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최형준 지음 / 부크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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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흔하게 말하는 '사랑'. 부모님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자신이 소중히 하는 것에 대한 사랑, 한 시대에 대한 사랑 등등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랑에 대해 언급하지만 '사랑'에 대한 본질이나 사랑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주는 울림은 상황이나 정도에 따라 깊이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울렁이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그 얕고 깊음, 각기 다른 증상들은 사람마다, 정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저자는 삶의 어떤 순간 문득문득 느껴지는 사랑에 대한 편린들을 정성스레 모아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하트의 실체를 기록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그 안에는 기쁨, 슬픔, 우울함, 평화로운 순간 등 다양하고 풍성한 감정들이 존재하는데 그 시절의 '나'와 '의미' 가 담겨 훗날 사랑했던 한순간으로 재현된다. 일상 속 실제 하는 현실 모습의 한 페이지가 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미묘하고 신비롭게 펼쳐지기도 하고, 고요한 새벽을 배경으로 약간의 찬 기운을 머금은 새벽 공기와 더불어 아무도 없는 공간 안에서 잔잔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때론 실제 경험한 적 없는 낡은 레코드 가게 안에서 가상의 누군가와 눈 맞춤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치부하며 넘길 수 있는 하루를 붙잡고, 엮으며 탐구한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일상은 조용하지만 낭만적이고, 일상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심오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서서히 젖어들듯 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어느새 가만가만 숨죽이며 빠져들듯 그의 시야를 따라가게 된다. 무엇을 눈여겨보고 있고, 어떤 것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더불어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일상에 머무르고 있는 낭만은 무엇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사는 것,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은 결국 불행을 불러온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떤 것이든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든 자신만의 속도로 온전히 자신이 결정한 바대로 살아간다면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멋'을 중요시하는 저자가 말하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충만하게 지내는 일상, 그를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에 대한 산문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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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향해 어느 속도로 나아가든 그것이 스스로 결정한 바라면 그 삶은 고유의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남들이 쫓는 가치에 눈이 멀어 타인의 행렬에 등 떠밀릴 때, 그래서 고유의 속도감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근본적인 불행을 떠안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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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존재 조건은 '멋'과 '사랑'에 있다. 멋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과 성취를 다지고, 사랑을 통해 안정과 생기를 얻는다. 그 둘은 우리들로 하여금 평화를 야기하고, 평화는 그 둘을 보호하는 결계가 되어주는 거다.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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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된 디자인. 그리고 디자인 세계에서 통용되는 디터 람스의 'Less, but better'를 떠올리며 저자는 그가 보여준 삶의 태도와 디자인 철학에 대해 놀라움과 동경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디터 람스가 90세가 넘는 동안 반평생 삶을 산 환경의 디자인은 곧 완결된 형태를 대변하는데, 이는 그의 집안 풍경이 젊었을 적 카메라에 담겼던 모습과 현재가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여전한데도 어느 한구석도 촌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극도로 세련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은 면도기부터 소파, 오디오 장비까지 모두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저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사실은 그가(=디터 람스) 자신의 디자인에서 그 이상 덜어낼 점도, 개선해야 할 점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깊은 동경을 하게 된 것이리라. 이는 곧 보통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완벽함'을 디자이너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신념과 가치를 증명해 낸 것이니 얼마나 경이롭고 존경스러웠을지 가히 짐작이 된다. 굳건한 자신만의 중심과 가치, 자신이 사랑하는 디자인에 대한 애정 모두를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이기에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샘플러로써 '디터 람스의 삶'은 좋은 예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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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의 의미는 결코 그런 가벼운 개념이 아니다. 얼핏 비슷하게 보이는 그 두 가지 태도 사이에는 결코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아함의 유무이다. ‘아무렇게나’가 플라스틱 조화라면, ‘멋대로’는 살아 있는 생화이다. 살아 있는 꽃은 호흡한다. 꽃이 피기 전부터 자신의 존재가 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확신한다. 아름다움을 확신하는 일은 우아함 없이 성립될 수 없다. 우아함이 배제된 ‘멋대로’는 ‘아무렇게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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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이 가미된 '멋대로' 아름답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도처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을 깨닫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통해 일상의 곳곳에 스며든 사랑을 발견해 보자. 돌아보면 모든 게 사랑이었고, 사랑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걸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단지, 미처 몰랐을 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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