를 통해 겹겹의 인생을 품은 한 사람의 내면과 성장과정을 나타낸 하나의 상징성의 의미를 마트료시카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상징적이지만 짤막한 글과 그림만으로도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한 그림책이라 아이가 보는 시각과 어른이 보는 느낌이 차이가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함께 그림을 보며 아이가 보는 마트료시카와 어른이 느끼는 마트료시카를 같이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깊은 밤 어울리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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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아이와 청소년을 잘 품어야, 내 밖의 아이와 청소년을 품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크고 넉넉한 품으로, 내 밖의 어리고 여린 존재들을 품고 싶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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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준비 TIP 모음
이상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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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팁만 모아놓은 책은 없는듯하다. 이 책을 집어 들고 서문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다. 대부분의 여행책에 기본 옵션처럼 준비 팁이 들어있는 경우는 많지만, 준비 팁만 따로 상세하게 정리해둔 책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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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장소에 대한 정보가 담긴 해외여행 책은 많았지만,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정보만 모은 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여행 준비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짜배기만 모아 담고 싶었고 그 정보들을 독자분들이 이해하기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서문 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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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 1은 해외여행 준비 Tip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들만 모아서 정리해둔 챕터로 캐리어 관련, 티켓 할인 방법, 여권, 항공성 중이염, 인터넷 사용법, 숙소, 환전, 이른 시간 출국 시 대처 방법, 시차 적응 방법, 분실 때 대처 방법 등이 담겨있다. 해외여행을 여러 번 다녀본 사람도 바쁘거나 정신이 없을 때는 꼭 하나씩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챕터는 여러 번 반복해서 체크해도 아깝지 않은 챕터이다.

 

챕터 2는 준비 Tip의 심화 정보가 담겨있는 챕터로, 해외여행을 보다 즐겁고 남다르게 즐길 수 있는 확장 개념의 팁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영어 잘하는 방법이라던가, 외국 친구를 사귀는 법, 해외에서 해보면 좋을 추천 버킷리스트 등 해외여행 자체를 온전히 즐기면서 색다르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챕터 3은 최종 정리 챕터로, 앞서 언급한 챕터 1의 주요 팁들과 현 코로나 시국에 참고하면 좋을 팁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챕터 2부터 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챕터 1과 챕터 2 모두 함께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이,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항상 점검하고 확인하는 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몇 가지 따로 머릿속에 담아두었는데, 추후 해외여행 시 이른 시간에 출국을 해야 하거나, 휴대폰 인터넷 연결을 해야 하는 경우 등 필요한 경우에 적절히 활용해 보려 한다.

 

<항공성 중이염>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졸지 말자.
◆비행기를 타는 도중 물을 조금씩 꾸준히 섭취하자. 사탕을 먹거나 껌을 씹어도 좋다.
◆이비인후과에서 예방약을 2일 치 구매하여 비행기 타기 1시간 전, 비행기 타고 1시간 후에 먹자.
◆약의 효과는 귀 일부를 열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행기를 여러 번 타도 괜찮았는데, 어느 날 도착 후 양쪽 귀가 심하게 아파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몇 시간 동안 먹먹한 귀 상태로 통증이 있어 식사를 하거나 이동할 때 불편함과 고통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이후 귀마개를 한동안 검색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 해외여행을 할 때는 출발 전 짐 싸는 것은 물론, 사전에 청소 등 해야 하는 일들을 마무리 짓느라 잠도 잘 못하고 피곤하게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이착륙 시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경우가 빈번히 있다.

 

가급적 졸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필요하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처방약을 받거나 물, 껌, 사탕 등 입에 뭔가를 먹으면서 귀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여행 시 폰으로 인터넷 사용하는 방법>

 

해외여행 시 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로밍, 유심칩, 와이파이 기기 활용! 저자는 이 중에서 가격과 효율 면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와이파이 기기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와이파이 기기를 활용할 때 참고하면 좋을 Tip 몇 가지도 소개해 두었다.

 

◆기기 대여 시 와이파이 사이트보다는 네이버 쇼핑에서 결제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휴대용 와이파이 기기가 고장 났을 때는 통신사에 전화하여 요금제를 가입하고 나중에 와이파이 기계 측에 보상을 신청하면 보상을 해준다. 보상 범위는 사전 체크 필수!

 

<차가 끊긴 새벽시간에 출국 시 활용하면 좋을 Tip>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른 출국 시간의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마다 항상 고민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버스나 지하철 모두 탈 수 없는 상황,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집에서 공항까지 이동거리가 멀면 배보다 배꼽이 더 많이 나가는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저자가 제안한 방법에는 캡슐호텔 이용, 차 렌탈, 콜밴 이용 관련한 방법들을 제안하는데 특히 공항 근처의 캡슐호텔 이용하는 것에 대해 추천한다.

 

8시간 정도 잠깐 쉬다 나오는데 하루치를 결제해야 하는 모텔이나 호텔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12시간 이용도 가능하여 만족감이 높다고 한다. 깨끗하고 샤워도 가능해서 동선이나 활용도면에서 만족도가 꽤 높다고 하니, 사전 예약 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차 적응 방법>

 

해외여행을 할 때 시차가 크게 차이 나는 지역을 여행할 때면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남겨본다. 시차 적응 방법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방법 하나가 있었는데, 시차 적응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16시간 단식 후 식사를 하여 도착지 나라 시간대에 맞춰 식사를 하자. 생체 리듬을 그 나라에 맞춰 바꿀 수 있다.

 

잠을 조절하여 시차 적응을 하는 방법은 많이 들어봤는데, 식사시간을 조절하여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시차 적응을 하는 방법은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머리만 대면 자는 나에게는 해당사항 없지만, 시차 적응이 유난히 힘들다면 이 방법은 어떨까?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진실, 그리고 잘하는 방법>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자주 쓰는 표현'만 영어로 말할 줄 알고 그 이외에는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진실이다.
◆내가 투자한 인풋에 대해 최고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내가 필요한 문장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정리하고 그 문장부터 익힌다.
▷둘째. 완벽한 1개의 문장을 익히기 보다 쉽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100가지 문장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자.

 

이외에도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거나 친해지는데 필요한 문장들을 별도로 정리하여 쉬운 문장으로 변환 후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하고 있다.

 

<해외여행시 버킷리스트 추천>

 

보다 특별하고, 즐거운 해외여행을 위해 저자는 단순한 관광여행 그 이상의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즐겨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라이브 콘서트 가기
◆장기간 배낭 여행 혹은 외국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기
◆반려견과 함께 해외여행 다녀오기
◆해외 놀이 공원에서 카운트 다운 외치며 1월 1일 맞이하기
◆나라별 유니버셜 스튜디오 혹은 디즈니 랜드 방문하기
◆외국에서 각 나라별 유명 맥주 마셔 보기
◆노천 카페에 앉아 풍경을 즐기며 커피 마시기
◆야외 온천에서 밤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기
◆해외에 가서 그 나라 전통 옷을 입어보기
◆시티팝 들으며 야경 즐기기
◆평소 즐기는 취미를 해외에서 즐겨보기
◆나의 음을 알아주는 외국인 친구 사귀기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기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버킷리스트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야외 온천에서 밤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기'는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지금도 추억거리로 남아있다.

 

라이브 콘서트나 1월 1일, 크리스마스, 할로윈데이 등 특별한 날 특별한 장소에서 이벤트를 함께 즐겨보는 것도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더불어 노천카페에서 커피 마시기나 나라별 맥주 마시기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나마 실천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 못한 일을 진행해 보는 것만큼 짜릿한 일이 또 있을까?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는 팁 중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가 자주 언급되는데, 취미생활을 즐기며 친구를 만들어봐도 좋고, 생각지 못한 일을 경험해 보면서 친구를 만들어봐도 좋겠다.

 

일상을 보다 특별한 하루로 만들어 줄 중요하지만 색다른 해외여행 Tip! 어쩐지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해외여행에 앞서 만족스럽고 행복한 여행을 위해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춰보면 어떨까? 만족은 두 배, 행복은 무한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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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
김이랑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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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고양이의 생김새, 특히 눈 때문에 무서워해서 좋아하는 동물의 범주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반면 개는 태어나는 순간을 목도하고,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서 성장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어느샌가 친근한 동물이 되었다.

 

그 후 성인이 되고도 한참을 고양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주위에서 반려묘에 대한 이야기들이 슬슬 들려오고 있었지만, 어릴 적 고양이에 대해 느낀 무서운 이미지 때문인지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고, 관심을 갖는 이들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그저 그런 이야기로 치부해 왔었다.

 

그러다 관심 있게 보던 유튜버와 우연히 보게 된 블로그에서 고양이의 친근하고 귀여운 영상과 사진을 접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고양이가 그렇게 무서운 동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작은 아기 고양이나 개냥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어릴 때 생긴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예쁘게 생긴 고양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던 중에 특이한 제목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라는 책이었다. 

 

요즘은 공유오피스라는 것이 익숙해져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별도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고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은데, 고양이 공유오피스라는 것은 뭘까 궁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그 개념일지, 아니면 색다른 개념의 공유오피스일지 기대감을 갖고 에세이를 읽어나갔다.

 

구성은 고양이들의 사진과, 일러스트, 그리고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글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고양이들과의 동거와는 좀 다른 일상을 다루고 있어 관심 있게 읽어나갔다.

 

처음 작업실을 계약하고 만나게 된 고양이들과의 첫 만남, 그리고 가끔 오며 가며 눈인사와 밥을 주며 친해진 이야기, 그러다 어느새 눌러 앉아버린 4마리의 고양이들과 어느새 작업실을 나눠쓰며 이색적인 공유오피스를 가지게 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사교성 없는 자매가 그림을 그리고 자수를 하며 때론 휴식을 취할 목적으로 마련한 <이랑 그림 작업실>은 생각지 못한 손님들로 인해 어느새 복작복작한 공유오피스가 되어버렸다. 고양이들과 공간을 나눠쓰기 시작하면서 때론 동네 다른 고양이들도 찾아오고, 동네 주민들은 물론 지나가던 행인들도 한 번씩 들러 구경을 하고 가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평소 지나가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던 고양이들과 눈인사를 하고 편의점에서 캔을 사다 나눠주는 것으로 가볍게 지나쳤던 고양이들과의 인연은 그렇게 출근길마다 <이랑 그림 작업실> 문 앞에 앉아 기다리는 4마리의 고양이들로 인해 자매의 일상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집사나 가족의 형태는 아니지만, 함께 오피스를 공유하면서 그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고양이들은 오랫동안 오피스에 머물며 잠을 자거나 밥을 먹기도 하고, 또 어떨 땐 훌쩍 하루 종일 외출을 하는 등 따로 또 같이의 생활이 일상이 되기 시작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할 즈음에는 무릎에 올라와 골골거리며 머물다 가기도 하고, 때론 관심을 가져달라며 작업 중이던 노트북이나 그림 위에 올라가 방해를 하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작은 생명체와의 만남은 그렇게 서로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새로운 형태의 공생과 연대를 만든다. 

 

일러스트와 사진, 글에서 느껴지는 풍경을 가만히 그려보면 어딘가 동화 같은 아기자기함이 엿보인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큰 통창 너머 보이는 바깥 풍경과 책상 위, 캣타워, 침대, 소파 곳곳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온함과 위안을 준다.

 

동거도 입양도 아닌, 기묘한 그들의 공간 공유는 묘하지만 어딘가 납득이 가기도 한다. 고양이들에 대해 공부하며 삼시 세끼를 챙겨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쿠션, 캣타워, 심지어 작업실 평수를 늘려가면서 최선을 다하는 저자와 동생. 그런 그들의 노력을 알아봐서인지 작업실을 떠나지 않으려는 막내, 훌쩍 떠났다가도 배고픔에 잠시 들려주었던 정남이, 따로 또 같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 복남이와 복길이의 모습은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모습으로 보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약간의 호감과 관심에서 시작한 길고양이들과의 묘한 공유오피스 생활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자의 내면에도 깊은 애정과 책임감, 유대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정남이와는 이별을, 막내는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며칠을 돌아오지 않는 고양이들로 속을 끓이며 애가 닳았던 일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그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소리를 내며, 기분이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출근길이면 늘 한결같이 문 앞에 쪼르르 앉아 기다리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책임감은 들쭉날쭉했던 출퇴근 시간도 규칙적으로 만들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들었다.

 

각자의 삶과 생활을 온전히 존중하면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저자가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공유오피스라는 공간은 어쩌면 그런 그들의 존중과 애정이 묻어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길고양이로써 사는 고양이들의 본능과 라이프를 존중하고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만 개입하여 도움의 손길을 주는 저자의 행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 고양이들의 특성을 관찰하며 쓴 행동 패턴이나 성격을 통해 배운 깨달음에 대한 기록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몸집이 작고 약해 서열이 가장 낮았던 막내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확실히 어필하고 끝내 입양을 쟁취하는 모습은 놀랍고 경이로웠다. 확실한 자기 어필과 삶을 개척하는 자세를 고양이에게서 배운다.

 

책의 느낌은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평화롭다. 중간중간 위급상황도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애정과 사랑만큼은 가득하다. 이들의 공유오피스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만남, 이별, 불안함, 두려움, 애정, 관심, 권력의 변화, 기쁨과 슬픔 등 희로애락이 함께 한다.  온전한 가정의 형태가 아니라도 그저 함께 하는 것으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방식(=입양)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공생과 존중,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한다. 고양이의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다른 모습과 형태를 취한다. 그래서 더 그들의 관계는 편안하고 아름답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우리의 삶은 안녕한지, 어쩌면 이러한 공유오피스가 필요한 때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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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목격자
황민구 지음 / 부크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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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억울한 일을 겪으면서 맘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남다르게 다가왔던 <천개의 목격자>. 최근 들어 영상에 대해 관심이 부쩍 많아졌는데 '자기보호'와 '기록'의 이유로 특히 더 관심이 갔다. 과거에는 몰카와 같은 안 좋은 키워드들이 가장 먼저 떠올라 영상보다 사진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핸드폰의 기술이 좋아져 대중화되고, 급할 때는 사진보다 영상이 현장 상황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어 영상이 더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여행 유튜버들을 보면서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영상을 찍는 것을 보며 삶의 기록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신변보호와 안전을 위해서 영상을 배워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cctv를 제3의 눈이라고 말할 정도로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든데, 개인은 물론 공공기관, 도로 등 수없이 많은 곳에 cctv를 설치하여 사람은 물론 모든 사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분초 단위의 모든 것들이 기록된다. 그리고 사건사고를 비롯한 교통법규 위반, 미아나 분실 등 다양한 곳에서 cctv가 활용되고 있다. 

 

단순히 동선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보다 분석적이고 디테일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영상 속 진실을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을 '법 영상 분석가'라고 하는데, 사실 아직까지는 아주 익숙한 직업은 아닌듯하다. 그럼에도 현재는 물론, 앞으로 비중과 중요도가 커질 것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법 영상 분석가'로써 다양하게 만난 사람들과 사건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배운 인생철학과,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들을 엿볼 수 있는데, 단순히 직업에 국한된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를 통해 저자의 '인간다움'도 함께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눈으로 좇으며 숨겨진 1%의 진실을 찾는 직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법 영상 분석가'라는 직업은 어딘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전문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한때는 회의감이 들어 술로 시름을 잊으려 노력하던 때도 있다고 하니 새삼 놀랍다는 생각도 든다. 더군다나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는 저자의 이력을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쉽게 성공했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지만, 사실 그도 처음은 쉽지 않았다.

 

=====
"이게 뭔 재판이냐? 개판이지? 나나 우리 가족이 저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까 무섭더라. 아무도 말을 들어 주려고 하지 않네. 왜 너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거야? 영상에 뻔히 보이잖아. 안 넘어간 게"

 

"내가 하는 일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일인 것 같아. 그만하는 것이 낫겠어. 내가 알고 있는 영상 속 진실은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야."

21페이지 中
=====

 

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이력과 신뢰에 중점이 맞춰져 정작 본질이 훼손되는 일들을 겪지만, 저자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보다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시도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양쪽의 입장에서 비평해 보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움츠림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
자신감을 얻는 방법으로 '철저한 준비'를 택했던 것이다. 가끔은 직원에게 상대측 변호인이나 검사가 되어 보라고 하고 내 분석에 비평을 시켜 보기도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검사나 변호인의 심문 내용이 모두 내 시뮬레이션 범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 속에서 움츠림은 나를 철저한 영상 분석가로 만들어 준 것이다.

 

(...)

누구에게나 시련은 온다. 그럴 때, 도망갈 데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시련이 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보자. 하늘의 뜻에 맡기는 건 그다음 일이다.

 

189~190페이지 中
=====

 

자신감을 얻는 방법으로 '철저한 준비'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망'이나 '회피'를 가장 먼저 선택할 것이다. 마지막 말이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시련이 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자. 하늘의 뜻에 맡기는 건 그다음 일이다'라는 문장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 온갖 모욕적인 상황과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가슴에 새겨야 할 인생 교훈 하나를 배워간다.

 

책에 담긴 사례에는 성취감이 드는 이야기, 화가 나는 이야기, 울분이 가시지 않는 이야기, 억울한 이야기, 사기꾼 이야기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었는데, 인간의 타락 과정에 대해 다룬 이야기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최근 뉴스에서도 이슈가 되어 많이 거론되고 있는 '성범죄' 관련 내용이었는데, 성범죄 그 자체보다 이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과 솔직한 생각이 담긴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사이다 같은 발언과 인간다움, 거침없는 성토를 통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영상분석에서도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전해줄 것 같은 믿음이 들어 든든함마저 들었다.

 

=====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하고 이를 유포해도 처벌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무시하고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기에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다. 단순히 내 분석이 인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만 생각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터무니없었다. 

 

(...)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놈은 언젠가 분명히 처벌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전달하고 싶었다.

 

(...)

"현 세계에서는 벌을 줄 수 없어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그는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아갈 것이고 그가 죽으면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제우스 신, 단군신, 관우신, 저승사자 등이 평생 지옥에서 그놈을 괴롭힐 거예요, 지금 당신이 힘들어하는 모든 걸 신들만은 알고 있을 겁니다"

 

206페이지 中
=====

 

거침없는 언사는 다른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저자의 인생 이야기도 함께 녹아들어 있어 한편으로는 타인과 나라는 관점보다 함께 마주 보며 날리는 팩폭을 그저 즐길 수 있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
돈이면 원하는 대로 써주는 줄 알고 현금도 내보인다. 혼자 크게 떠들며 흥분한 의뢰인의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도 않는다. 그저 의뢰인의 팔에만 눈이 간다. 빨래 짜기가 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빨래짜기: 양손으로 타인의 한쪽 팔을 잡고 빨래를 짜듯이 비틀면 피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리면서 살갗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온다.

248페이지 中
=====

 

대학시절 동아리 선배의 빨리짜기 시전을 당해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된 '빨래짜기'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고통이 아닐까? 이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돈만 밝히는 의뢰인의 팔을 상상하며 같이 빨래짜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고 유명세를 치르면서, 일은 점점 많아지고, 다양한 의뢰를 담당하게 되면서 처음과는 다른 부분의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가 언급한 부분을 곳곳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특히 저자가 좋은 마음으로 진행한 무상 재능기부를 그만두기로 했다는 부분에서는 어딘가 마음이 찌르르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선행을 선행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피해와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상처들. 저자의 이러한 선택은 나 역시 경험해 본 적 있는 일이기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더불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고민과 '덤'이라는 개념의 도입 방식은 두 번째로 얻은 인생 교훈이었다.

 

=====
인생을 살다 보면 덤으로 줄 게 많은 것 같다.

(...)

덤은 참 행복한 것이다. 다만 그 행복은 내가 여유가 있을 때, 공짜가 아니라 대가를 받고 덤으로 줄 수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다. 억지로 하는 재능 기부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290페이지 中
=====

 

끝까지 파헤치는 사람, 진실을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진실 그대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 저자가 만약 제자를 들이게 된다면 필수적인 조건으로 꼽는 것들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구할 수도, 망칠 수도 있는 그의 직업은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소신'과 '진실을 규명하는 사명감' 없이는 쉬이 도전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

 

여러 사례 속에서 몇 번 언급된 위의 조건들에 흔들리는 비전문가들의 행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목도하면서, 특히 더 '법 영상 분석가'라는 직업은 소신과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분석을 통한 진실규명을 위해 확인하는 영상들은 대체적으로 끔찍하고, 부끄럽고, 알고 싶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때론 보고 싶지 않은 영상들도 있지만, 누군가의 외면할 수 없는 삶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 저자는 계속해서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지키며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를 고발하는 정직한 목격자! 법 영상 분석가 황민구. 저자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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