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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로 떠난 중남미 여행 - 나 홀로 1년, 도복만 들고 떠나다
페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통했던 10개국 중남미 여행!"
여행을 좋아해서 각종 다양한 여행 책을 읽어봤지만, 이번 책의 주제만큼 색다른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이번 여행 책의 주제는 '주짓수'였다.
주짓수를 얼마나 좋아하면 도복하나 챙겨들고 그것도 낯선 중남미 여행을 나 홀로 떠난 걸까? 내심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해외여행 자체가 쉽지 않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홀로 하는 여행이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너무 멀거나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은 피하게 되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 모든 것을 그냥 돌파해 나갔다. 오로지 주짓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래선지 이 책에서는 주짓수를 하기 위한 루트와 여정, 그리고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깨달음과 여행담을 만나볼 수 있다. 일반적인 여행담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조금 포인트가 엇나갈 수도 있겠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무작위로 이동한 동선을 따라다녀간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인 유명 관광지가 아닌, 주짓수를 중심으로 여행이 이어지다 보니 조금은 낯설고 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저자가 선택한 경로 역시 남이 좋다고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심으로 이동하다 보니 더 그렇게 연결이 되었던 것 같다.
읽다 보면 삐용삐용 위험경보가 울리는 구간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테면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지역에 들어선다거나 혹은 다친 몸으로 운동을 하는 모습 등이다.
특히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낙후되어 있는 데다 제대로 된 의사를 바로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운동을 이어가는 게 과연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상을 입었는데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주짓수를 계속 이어나간다.
젊은 패기에 평생 한 번뿐일지도 모를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이 보여 이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나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 될 모습임은 분명하다.
나 홀로 떠난 1년여간의 중남미 10개국, 총 11개의 주짓수 도장 깨기에 도전한 저자의 여행에서 발견한 스포츠맨십과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 중 공감 가는 이야기 몇 가지를 가지고 와 봤다.
이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과 위험성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주짓수가 이름만 들어본 다소 낯선 운동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주짓수의 몇 가지 단어와 조금 익숙해질 때쯤 중남미 여행은 그렇게 끝나 있었는데,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중남미의 낯선 지역들을 러프하게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두발로 걷고, 공기를 느끼고, 눈으로 보며 여행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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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떠난 중남미 1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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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페루, 콜로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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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알게 된 주짓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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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주짓수를 하는 남자를 뜻함
참고로 '주짓떼라'는 주짓수를 하는 여자를 뜻함.
남녀를 다 합쳐서는 '주짓떼'라고 부름
■주짓수의 본고장: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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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자세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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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걷다 보면 잘못된 곳에 종종 가게 되는데 확실히 평범한 거리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 눈동자가 풀려 있다거나 갑자기 노숙자들이 거리에 많다던가, 허공에 대고 떠드는(환청, 환각) 사람이 보인다거나 이런 신호들이 있다.
그러면 그 즉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고 핸드폰을 볼 여유가 있다면 구글맵을 보고 큰길을 찾아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조차 안 될 분위기라면 어금니 꽉 깨물고 최대한 발걸음을 빨리 옮겨야 한다.
4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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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해외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그 자리를 재빨리 피해야 한다.
특히 치안이 좋지 못한 도시나 나라를 방문할 때는 더 조심하는 것이 필요한데, 마약을 해서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여행객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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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좋다고 나한테까지 좋은 건 아니구나.' 느껴졌고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누군가의 추천 여행지보다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원하는 곳을 직접 찾아다녀야겠다고.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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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멋모르고 여행을 할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남들의 추천을 많이 참고한다. 하지만 조금만 경험을 해보면 그 이후부터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여행지보다, 내 취향과 상황을 고려한 여행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도 아마 그런 경험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금씩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게 된다.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위)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호수
(아래) 7가지 색을 볼 수 있는 무지개 산, 비나쿤카 정상의 눈 덮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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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확한 정보, 주관적인 생각이 객관적인 척한다. 이런 정보는 직접 확인해 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적이 사실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딱히 문제 제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환전을 했는지, 사기를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그 사람의 경험인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경험을 '참고'만 하면 된다.
그런 말을 진실인 양 믿을 필요도 없고 그렇게 말했던 분도 나와 같은 여행객에 불과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라고 배웠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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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 삶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요즘 은 각종 후기에 많은 사람들이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덕분에 리뷰나 후기가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정답도 거짓도 숨어 있다.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또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그 리뷰들은 정답이 되기도 하고 때론 거짓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악의적으로 거짓을 담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그것을 적당히 골라듣고, 구분해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어떤 것이든 100%라는 것은 없기에, 타인의 경험은 '참고'만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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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가지고 있던 모든 짐을 엑스레이 검사받았는데 갑자기 캐리어를 열어보라고 했다. 문제 될만한 것은 없으므로 당당하게 보여 줬는데 예상치도 못한 렌즈를 문제 삼았다.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지 물어보길래 있는 그대로 대답을 했다.
그러더니 90개가 들어있는 렌즈 새 제품을 들고 가져가서 직원들끼리 상의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비행기 수화물로 잘 들고 다녔으니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난감했다.
(...)
한 30분쯤 지났을까. 별거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다행히 돌려받았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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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것을 문제 삼아 꼬투리 잡는 곳도 있다.
저자가 겪은 렌즈 에피소드 또한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문득 과거 한 드라마에서 '미숫가루'를 마약으로 오해해 벌어진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하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식이 상식이 아닌 곳도,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곳도 있다.
때론 억울하지만, 여행은 그런 것조차 받아들어야 하는 경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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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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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나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한 부분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일부 기록으로 적어보았다.
어떤 이들은 '굳이 돈 써가면서 왜 생고생을 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 하는 그냥 말들은 굳이 대꾸하거나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주짓수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왜 굳이 몸 상해가면서 멀리까지 가서 하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만의 목표와 이유가 있었기에 떠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그곳에서 했던 새로운 경험 덕분에 어쩌면 저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얀 띠가 파란 띠로 바뀐 것처럼 저자 또한 여행을 통해 그만큼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